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0? 김도영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지난 시즌 김도영 선수는 저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30-60(한 시즌 홈런 30개 이상, 도루 60개 이상을 동시에 기록하는 것)에 에 도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래. 언젠가 될 수 있겠지.'
저도 김도영 선수가 저런 선수로 성장할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이게 2024 시즌에 벌어질 일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을까요?
생각해 보세요. 2023 시즌에 아무리 부상으로 84경기를 뛴 선수라고 해도 홈런 7개에 25개의 도루를 기록한 선수였습니다.
올 시즌 118경기 32 홈런, 35 도루(8월 24일 기준). 같은 선수 맞습니까? 김도영 선수가 구단의 방침(전력 질주 제한)을 거스르면서 까지 도루에 집중했다면 아마 지난 시즌에 이야기했던 30-60은 이미 달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한 선수가 이렇게 까지 바뀔 수 있는 이유가 뭘까를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김도영 선수와의 대화를 통해서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롯데와의 3연전 기간에 나눴던 김도영 선수와의 대화를 공개합니다. 여러분도 김도영 선수가 2024 시즌을 몬스터 시즌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유를 직접 확인해 보시죠.

챔피언스 필드에서 인터뷰 중인 김도영 (사진 : SBS스포츠 박단비 기록원)

저는 김도영 선수의 멘털을 어루만져 주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말이 추측이지 확신에 가까웠습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런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첫 질문부터 제 확신에 가까운 추측을 김도영 선수에게 물었습니다.

도영 선수는 멘털과 관련해서 완전히 믿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 있을까요?

"네"
김도영 선수는 이 답을 하는데 1초의 주저함도 없었습니다.
"전력분석팀의 조승범 코치입니다." (선수들은 전력분석원의 경우도 통상 코치라고 부릅니다. 읽으시면서 이해 바랍니다.)
의외의 이름이 튀어나왔습니다. 당시는 듣기만 하고 추후에 검색을 해봤는데 조승범 전력분석은 1989년생이고 광주제일고-인하대를 거쳐서 지난 2013년에 당시 넥센에 육성선수로 입단을 했고, 현재 기아 타이거즈에 1군 전력분석원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승범 전력분석원은 2024 시즌 김도영 선수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줬을까요?

"시즌 개막하고 3월에 성적이 바닥을 기었어요. 그때 조 코치님이 제가 심적으로 나태해졌다고 판단을 하셨습니다. 저를 방으로 부르셔서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멘털 강연 동영상을 보여주셨어요. 그 강연 동영상을 통해서 제 멘털을 완전히 새롭게 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한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챔피언스 필드에서 인터뷰 중인 필자와 김도영 선수 (사진 : SBS스포츠 박단비 기록원)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데 있어서도 조승범 전력분석원의 권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타격 존을 어떤 식으로 설정하면 좋을 지에 대해서, 어떤 방법을 적용하면 좋을지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제가 1군 캠프에서 기술 훈련을 시작했으니까 캠프 후반이 돼서 타격 존 설정을 끝냈는데 시범 경기 때는 그게 잘 안 됐습니다. 개막하고 시즌 초반 역시 타격 존이 설정이 잘 안 됐어요. 삼진도 많이 당하고요. 그런데 앞서 이야기했던 조 코치님이 보여주신 영상으로 멘털 리프레시를 한 게 도움이 됐고, 그때부터 타격 존이 잡히기 시작했습니다. 쳐야 할 공, 안쳐야 할 공의 구분이 되기 시작했어요."

김도영 선수는 멘털 훈련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다고 생각할까요?
"멘털 코칭의 큰 주제는 '분리'입니다. 공격과 수비를 완전히 분리시키는 거예요. 메이저리그 선수의 예시도 있는데 어떤 선수는 손목 보호대를 두 개를 가지고 뛰면서 공격을 할 때 끼는 손목 보호대, 수비를 할 때 끼는 손목 보호대를 다른 걸로 각각 정하고 경기를 한다고 해요. 각각 다른 손목 보호대를 낄 때마다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거죠. A라는 선수가 있다고 치면 '공격하는 A', '수비하는 A'가 따로 있는 겁니다. "

그리고 한 가지 더 큰 변화를 줬습니다. 야구 일지를 쓰기 시작한 겁니다.
"이 시기부터 야구 일지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의 멘털 컨디션이 어땠는지. 오늘 타격은 어땠는지. 이런 것들을 하루하루 정리했는데 이런 것들이 쌓이다가 보니 좋지 않을 때, 좋았을 때의 야구 일지를 보면서 그 시기를 떠올릴 수 있었어요. 야구 일지도 올해의 성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기아 타이거즈 김도영 (사진 : SBS스포츠 박단비 기록원)

김도영 선수의 야구 일지는 멘털을 다잡는 도구일 뿐만 아니라 전력 분석의 중요한 도구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고척에서 30-30 치기 전에 제가 써놓은 일지를 봤어요. 키움 헤이수스 선수 공에 대해서 이게 좋고, 어떻게 공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써뒀더라고요. 실제로 그렇게 공략을 해서 홈런을 때렸습니다."

김도영 선수는 자기 자신을 공격과 수비의 결과가 서로에게 매우 밀접한 영향을 주던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너무 심했죠. 타격이 안되면 수비까지 영향을 줬어요. 실제로 이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직전 타석에서 결과가 안 좋아서
'아. 차라리 하나 공을 볼 걸.'
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걸 수비에 나가서 생각하고 있던 거예요. 그것도 아주 중요한 상황에서 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타구가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더라고요."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마음을 먹는지가 그에 따라오는 결과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깨우치고 있었습니다.
"30-30 달성 때도, 이건 다른 인터뷰에서도 이야기했던 내용인데요. 첫 타석 파울 홈런 이후에 '나는 이미 30번째 홈런을 친 거다.'라고 아주 강력하게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그 타석 삼진을 당했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었고요."

챔피언스 필드에서 인터뷰 중인 필자와 김도영 선수 (사진 : SBS스포츠 박단비 기록원)

지금까지 김도영 선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조승범 전력분석이 보여줬다고 하는 그 영상이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습니다.
"한 메이저리그 구단의 상당히 유명한 멘털 코치를 데려와서 선수들의 정신적인 부분을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 영상입니다. 조 코치님이 그런 멘털 트레이닝의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공부를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는 항상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
멘털 관련 트레이닝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아직 찬반이 있는 듯합니다. 아마 많은 팀에서 비슷하겠죠? 그래도 김도영 선수는 이를 신뢰하고 따르면서 결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멘털하고 관련된 내용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믿거나 말거나'로 갈릴 수가 있는데 저는 전적으로 따르고 있습니다.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한계를 확인해 보려고 한다.'
이게 김도영 선수가 위에 첨부한 지난 시즌 칼럼에서, 그리고 시즌 초에 직접 이야기했던 2024 시즌의 의미입니다. 그렇게 테스트를 해보고 언젠가 30-60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죠. 그렇다면 2024 시즌 이미 최연소, 최소 경기 30-30을 달성한 김도영 선수는 자신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확인을 끝냈을까요?
"프로의 타자로서의 목표는 항상 규정 타석을 목표로 하고, 좀 더 큰 틀로 30-30을 넘어서는 40-40을 목표로 잡을 예정입니다. 그리고 꾸준하게 3할을 칠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25 시즌에 대한 목표는 이미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정해 둔 상태였습니다.
"타격 수치와 관련한 목표는 30-30, 40-40으로 설정은 하겠지만 만약 내년에 40-40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수비 실책이 좀 줄어든다면 그걸로 만족을 할 겁니다. 보완할 점이 너무 확연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한 보완을 우선시할 예정입니다. 보완할 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수비적인 부분이고, 두 번째는 타석에서 전체적인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 삼진 비율 너무 높거든요. 이 비율을 조금 떨어뜨린다면 더 좋은 기록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4 시즌을 앞두고 김도영 선수가 바꾼 것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손을 먼저 쓰지 않는 것에 집중을 하면서 그에 관련한 드릴(drill : 반복 훈련)들을 열심히 했고요. 그리고 위에 말씀드렸던 멘털 리프레시. 이게 다입니다. 그런데 드릴의 경우는 저만 하는 것도 아니고, 한다고 이게 모든 사람들에게 다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올 시즌 좋은 기록이 나온 것에 대해서 멘털적인 부분이 상당히 크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야구를 멘털 게임이라고도 하잖아요."

좋은 멘털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김도영 선수가 집중하는 것들이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먼저 야구가 안될 때 야구와 멀어지기입니다.
"야구를 하는 이외의 시간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고요. 제가 사우나를 좋아해서 사우나에 갑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 수다를 떨기도 하죠. 이때 최대한 야구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특히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야구와 생활을 분리해서 생각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챔피언스 필드에서 인터뷰 중인 김도영 선수. 이 손동작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이야기를 할 때입니다. (사진 : SBS스포츠 박단비 기록원)

그런데 선수들에게는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왜냐면 야구는 매일매일 치러지는 경기라 어쨌든 매일 야구를 접해야 하거든요. 거기에서도 김도영 선수는 대처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멘털 강연 비디오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말로 생각을 지배한다.' 계속 혼잣말을 하다 보면 그 말이 생각을 가득 채운다는 건데요. 저는 뭔가를 하려고 할 때도 그렇고, 야구가 안 될 때 친구들과 통화를 하면서는 계속 말을 하면서 '나는 야구 선수 김도영이 아니라 지금 너희와 함께 하는 사람 김도영'임을 강조합니다. 그러면 야구를 잊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 김도영 선수와 2024 시즌과 향후 달성하고 싶은 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요약을 해보면 김도영 선수의 2024 시즌의 기록은 아래와 같은 변화로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멘털 리프레시 - 공격하는 김도영과 수비하는 김도영의 분리
  • 야구 일지의 작성 - 멘털 컨디션의 기록, 상대 투수의 장단점 작성
  • 손을 먼저 쓰지 않는 타격 - 기술 훈련
  • 야구와 일상의 철저한 분리 - 말을 통한 강력한 자기 암시
챔피언스 필드에서 인터뷰 중인 필자와 김도영 선수 (사진 : SBS스포츠 박단비 기록원)

이런 과정을 통해서 김도영 선수는 본인이 상상했던 꿈의 기록들을 하나하나 현실화시켜나가고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김도영 선수에게 멘털적인 부분에 대한 어시스트를 하고 있는 조승범 전력분석에 대해서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말 조승범 전력분석원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승범 전력분석원은 김도영 선수에만 조언을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의 임무는 이렇습니다.
"먼저 다가오고 질문하는 모든 선수들에게 제가 알고 있는 것을 이야기해 줍니다. 어린 선수들이나 출장이 잦지 못한 선수들이 주로 먼저 다가오고 질문을 합니다. 자신에게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면 저는 지금 시점에서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먼저 김도영 선수에게 멘털 코칭 영상을 보여주게 과정을 질문했습니다.
"그 영상은 제가 시즌 시작하기 전 접하게 된 영상이었습니다. 시즌 개막하고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였는데 원정으로 이동을 할 때였어요. 도영 선수에게 새벽에 전화가 왔습니다. 요즘 못 칠까 봐 불안한 생각이 들고, 어떤 공이 날아올지 고민이 된다는 내용의 고민이었습니다. 수원 원정 이동일(4월 2일 KT와의 경기를 앞둔 4월 1일 월요일)에 숙소에서 영상을 함께 시청했습니다. 원래 영상은 약 1시간 30분가량의 투수 멘털 퍼포먼스에 대한 내용인데 이걸 타자 쪽으로 바꿔서 제 해석을 첨언하니 2시간가량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후에도 김도영 선수와는 계속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멘털 컨디셔닝이 제 전문 분야는 아닙니다만 경기 중에도 질문을 할 경우는 제가 아는 선에서 도영이를 비롯한 젊은 선수들과 의견을 나눕니다. 다음 타석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 집중해야 할 것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고 있습니다."

그리고 조승범 전력분석원은 김도영 선수가 오히려 본인을 완성시켜 주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보완해야 할 메커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눴습니다. 도영이의 질문도 주로 그 부분이었고요. 그런데 점점 메커니즘이 완성이 되어가니. 이후 멘털 쪽 함께 잡아나가는 과정을 거치게 됐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완성을 시켜나가는 김도영 선수를 보면서 저도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챔피언스 필드에서 인터뷰 중인 필자와 김도영 선수 (사진 : SBS스포츠 박단비 기록원)

이렇게 김도영 선수는 조승범 전력분석을 포함한 많은 주변의 도움을 받아들여서 현재의 모습을 완성했습니다.
맨 위에 링크를 했던 지난 시즌 인터뷰에서 김도영 선수는 주변의 기대감을 본인의 성공 확신으로 바꿀 줄 아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을 보여줬던 바가 있습니다. 2024 시즌은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멘털 컨트롤을 통해 리그 최정상급의 타자로 거듭났습니다.
저는 2024 시즌의 김도영의 기록도 단지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바람을 넘어 KBO의 폭풍이 될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SBS 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