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사용장애] 그것에 중독되어 있진 않나요?
정신의학신문 | 전형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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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상습적으로 의료용 마약류를 투약하고 해외에서 '원정'을 다니며 마약류를 투약한 혐의로 한 배우가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것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는데요, 비단 연예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서 마약을 밀반입하려다 적발됐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습니다. 이 사회는 그야말로 '물질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약에 손을 대는 많은 이유들을 간편하게 규정해 버리긴 어렵지만, 마약은 '중독'이라는 말과 함께 따라다닙니다. 마약뿐만 아니라, 어떤 물질에 중독된다는 것은, 결국 그 특정한 물질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점점 추구하며, 이 물질을 충족하지 못하면 일반적으로 겪지 않는 금단 현상을 겪는 모습들을 의미합니다.
많은 이들이 물질 사용으로 인해 문제를 경험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물질을 사용하는 행동 패턴을 수반하는 물질 사용 장애는 "중독", "남용", "의존"이라는 용어로 느슨하고 다양하게 정의되어 있어 체계적 진단이 쉽지 않은 면들이 있습니다.
물질사용장애를 야기하는 물질에는 알코올, 항불안제 및 진정제, 카페인, 대마초, 환각제, 흡입제, 아편유사제, 자극제, 담배 등이 포함되는데요, 이러한 물질들은 직접적으로 뇌의 보상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극도의 쾌락감을 생성해 중독에 빠지기 쉬우며, 그 활성화의 강도가 매우 강해 사람들이 물질을 쉽게 갈망하게 됩니다.
이러한 중독에 빠지면, 약물을 구입하고 사용하기 위해 평상시 활동을 게을리할 수 있으며, 중독, 금단, 물질 유도 정신건강 장애 등 직접적인 생리적 영향도 발생하게 됩니다. 물질 중독은 뇌의 신경망인 보상회로에 변화가 생겨난 결과인데요, 한 번 중독되면 내성을 이기기 위해 점점 많은 양을 사용하는 악순환이 생겨나고, 그 악순환의 과정은 신체적인 것은 물론 정신건강적인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특정 물질들은 뇌 손상은 물질 사용을 그만두더라도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대대적으로 마약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마약과의 전쟁을 빠른 속도로 준비하고 있다."라고 했습니다. 재벌과 연예인 등 특정 집단에서만 횡행하던 마약이 일반 학생과 회사원, 주부 등에게 전이됐다는 불안감에서 나온 대책일 것입니다.
정부는 마약류 중독자를 환자 개념으로 접근, 치료를 통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할 수 있는 지원책 또한 시행하고 있습니다. 마약류 중독자를 범죄자로 인식하던 종래의 격리 위주의 형사처벌 정책에서, 치료와 재활이라는 관점으로 옮겨 간 것입니다. 학계에서는 물론 현재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대국민홍보예방교육사업, 마약류중독자 치료보호사업, 사회복귀지원사업이 실시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지요.
뇌세포를 죽이는 물질 중독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는 시각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뇌도 회복이 가능하며 여러 가지 치료가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에 따르면,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뇌세포는 네트워킹이 되어 있기 때문에 파괴된 뇌세포를 되살릴 수는 없어도 나머지 뇌세포들을 자극함으로써 얼마든지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1977년 미국 뉴욕에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 중인 치료공동체(Therapeutic Community)의 사례를 살펴보면, 남성은 77.3%, 여성은 92%가 약물중독 치료 성공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마약 중독자들도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제대로 된 치료는 범죄에 대응하는 것보다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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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책에도 불구하고 마약이 일상에 파고드는 일, 약물 중독 때문에 정신건강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일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안타까운 현실 진단입니다. 청년들은 신원 추적이 어려운 메신저 등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손에 넣고 있습니다. 고령화 및 저출생의 해법으로서 외국인을 폭넓게 받아들인다는 인구정책 역시 마약 문제와는 맞부딪히는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7년 948명에서 2022년 2573명으로 171.4% 늘어났고, 물질 오남용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학교보건법 등은 마약을 포함해 학교급별로 매년 10시간의 약물 오남용 예방 교육을 실시토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보건/담임교사 및 외부 전문강사 등을 활용해 마약의 종류 및 폐해, 법적 처벌기준 등을 여건에 따라 교육하고 있지요.
교육부는 초, 중고등학교 120여개교를 대상으로 예방교육 실태조사 및 현장 의견을 수렴, 현장 맞춤형 '학교 마약 예방교육 강화 방안'을 추가로 마련할 예정이며, 정부에서는 예방 교육 담당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 과정을 2023년부터 신설/운영함과 동시에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 외부 전문강사 활용 확대, 학교의 우수 예방 교육 사례 발굴, 확산 등을 통해 교육의 효과성을 높일 방안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문화적 및 사회적 요인들은 물질 사용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가족의 지원 및 지지집단은 사용자가 약물 사용 중지 노력을 지속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질 중독으로부터 정신건강을 지켜내기 위한 이 모든 사회적 대책의 과정에서는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것입니다.
신림평온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 전형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