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잡고 김어준 친다…한동훈 체제, 이슈 주도권 잡고 쇄신 드라이브 강수
'김어준 여론조사'서 野후보 오차내 우세
한동훈 "장난질 뿌리 뽑아야"…필요성 강조
재보선 승리 기세 몰아 이슈 주도 의지 해석
국민의힘이 일명 '명태균 방지법' 추진을 통해 선거 관련 여론조사 조작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박빙 열세라는 예측이 나왔지만 실제 투표 결과는 정반대로 나온 만큼, 기세를 몰아 해당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는 본인이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여론조사업체를 이용해 각종 선거에서 여론조사 조작을 벌여 부정한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구심을 받고 있다. 이에 당 쇄신 의지를 보여주는 카드로 활용해 여권에 미치는 '명태균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차원으로도 읽힌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내 대표적인 친한(친한동훈)계 박정훈 의원은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여론조사기관을 영구 퇴출하도록 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여론조사기관 등록취소 사유를 기존 '선거 여론조사 관련 범죄'에서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확대하고, 부정 여론조사기관의 재등록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을 담았다.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 씨 사례처럼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 처벌 이력이 있는 사람은 공표·보도되는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수행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공표·보도할 경우의 처벌 규정도 대폭 강화했다. 기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이 '5년 이하의 징역'으로 바뀔 전망이다.
박 의원은 "여론조사는 공정한 선거의 기초이며, 이를 왜곡하는 행위는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며 "개정안을 통해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정치 브로커와 부정한 여론조사기관의 선거 개입을 차단하고, 선거 여론조사의 공정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명태균 방지법' 발의는 한동훈 대표 등 지도부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이뤄졌다는 게 박 의원의 설명이다. 박 의원은 "우리 당 한 대표도 '명태균 방지법'을 당론으로 발의한다고 한다"며 "한 대표도 여론조사를 더 이상 왜곡할 수 있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한 대표와 충분히 교감한 뒤 발의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명태균 방지법' 발의 기자회견 직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한 대표가 해당 법안을 직접 소개하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대표는 "여론조사를 통해 국민을 기만하고 정치를 혼탁하게 하는 것을 막기 위한 법률안"이라며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몇 달 만에 대통령도 만들 수 있다고 (조작)하는 여론조사 장난질이 민주주의 위기를 가져오고 있다. 이런 행태를 국민 앞에 낱낱이 밝히고 뿌리 뽑자. 이 법안은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 장난질은 그동안 많은 의심과 국민의 정치 불신을 키워왔다"며, 방송인 김어준 씨가 설립한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에서 최근 진행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등을 예시로 들기도 했다.
여론조사꽃이 김 씨의 사설 유튜브 채널인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의뢰로 지난 7~9일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한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선 김경지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0.9%로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37.7%)에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한 걸로 나왔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윤 후보가 61.03%를 득표해 김 후보(38.96%)를 22%p 이상 압승했다. 여론조사 오차범위를 감안해도 실제 선거 결과와 비교하면 매우 판이한 수치다.
한 대표는 "금정구 선거는 직전에 야당 입장에서도 이재명·조국 대표가 (금정구청장 후보)단일화를 하고 '정권 심판론'을 이 선거의 핵심으로 끌어올리는 등 굉장히 판을 키운 선거였다"라며 "김어준 씨가 하는 '여론조사꽃'에서 민주당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몇 퍼센트 이기는 결과를 선거 며칠 전에 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유통일당 계열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국민의힘이 이기는 걸 바라지 않는 여론조사였다"며 "바로 며칠 뒤 선거 결과 22%가 넘는 국민의힘 압승이었다. 여론조사도 '고문하면 자백한다'고 한다. 마치 어떤 방향의 여론조사를 만들어내 국민 눈과 귀를 가리고 선거 결과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명태균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송영훈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음지의 정치브로커들은 물론, 여론조사로 교묘하게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양지의 정치기술자들까지 모조리 근절하겠다"라며 "'명태균 방지법'은 그 출발점이다. 국민의힘은 여론조사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명태균 방지법' 발의 등 여론조사 조작 행위 근절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전방위적 여론전에 대해 장성호 전 건국대학교 행정대학원장은 "선거 끝나고 다른 이슈가 나오기 전에 먼저 이슈 선점을 하는 목적"이라며 "민주당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금투세도 한 대표가 먼저 들고 나오니까 민주당에서 못 따라오지 않느냐. 그런 차원으로 보이고 민주당이 이 문제가 쟁점이 되면 안 따라올 수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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