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는 9분? 수상과는 무관한 기립박수 숫자 게임

박찬욱 감독 (사진: 베니스국제영화제 인스타그램)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는 작품만큼이나 기립박수 시간이 화제를 모았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월드 프리미어 상영 후 9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수상 기대감을 높이더니, 며칠 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다큐멘터리 <힌드 라잡의 목소리>가 무려 23분간 박수를 받아 역대 최장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러닝타임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박수’는 현지 언론과 관객을 들썩이게 했지만, 정작 시상식 결과는 다른 길로 향했다.

화제를 모으는 ‘시간 경쟁’

<어쩔수가없다> (사진: CJ ENM)

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는 일종의 이벤트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부터 현장 기자와 배급사 관계자들이 시계를 켜고, “OO분 박수”라는 헤드라인이 실시간으로 보도된다. 감독과 배우가 손을 잡고 인사를 하거나 눈물을 보이는 순간, 관객은 쉽게 자리에 앉지 못한다. 박수는 작품의 완성도뿐 아니라 영화가 담은 메시지나 시사회 현장 분위기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어쩔수가없다>의 9분은 거장 박찬욱과 배우들의 존재감이 만들어낸 장면이었다면, <힌드 라잡의 목소리>의 23분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침공한 현실 비극에 공감하고 이 전쟁에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실제 수상 결과는 달랐다

짐 자무쉬 (사진: 베니스국제영화제 인스타그램)

하지만 기립박수의 ‘숫자’가 곧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수상작을 보면 그 상관관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황금사자상은 6분의 기립박수를 받은 짐 자무쉬 감독의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가 차지했다. 23분의 최장 박수를 받은 <힌드 라잡의 목소리>는 은사자상(심사위원대상)에 머물렀고, 15분간 박수를 받은 베니 샤프디 감독의 <더 스매싱 머신>은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지안 프랑코 로시 감독의 <구름 아래>, 각본상은 발레리 돈젤리·질 마르샹의 <앳 워크>에 돌아갔다.

긴 박수에도 상은 놓친 작품들

기예르모 델 토로 (사진: 베니스국제영화제 홈페이지)

올해 상영작 중에는 긴 기립박수에도 불구하고 수상과 인연이 닿지 못한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모나 파스트볼 감독의 <앤 리의 고백>은 15분,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프랑켄슈타인>은 14분, 구스 반 산트 감독의 <데드 맨스 와이어>는 12분,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복귀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는 11분 이상 박수를 받았지만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크렘린의 마법사>(10분), 노아 바움백 감독의 <제이 켈리>(10여 분),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7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막작 <은총>도 6분간의 박수를 받았지만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이는 기립박수가 현장의 열기와 작품에 대한 공감을 드러내는 지표일 수는 있어도, 수상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숫자보다 중요한 ‘맥락’

카우타르 벤 하니야 (사진: 베니스국제영화제 인스타그램)

결국 기립박수는 수상의 지표라기보다 영화제의 퍼포먼스에 가깝다. 어느 영화가 몇 분간 박수를 받았는지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홍보 효과를 만들어내지만, 최종 심사는 작품의 완성도와 주제 의식, 영화적 성취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어쩔수가없다>의 9분, <힌드 라잡의 목소리>의 23분,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의 6분은 모두 달랐지만, 각기 다른 의미를 품은 순간이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가 아니라 ‘왜 박수를 치게 되었는가’다.

어쩔수가없다
감독
출연
차승원,유연석
평점

나우무비 에디터 김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