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보면 너무 예뻐서 같은 여자가 봐도 부럽다는 미녀 배우

(Feel터뷰!)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의 이언희 감독을 만나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남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인생관을 가진 재희(김고은)와 자신의 존재와 감정을 숨기는 것이 익숙한 흥수(노상현)의 13년 동안 이어진 관계성과 성장 과정을 톺아보는 영화다. 영화 <...ing>,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연출한 이언희 감독의 신작이다.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하며 많은 부담을 느꼈을 이언희 감독은 “작가님이 영화화를 맡겨주어 좋았는데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운을 떼었다. “초고와 촬영 직전 시나리오를 보여드리며 좋고 나쁜 점을 체크해 주셔서 감사했다. 원작자는 이 세계관을 만들어준 사람이다. 저에게 특히 중요했다”며 원작을 좋아했던 분들이 영화도 위화감 없이 받아들여주길, 자신을 찾는 시간이 되길 기대했다.
흥수 찾는데만 1년 걸려..

-박상영 작가의 동명 소설집 중 단편 ‘재희’를 영화화했다. 어떤 점에 끌렸는지 궁금하다.

“유일한 취미가 독서인데 그중 박상영 작가의 ‘패리스힐튼을 찾습니다’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러다가 마침 신작이 나와 읽던 중 ‘재희’를 재미있게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데뷔작인 <...ing>(2000)부터 자연스럽게 투톱 영화를 만들었더라. 두 사람의 관계성과 성장하는 이야기를 기본적으로 좋아했었다. 최종적으로는 삭제되었는데 ‘내가 나를 믿지 못해도 나를 믿어주는 너’라는 대사 같은 사람들이 있었으면 행복하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그 바람이 영화에 투영되었고 데뷔작도 그런 마음에서 만들었겠구나 이제야 깨달았다”

-원작을 유지하면서도 영화로 새롭게 만들어야 했던 부분 중 중요한 장면은 무엇인가.

“책을 몇 번씩 다시 봤었는데 소설 속 ‘영’의 시선으로 ‘재희’를 보다 보니 재희의 내면이 보였다. 재희가 꼭꼭 숨겨두었던 감춰진 면을 시나리오 작업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막상 하려니 잘 안 보이더라. (웃음)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가슴 사진이 교내에서 떠돌 때, 재희가 강단에서 옷을 들추는 장면을 추가한 거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내면의 약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원작과 다른 결의 캐릭터 비주얼과 성격 변화가 눈에 띈다. 특히 흥수는 원작의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영과는 사뭇 진지하다. 캐스팅은 어떻게 진행되었나.

“원작에서는 ‘둘의 외모가 키가 큰 거 말고는 봐줄 게 없었다’라고 나온다. 그게 저는 ‘예쁘다’는 말로 들렸고 아름다운 외모를 상상했었다. ‘소설 속 주인공이 하는 말이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젊은 배우들과 일하면서 제가 에너지를 받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도 김고은 배우와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가장 아름다울 때 재능도 꽃 펴서 욕심나는 배우였다. 다행히 대답을 빨리 줘서 재희 역이 성사되었다. 제작까지 꼬박 2년 반이 걸렸는데 그걸 또 기다려 주었다. 들으면 놀랄만한 다른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 영화 때문에 거절한 거로 안다. (웃음) <협녀: 칼의 기억>이나 <파묘> 때도 느꼈지만 몸을 너무 잘 쓴다. 액션 영화에서 꼭 봤으면 좋겠다. 센스도 좋고 머리도 좋다. 젊고 예쁘고 그저 부럽다. (웃음) 리즈시절의 배우를 제 영화에 담을 수 있어 기뻤다.

문제는 흥수였다. 흔히 감독이 배우를 고른다고 생각하는데 우리 영화는 배우가 이 작품을 선택해야만 했다. 누가 맡느냐에 따라 캐릭터가 확연히 달라지다 보니 1년이 걸렸다. 다들 시나리오나 캐릭터도 좋지만 도전하기 쉽지 않다고 거절했다. 이제 어떡하나.. 거의 자포자기하고 있었지만 꼭 임자가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시점에 [파친코]가 공개되었고 노상현 배우에게 연락해 만나보고 싶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흥수랑 분명히 다른 매력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약속 장소에 들어가자마자 ‘해주실 거죠’라면서 졸랐다. (웃음)”

13년 동안 영혼의 찐친 찾기

-재희와 흥수는 한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다. 둘은 서로의 비밀을 능수능란하게 덮어주며 방어막이 되어준다. 우정 이상의 연대를 키워 나가는 남사친 여사친의 케미와 관계성이 돋보인다. 찐 남친, 여친, 혹은 형제, 자매 같은 사이가 동성 친구나 가족 간에도 쉽지 않아서 부럽기도 하다.

“소설 속에서 ‘영’의 자조적이고 가벼워 보이는 말투가 사실은 많이 숨기는 거라고 해석했다. 너무 중요해서 중요하지 않게 말하는 태도라고 봤다. 전화 통화할 때는 상대의 표정을 볼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를 만드는 게 직업인 제가 글을 읽으며 상상했던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게 되었던 거다.

결국 모든 게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인 거다. 아무리 남을 사랑해도 나보다 중요할 수 없는 거다. 재희가 가져간 자궁 모형은 버릴 수 없는 청춘의 일부분을 상징하는 거다. 사실은 결혼식 전날 버렸다가 다시 책상 앞에 놓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선택하지 않았다. 재희와 재희의 흔적이 사라진 집이지만 자궁 모형만은 남아 있다. 이어지고 있는 둘의 관계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20-30대의 이슈인 취업 준비와 꿈 사이의 갈등, 연애, 결혼 등과 사회적 이슈인 왕따, 성소수자 혐오, 데이트 폭력, 스토킹 등을 넣어 서브 스토리를 다채롭게 만들었다.

“독립영화에서는 자주 다뤘지만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 퀴어 소재를 넣은 영화는 드물 거다. 독립영화에서 다루었던 방식과 비슷하게 가고 싶지 않았다. 상업영화를 주로 보고 독립영화를 자주 접해보지 않은 분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지점이 있는 거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장면을 보편적인 시각으로 해석할지 예상할 수 없었다. 같은 장면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기 때문에 기준 잡기가 힘들었다”

-수호 역의 정휘와 호감, 연애, 수위 높은 베드신까지 보여준다. 연출 방향성도 궁금하다.

“정휘 배우를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 봤는데 역시 김조광수 감독의 혜안이 정확했다. 베드신은 배우에게 오롯이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이 쳐놓은 벽보다 네가 쳐 놓은 벽이 더 커’라는 대사를 하면서 차 안에서 커밍아웃하려는 때 미세하게 떨리는 표정이 매력적이었다. 나머지는 두 분이 편하고 자연스럽게 (알아서) 해주었다. 두 분이 서로 대화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다만 저는 감독으로서 자극적으로 찍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비겁하게 찍고 싶지는 않았던 거 같다”

영화 본 후 관객의 목소리 듣고 싶어

-13년이란 시간 동안 단단해진 관계성이 돋보인다. 풋풋한 20대, 30대 사회인의 모습이 많은 공감을 준다. 대학 시절이 떠올랐을 거 같은데.

“제가 일반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특수한 상황에서 학교를 다녀서 축제도 제대로 해보지 않았다. 영화 속 재희와 흥수처럼 그렇게 살아보지 못해서 사실 부러웠다. (웃음)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니까. 그저 그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저의) 바람이 들어가 있다. 특히 결혼 전에 남자는 무조건 많이 만나봐야 한다는 게 재희 캐릭터에 이입되어 있다. 저의 20대 때는 뭐라도 잘못되면 인생이 무너진다고 믿었는데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닌 거다. 무조건 여러 가지를 해봐야 한다. (웃음)

참! 제 경험이 녹아들어 갔던 장면이 있다. 재희가 원나잇하고 피곤한 행색으로 언덕을 올라가는 장면이다. 출근이나 등교하는 사람들 속의 재희를 넣고 싶었다. 그래서 여고생을 꼭 불러야 한다고 요청했고, 말소리도 일부러 집어넣은 거다”

-원작에서는 축가로 핑클의 ‘영원한 사랑’을 부른다. 노상현 배우가 미스에이의 ‘배드걸 굿걸’을 부르는 걸로 바뀌었다.

“뭐로 할지 몇 가지 논의했던 리스트 중에 있던 곡이었다. 걸그룹 노래로 하고 싶었고 당시 사랑받았던 노래라 아슬아슬하게 시기가 맞았다. 이 곡 때문에 산부인과 앞에서 재희 대사를 쓸 수 있었는데 흥수도 재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게 되는 좋은 분위기라서 꼭 쓰고 싶다는 의지를 냈었다.(웃음)”

-얼마 전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관객 호응도가 연일 화제다. 한국 관객과 달랐던 반응 중 기억나는 게 있나.

“제가 걱정이 많은 편이다. 많이 웃어주면 다행인데 조용해지면 재미없는 건가 전전긍긍하게 된다. 천석 넘는 3층짜리 극장에서 배우 사이에서 보느라 힘들었다. 반응을 마치 콘서트장처럼 해주어서 좋기도 했지만 한국 반응은 다를 텐데..라면서 또 걱정을 했다. (웃음) 저 혼자 보고 또 봤지만 이제는 안 볼 수 있는 시기가 온 거다. 제 손에서 떠난 영화라는 생각을 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영화는 제가 만들었지만 영화의 의미는 보신 후 관객으로부터 완성되는 거다”

-데뷔작 이후 20여 년 만에 또 캠퍼스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ing>를 지금 나라면 어떻게 찍을까 상상해 봤었다. 그때는 고등학생 대학생 시절을 잊었다고 생각하면서 촬영했었는데, 지금이야말로 정말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다시 찍어봤으면 좋겠다. 제대로 못 하고 지나간 걸 되새기는 작업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대도시의 사랑법>의 관람 포인트를 짚어 준다면.

“나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영화다. 편한 마음으로 보면 되겠지만. 날씨 좋을 때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영화를 본 후 각자의 해석, 관객 목소리를 듣고 싶다”


글: 장혜령
사진: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대도시의 사랑법
감독
출연
평점
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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