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시즌과 완전히 다른 활약을 펼쳐 보이고 있는 김도영 선수. 그 동안 인터뷰를 언제 하나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 제가 기아 타이거즈 경기를 중계했던 지난 9월 6일, 두산과의 경기에서 비거리 130m 홈런을 때리는 것을 보고, 이 홈런을 구실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어제 생방송 인터뷰도 봤는데 깜짝 놀라셨나 봐요?”
제 요청에 기아 타이거즈 홍보팀에서는 이렇게 되물었습니다. 들켰네요. 네. 정말 놀랐습니다. 어떻게 몸쪽으로 제구가 높게 이루어진 곽빈 투수의 시속 145km의 빠른 공을 잠실야구장의 왼편 상단에 꽂을 수 있는지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생방송에서 김도영 선수는 그 로케이션의 공을 열 개 중에 한 개 정도는 담장 밖으로 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김도영 선수와 인터뷰를 하기 전, 사전 지식을 쌓기 위해서 김도영 선수를 지명했던 당시의 단장이었던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과 통화를 하면서 당시 단장으로서 바라보던 유망주 김도영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TV 중계방송을 보고 있는데 동성고등학교의 한 선수가 유독 눈에 들어왔어요. 바로 스카우트 팀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지요. 고 2래. 이름은 김도영이고. 동성고에 잘 하는 아이가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는데 플레이를 직접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당시 김도영의 플레이를 조계현 단장은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혼자서 그때부터 다른 세상에서 야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조 위원장은 스카우트 팀에 ’저 선수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를 어떻게 해왔는지에 대한 체크해보고 지금부터는 저 선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봐 달라.’고 스카우트 팀에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보는 순간 ‘향후 10년 타이거즈 내야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당시 내야진의 상황이 고참 선수들의 포지션 이동과 FA 등등이 맞물려 있었기 때문에 만일 이 선수가 온다면 충분히 루키 시즌부터 1군 기회를 주면서 차근차근 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스카우트 팀을 통해서 올라온 김도영 선수에 대한 보고도 아주 좋았습니다.
“보고를 받았는데 야구는 뭐 초등학교 때부터 못했던 적이 없데요. 계속 탑이었다는 거예요. 게다가 학교 생활도 아주 잘했고, 주변에서 인성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했어요. 그렇게 야구를 잘하는데도 평상시 훈련을 하는 태도도 너무 좋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희에게 기회가 오면 이 선수를 안 뽑을 이유가 없는 거였죠.”
그런데 그 이듬해 야구팬들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는 변수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광주 진흥고의 문동주 선수의 출현입니다.
“문동주 선수는 투수를 늦게 시작 했잖아요. 늦게 시작한 것치고 투수로서의 전반적인 능력치도 아주 좋았어요. 그리고 스카우트 팀이 자세히 알아보니 이 선수에 대한 인성이나 성향 또 훈련 태도도 또 다 좋아요. 두 선수가 그렇게 모두 기량이나 인성이 좋은 선수들이니까 저희로서는 고민이 될 수 밖에요. 지명 전날까지 스카우트 팀과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습니다. 결국 팀내 내야진의 상황과 함께 김도영 선수를 처음 봤을 때 확신을 했던 부분이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김도영 선수를 1차로 지명하게 됐습니다.”
2년차 김도영 선수의 활약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박찬호 선수가 기아 팀 내에서 유격수로 자리를 잡게 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김도영 선수는 3루수로 자리잡고 있잖아요. 그것만 보더라도 참 대단한 거예요. 유격수와 3루수는 타구 속도와 바운드의 특징이 완전히 달라요. 아무리 어린 선수라고 하더라도 야구 시작하고 어린 시절부터 계속 유격수만 주로 봤던 선수가 프로 3루수비에 이렇게 빠르게 적응을 한다? 저는 이 선수가 가진 감각과 기질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조 위원장과의 통화를 통해서 이 정도의 사전 정보를 가지고 지난 9월 7일, 목요일에 타격훈련을 마친 김도영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조 위원장과의 대화에서 나눴던 3루 수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이제 3루 수비에 좀 적응을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 실책이 가끔 나오고 있는데요. 집중력도 집중력인데 제가 실책이 나올 때는 타격이 안되고 있을 때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타격이 안될 때도 수비에서는 항상 견고함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시범 경기 맹타를 휘두르다가 개막 후 어려움을 겪었던 루키 시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습니다.
“사실 신인왕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어요. 제가 못했던 거잖아요. 물론 인생에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라서 시즌 개막하기 전에는 받고 싶었죠. 시즌 개막하고는 너무 성적이 안 따라줬으니까 신인왕에 대해서는 크게 의식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제가 진심으로 아쉬웠던 것은 제 기록이었습니다. 개막하고 시즌 초반에 워낙 못하다 보니까 기록이 너무 안 좋았잖아요. 시즌 중후반 이후에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안타도 매 경기 나오는데 타율이 좀처럼 안 올라가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부터 생각했어요. ‘기록 다 지우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시작하고 싶다.’라고요.”
그렇게 0할 0푼 0리로 새롭게 맞이한 2023시즌. 부푼 마음을 가지고 새 시즌을 맞이했던 김도영 선수는 개막 2연전을 뛰면서 발등 골절 부상을 당했습니다. 그 부상의 원인에 대해 이렇게 진단을 했습니다.
“주변에서 올해 너무 좋다고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잘 될 거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 자신도 잘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몸 상태도 너무 좋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좀 들떠 있었고 오버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깊은 인상을 받았던 9월 6일 경기의 홈런에 대해서 본인은 오히려 좀 덤덤 했습니다.
“작년에 잠실에서도 길게 친 적이 있어요. 저는 6월에 랜더스필드에서 친 홈런도 굉장히 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어제 홈런이 그때 느낌이랑 정확히 같았어요. ‘그 느낌이면 그 정도는 날아가는구나.’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9월 3일, 랜더스필드에서 밀어친 홈런에 대해서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단 그 때는 한 점이 급한 상황이었고, 정확하게 맞춰서 살아서 나가자는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공을 때리고 나니까 제대로 맞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승을 이어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던 기분 좋은 홈런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항상 야구를 잘 해왔는데도 학창시절에 훈련 태도도 좋았다는 조계현 위원장의 의견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 학생야구시절에 잘해보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고민도 많이 하고, 그렇게 고민을 하는데도 야구가 잘 안돼서 나름 좌절도 겪었습니다. 그래서 훈련을 할 때마다 뭔가 하나라도 얻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생야구시절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습니다.”
참, 제가 봤을 때는 김도영 선수가 카메라 앞에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서 혹시 카메라 앞에서 표정관리를 하는지를 물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답변을 하더군요.
“아직 카메라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카메라 앞에만 서면 표정이 굳어요.”
네. 이제 만나이 열아홉의 선수로서 당연히 카메라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젠가 시간이 흐른 뒤, 김도영은 어떤 선수가 되는 것을 꿈꾸고 있을까요?
“저희 팀에 좋은 선배들이 있잖아요. 최형우 선배님이나 나성범 선배님 같은 좋은 선배님들이요. 경기를 같이 뛰고 있는데도 이 두 선배들은 우리 팀을 이끌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도 저 두 선배들처럼 팀을 이끌고 믿음을 줄 수 있는 선수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팀을 이끌어가는 위치의 타자가 된다면 김도영 선수는 어떤 기록을 만들고 싶을까요? 저는 내심 트리플 쓰리(한 시즌 3할-30홈런-30도루를 기록하는 것, KBO리그에는 97 이종범, 99 홍현우, 이병규, 데이비스, 00 박재홍, 15 테임즈 만이 기록)를 답 해주기를 바랐는데 김도영 선수의 꿈은 그보다 컸습니다.
“주변에서 저에게 너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십니다. 저도 제 무한한 가능성을 믿습니다.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아쿠냐 주니어가 30홈런-60도루를 기록 했잖아요. 저는 언젠가 그 기록을 만들고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종범 코치님이 타이거즈에서 뛸 때 딱 한 번 만들어낸 기록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가 해냈다는 거고 또 누군가는 다시 해낼 수 있다는 거잖아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꼭 30-60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KBO 역사상 한 시즌 30홈런-60도루 이상의 기록을 달성한 선수는 김도영 선수의 이야기처럼 이종범 LG트윈스 코치 단 한 명 밖에 없습니다. 트리플 쓰리를 달성했던 97년, 이종범 코치는 30홈런, 64도루를 기록했고 이후 98년에 일본에 진출했습니다.
김도영 선수는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었고, 2023시즌은 그 가능성이 점점 피어나고 있는 시즌입니다. 어제 있었던 9월 12일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팀은 패했지만 김도영 선수는 홈런을 때려냈습니다.
언젠가 김도영 선수가 30홈런, 60도루를 기록하게 된다면 그 기록을 달성하는 경기 중계는 제가 맡았으면 좋겠네요. 기록 달성 후,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30-60에 대해서 처음 이야기를 나눴던 2023년 9월 7일의 오후를 서로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죠.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