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 "난 100명 잘라냈다"…한동훈 쇄신요구에 불쾌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간 ‘81분 회동’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 대표가 주재한 만찬 등에 참여한 친한계 인사들이 “김건희 여사 특검이 통과될 수도 있다”“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푸대접을 받았다”며 면담의 의전과 사진까지 문제 삼자, 대통령실은 23일 “엄중한 정치 상황에 당·정이 하나 돼 어려움을 극복해야 할 시기”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 역시 최근 참모들에게 한 대표와의 회동 상황을 전하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21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 건의한 김 여사 라인, 즉 ‘한남동 라인 8인방’의 인적 쇄신 문제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8명의 비서관·행정관 이름을 일일이 거론하며 “호가호위하는 이들을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에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나는 문제가 있는 사람은 정리한다. 한 대표도 잘 알지 않으냐”며 “정부 출범 초기 업무상 문제가 있던 100여명의 인사를 잘라냈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시절인 2022년 하반기에 이른바 ‘윤핵관 라인’을 포함한 행정관·비서관 수십 명을 업무 평가와 감찰을 통해 물갈이했다. 최소 50명 이상의 실무진이 교체됐다. 당시 여의도에선 “윤 대통령이 정권 초기 공신을 다 쳐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때의 일화를 전하며 한 대표에게 “대통령실 인사는 한 대표가 자르라고 자를 수 있는 건 아니다. 구체적 비위 근거를 가져다주면 오히려 고맙다. 내가 자르겠다”는 취지의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친한계 인사는 “윤 대통령이 수십여명을 잘라내며 여사 라인을 잘라내지 못한 것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회동 당시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등과 관련한 건의를 하고 자신이 답하자 한 대표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다른 요구 사항을 전한 점도 아쉬워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여러 건의를 한 것도 맞고, 윤 대통령도 하나하나 답변을 한 것도 사실”이라며 “문제는 거기서 더 대화가 나아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가 현장에선 제대로 반박하지 않은 채 주변 사람에게 불만을 표출했다는 지적이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친한계 인사들에게 “용산은 지금 말의 각색을 할 때가 아니다”고 말한 점도 문제 삼았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당시 회동에 배석한 정진석 비서실장은 기자와 정무수석, 의회 활동을 하며 수십년간 기록 업무를 해왔다”며 “실제 어떤 부분이 왜곡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의전 문제와 관련해서도 “홀대나 무시는 왜곡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한 대표의 지목을 받은 행정관을 포함해 일부 대통령실 행정관들 사이에선 "한 대표가 열심히 일한 행정관들을 아무 근거도 없이 공격하고 있다", "위에서 지켜주지 않으니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억울함을 풀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의 발언에 들끓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실제 단체 행동을 한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억울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오후엔 한 대표를 겨냥해 연일 비판 발언을 쏟아내는 홍준표 대구시장을 접견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TK(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및 TK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로 한 대표와의 회동 전에 잡힌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 정진석 비서실장과 TK 현안에 대해 75분간 논의했다. 나는 누구처럼 윤 대통령과의 면담 내용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홍 시장을 비롯해 지난 18일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광역 지자체장을 관저로 초청해 만찬하고, 21일엔 한 대표와 차담회 이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만찬 자리를 가졌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충돌하는 가운데 자기 사람을 더 챙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박태인·김기정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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