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구전략]금융권 女風 이끄는 KB국민은행
42.9%.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는 지난해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비율인 23.7%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자, 유럽연합(EU) 여성 사외이사 비율인 40%를 웃도는 수치다.
KB금융지주는 현재 국내 금융지주사 중에서는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를 3인을 두고 있다. 2020년 금융회사 중 최초로 여성 사외이사 2인을 선임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여성 사외이사 1인을 추가 선임했다. 올해 3월에는 여성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발탁하며 금융권의 여풍(女風)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융권 여풍 이끄는 KB국민은행…남성 전유물 '기업금융'도 여성이 접수
금융권의 유리천장은 해묵은 주제다. 남성 행원은 고연봉에 전문 직군으로의 배치가 이뤄졌다면, 여성 행원은 주로 창구직원으로 배치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여성 행원은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직무배치에서 배제돼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가로막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금융권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그리고 그 중심에 KB국민은행이 있다.
KB국민은행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 기준 정규직 직원 중 여성 직원의 수는 7928명으로 남성(6244명)보다 1700여명가량 많다.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구성원 중 다수가 여성이다 보니 그동안 은행 내에서 남성 행원들의 전유물이었던 기업금융에도 여풍이 불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여성 기업금융 팀장 비율은 2023년 말 15.2%에서 19.1%로 3.9%포인트 높아졌다. 같은 기간 여성 기업금융 팀원의 비중도 55.9%에서 56.3%로 0.4% 포인트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2027년까지 기업금융 부문 여성 팀장 비율을 3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다. 여성 팀원에 대해서는 2027년 50%를 넘기는 것으로 목표치를 잡았는데, 이는 이미 2022년에 초과 달성하며 꾸준히 50% 이상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성별 역량 다양성 증진 차원에서 이같은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 것은 국내 시중은행 중 KB금융그룹이 유일하다.
금융권 최초 여성 직원 평균 연봉 1억 돌파…남녀 임금 격차도 줄어
여성 직원이 늘고, 여성 관리자 비율도 덩달아 늘면서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KB국민은행의 2022년과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여성 직원의 1인당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원(1억100만원)을 돌파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여성 행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돌파한 건 2022년 국민은행과 하나은행(1억200만원)이 최초다. 2023년 KB국민은행의 여성 행원의 평균연봉은 1억600만원을 기록했다. KB국민은행 남성 직원의 평균연봉은 이미 10년 전인 2012년 1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
여성 행원의 근속연수가 늘어나면서 평균연봉 상승에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육아휴직 제도, 직장어린이집, 유연근무제 등 복지가 늘어나면서다.
절대 액수가 커진 것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과의 임금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2019년 대비 2022년 KB국민은행의 남성 직원 평균 연봉은 여성 직원의 1.44배에서 1.34배로 줄었다.
KB국민이 최초 도입한 '재채용 조건부 육아 퇴직'…금융권 전반으로 확산
KB금융그룹은 여성 인재 및 리더 육성을 위한 'WE(Woman's Empowerment) STAR'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WE STAR' 제도는 '편견 없는 인재 양성'을 목표로 제도(System), 역량(Talent), 균형(Alignment), 관계(Relationship) 4개 분야로 구성돼있다.
WE STAR 제도에 따라 KB국민은행은 'KB WE(Women of Excellence)'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리더십의 바람직한 롤모델을 제시하고, 그룹 코칭 및 개인별 과제 등을 진행해 여성 인재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Beyond WE 워크숍'을 신설해 KB WE 프로그램 수료자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여성 리더 우수 실천사례를 공유하고, 여성 리더 간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023년에는 KB WE 프로그램에 26명, Beyond WE 워크숍에 25명이 참가해 총 51명이 이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누적 기준으로 총 188명의 여성 리더들이 KB WE 프로그램을 이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KB국민은행은 여성 리더를 육성하는 프로그램 운영뿐 아니라 여성이 경력단절에 대한 고민 없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제도는 바로 '재채용조건부 육아 퇴직'이다. KB국민은행은 2023년 12월 금융업계 최초로 재채용조건부 육아 퇴직 제도를 도입했다. 육아휴직 2년에 육아 퇴직 3년을 사용할 경우 최대 5년간의 육아 기간을 갖게 되는 셈이다. 복귀 시에는 퇴사 당시 직급과 기본급 등급이 그대로 유지돼 여성 직원들의 경력단절 및 임금삭감에 대한 우려를 없앴고, 회사 입장에서는 숙련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사례'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초부터 이 제도를 시행했는데, 지금까지 총 45명이 재채용 조건으로 퇴직했다.
KB국민은행이 선제적으로 시행한 재채용조건부 육아 퇴직 제도는 올해 6월 우리은행도 시행에 나서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도 연장하는 등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남성 직원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다. 지난 6월 KB국민은행 노사는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이용 활성화 등에 합의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연장이다. 그동안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10일간 휴가 사용이 가능했으나, 이를 20일로 확대했다. 아울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요건도 '9세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경우'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로 완화해 이용 가능 대상의 범위를 넓혀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경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최근 5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남성 직원들이 늘면서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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