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환경 투쟁 현장들이 희망...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박은영 2024. 10. 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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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소식 180-182일차]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대상 수상

[박은영 기자]

 오랫만에 뜨거운 볕이 나오자 가마우지들이 일광욕을 하고 있다.
ⓒ 임도훈
"이불 좀 털자고요!"

지난 26일, 가을치고는 뜨거운 햇빛이 천막농성장 앞을 내리쬐고 있다. 햇빛이 좋다면서 금요일에 야간담당을 하셨던 잿빛개구리매(세종시민)가 나귀도훈(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을 재촉해 텐트 안에 이불과 깔개 등을 끄집어냈다. 자갈 위에 널어두고 햇빛을 쬐이니 기분도 좋다. 잿빛개구리매가 맨발로 자갈을 밟고 걸으면 좋다고, 건강을 위해 꼭 하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점심을 먹고 자갈밭을 걸어본다. 양말을 신고 걷는데도 너무 아파서 주저앉을 뻔했지만 조금 더 걸어보았다.

180여 일의 농성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랑의 잔소리 덕분이었다. 긴장되고 걱정되는 마음을 내려놓게도 하고, 뭔가 스스로를 위해 더 해보게도 한다. 이 투쟁을 잘 이어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도 다 그런 사랑의 마음들이다. 가을이 깊어갈 수록 더욱 깊어지는 사랑이다.
 대상을 수상한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활동가들
ⓒ 정정환
지난 27일, 세종 영평사에서 2024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 시상식이 열렸다.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은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에게 이날 대상을 수상했다. 삼보일배오체투지 환경상은 사단법인 '세상과함께'에서 2003년 새만금 삼보일배와 2008년 4대강 오체투지 순례의 정신인 사람생명평화를 계승하려는 뜻에서 제정된 상으로 올해 5회째를 맞이한다.

심사위원회는 "강을 살리기 위한 지속적이고 헌신적인 활동과 물 정책 퇴행에 맞선 강고한 연대체 활동이 높게 평가됐다"고 대상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대표로 수상한 문성호 보철거시민행동 공동대표는 금강에서 만난 생명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우리 강이 대가 없이 내어 준 사랑을 따라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임도훈 보철거시민행동 상황실장은 현재 세종보 재가동 중단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이 시작되고 지금까지의 경과를 보고하면서, 전국의 환경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을 기억하고 함께 투쟁할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각자의 현장에서 가진 숙제들을 잠시 내려놓은 활동가들이 서로를 마음껏 축하하고 안부를 물으며 힘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잠시 현장활동의 숙제를 내려놓고 오체투지에 함께 하고 있는 활동가들
ⓒ 이경호
이외에도 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삼보일배상), 발암물질없는사회만들기국민행동(오체투지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단체와 개인이 수상의 기쁨을 같이 했다. 동물권 활동가들과 만난 것도 의미가 컸다. 남방큰돌고래 긴급구조와 지원활동,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와 '제주돌고래서포터즈'(생명상 공동수상)와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알린 '새벽이생추어리'(워리나모상)는 '멸종위기종'과 '먹기 위해 키워지는 동물'을 보호하는 활동이 우리 현장에서 어떻게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30여 년간 우포늪 보전과 습지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은 26일 열린 전야제에서 사라진 따오기를 어떻게 한국에서 다시 번식하게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언론상을 받은 남태제 새알미디어 공동대표는 환경현장을 미디어로 담아 알리는 일이 남은 생의 숙원사업인데 해나갈 힘을 얻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가 아니면 듣기 힘들었을 이야기들이었다.
 오체투지 환경상 수상자들의 모습
ⓒ 정수근
오체투지 환경상 현장에서 만난 활동가들은 생명의 가치에 대해 같은 마음으로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었다. 그저 돈벌이의 수단,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생명이 전락하는 것에 분노하고 다른 환경현장의 사안에도 함께 연대하고 싶어했다. 우리의 현장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언제든 같은 마음으로 싸울 수 있다는 것을 뜨겁게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 아직 우리에게 희망이 있음을 또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어두운 밤에도 달 같은 동지들이 있어 천막농성장은 밝다.
ⓒ 이성우
'후두둑~ 후두둑~'

27일 저녁나절에 천막농성장에 앉아 있는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같이 있던 이들과 빗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밤이 참 아련하고 애잔하다. 새카만 밤빛이 마치 우리의 기약 없는 투쟁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어 어둠에도 우리는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어떻게 울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하며 돌아보면 천막농성장 불빛 아래, 보름달 같은 동지들의 얼굴이 보인다.

달 같은 동지들이 있는 한, 아무리 새카만 어둠 속이라도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금강이 계속 흐를 수 있다면 우리의 길은 계속 열려있을 것이고, 강의 생명들이 우리를 지켜준다면 180일이 1800일이 될 때까지도 우리는 지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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