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의존도 줄었지만…韓日 기술격차는 여전

세종=이동우 2023. 3. 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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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3대 핵심소재의 수출 규제를 해제한 가운데 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공급망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일본 의존도가 높았던 반도체 핵심 품목 일부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으나, 여전히 전세계 소부장 시장에서 일본이 독점생산하는 품목이 상당 부분 차지하기 때문이다. 수출 규제 해제 이후 일본과의 소부장 협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국산화 작업을 강화하는 투트렉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일각에선 소부장을 비롯해 친환경차, 이차전지 등 산업핵심 기술에 대한 일본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100대 소부장 핵심전략기술 품목 가운데 일본 제품의 수입 의존도는 수출 규제 전인 2018년 32.6%에서 지난해 21.9%로 10.7%포인트 줄었다. 일본이 2019년 수출규제를 시작한 3대 품목(포토레지스트·불화 폴리이미드·불화수소) 역시 대일 의존도가 크게 개선됐다.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2018년 일본 수입의존도는 93.2%였으나 지난해(77.4%) 기준 15.8%포인트 개선됐다.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역시 각각 11.4%포인트, 34.2%포인트 일본의 수입이 줄었다. 이는 우리 정부가 2019년 수출규제 직후 소부장 R&D(연구개발) 강화를 위해 2485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하는 등 우리 기업의 자립을 전방위 지원한 덕분이다.

문제는 여전히 일본이 독점하고 있는 소부장 품목이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실제 글로벌 전기차(EV)용 배터리 파우치 필름 시장에선 쇼와덴코, DNP 등 일본 기업의 점유율은 2021년 기준 80%에 달했고, 반도체 기판에 필요한 마이크로 필름 ABF 역시 100% 일본 기업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수출규제가 시작한 지 4년만에 일본이 절대적으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소부장 품목 국산화에 한계로 지적된다. 폴리이미드의 경우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 우리 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 등에서 양산을 시작했지만 일본산 소재를 온전히 대체할 정도의 기술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게 대표적이다. 양국 교류의 빗장이 풀린 현재 일본과의 소부장 기술교류는 물론 공급망 확보에 나서야하는 이유다. 주현 산업연구원(KIET) 원장은 "앞으로 국가 간 온전히 공급망을 보장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해소와 별도로 소부장 품목의 기술자립 노력을 꾸준히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핵심 산업 한일 기술격차 여전

소부장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지능형로봇 등 핵심산업 분야의 양국 기술격차 해소도 풀어야할 숙제다. 핵심산업의 기술격차 해소가 중요한 이유는 기술 초격차를 확보하기 위해선 소부장 산업과 뿌리산업 등 경쟁력의 뒷받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디스플레이, 메모리소자 등 반도체 일부 분야에서 세계 최고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본에 다수 산업에서 뒤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양국의 기술격차를 보여주는 가장 최근 지표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의 '산업기술수준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최고기술국(미국100 기준) 대비 한국의 기술수준은 86.7%로 일본(91.2%) 보다 4.5%포인트 낮다. 산업기술 25대 핵심 분야 중 디자인 및 에너지 부문을 제외한 주요 19개 분야의 양국 격차는 더 크다. 친환경 스마트 조선 해양플랜트, 미래형 디스플레이, 지식서비스 등 3개 분야에서 한국이 최고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첨단소재, 지능형 로봇, 이차전지 등 16개 분야에서 여전히 한국을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양국의 뿌리산업 격차 역시 비슷한 실정이다.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접합, 표면처리, 열처리 등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말하는데 일본이 9개, 한국은 한 분야도 뿌리산업의 최고기술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기술격차 기간을 살펴보면 미국과 일본의 뿌리산업 격차는 0.1년, 한국은 1.3년으로 격차는 더 벌어진다. 전문가들은 소부장 규제 해소를 계기로 보다 적극적인 기술강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그동안 일본의 행정업무를 줄이기 위한 대량 수입을 줄이면서 핵심 상품에 대한 연구개발(R&D)에 착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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