'리더십 의심' 억울한 홍명보 "나도 답답하다...투명한 검증도 방법, 회의록 공개하자"
(엑스포츠뉴스 신문로, 김환 기자) "나도 답답하다. 개인적으로는 참 억울한 것도 있다. 회의록이라도 언론에 공개해 투명하게 검증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수장 홍명보 감독은 3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캐나다·멕시코·미국 공동개최)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2연전에 앞서 진행된 10월 A매치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홍명보 감독을 둘러싼 선임 특혜 논란의 불길이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홍 감독이 속내를 털어놨다. 홍 감독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답답하다', '억울하다' 등의 표현을 사용하면서 마음을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월 초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에 선임됐다. 10년 만의 복귀였다.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의 실패를 밑거름으로 삼고, 울산HD를 이끌고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는 등의 경험을 더해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의 성공을 다짐했다.
그러나 홍명보호 2기는 본격적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시동을 거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고, 나아가 불공정한 과정을 통해 사령탑에 앉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당초 전력강화위원회는 다비드 바그너 전 노리치 시티 감독과 거스 포옛 전 그리스 국가대표팀 감독 등을 최종 후보로 올려뒀는데, 두 외국인 지도자들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이임생 기술이사와 대면 면접을 실시하고도 최종 탈락한 반면 이 기술이사가 직접 홍명보 감독 자택 인근에 방문해 대화를 나눈 끝에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했다는 게 알려지자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홍명보 감독이 정몽규 회장을 비롯해 국가대표 감독 선임 작업을 책임졌던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 그리고 정 전 위원장의 뒤를 이어 최종 결정을 내린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와 같은 고려대학교 동문이라는 점을 두고 '학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전력강화위원이었던 전직 국가대표 박주호의 폭로,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 등 축구인들의 발언들은 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논란이 커지자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 정해성 전 위원장과 이임생 기술이사는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호출됐다.
이 자리에서 객관적으로 생각할 때 감독 선임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이뤄졌는지 묻는 질문에 "한 번 경험해 봤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통해서 말씀 드리면 저는 뭔가 저한테 불공정하다거나 아니면 특혜가 있다거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홍 감독은 지난 2018년 대한축구협회에 전무이사로 있을 당시 김판곤 전 국가대표 감독 선임위원장과 함께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한 바 있다. 감독을 직접 선임한 자신의 경험을 비춰봤을 때 이번에 자신이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과정에서 불공정한 일도, 특혜도 없었다는 말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또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저를 1순위로 올려놨기 때문에 제가 감독직을 받은 것"이라며 "제가 혹여나 2순위나 3순위였다면 (감독직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서 제가 1순위라고 들었기 때문에 받은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을 최종 선임하기 전 다섯 명의 전력강화위원들에게 동의를 구했다는 이임생 기술이사의 설명과 달리 현안 질의 중 공개된 메신저 대화본에 등장한 A위원은 최종 결정에 대한 위임을 했음을 언론에 확인해 달라는 이 이사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게 밝혀지면서 홍 감독의 선임 절차에 대한 의심은 더욱 커졌다.
아직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30일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이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홍 감독은 현재 여러 논란으로 인해 감독의 리더십이 지지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나도 답답하다. 특히 이번 국회에서 여러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참 억울한 것도 있다. 나는 분명히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냐고 해서 그렇다고 했고, 어떤 평가를 받았냐고 했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했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국회에 가니 내가 들었던 말과 다른 것들이 있더라. 그래서 나는 아예 이 부분을 두고 회의록 전체를 협회가 공개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쟁점이 되는 부분이 있을 거다. 10차 회의록 이야기를 많이 이야기했는데, 10차 회의록이라도 언론에 공개해 평가를 받아보는 게 어떨까 싶다. 투명하게 검증을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부분은 협회에서 어떤 식으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투명하게 알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면서 투명한 방식으로 검증을 받을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홍명보 감독은 꽉 막힌 마음을 안고 10월 A매치 2연전에 임한다. 그는 이틀 뒤인 10월2일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 중간 발표를 한다는 이야기에 "문체부의 절차이기 때문에 내가 말씀드릴 수는 없다. 그 다음은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협회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다. 내게 중요한 건 10월 경기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10월 2연전이다"며 경기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사진=엑스포츠뉴스 DB, 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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