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남녀' 이기택의 조상 격? 서브 남주 계보의 시작을 알린 배우 3

최근 JTBC 드라마 <미혼남녀의 효율적 만남>에서 배우 이기택이 만들어내는 ‘서브 앓이’ 열풍이 심상치 않다. 직진 연하남의 정석을 보여주며 주인공 못지않은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그는, 철벽을 치는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위기의 순간마다 든든하게 곁을 지키는 입체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훤칠한 피지컬과 분위기 있는 비주얼, 그리고 설렘을 유발하는 눈빛까지 더해지며 ‘입덕 유발자’로 떠오른 상황.

이처럼 “이뤄지지 않아서 더 아픈 사랑”이라는 서브 남주의 매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서브병’ 열풍은 과거 수많은 레전드 캐릭터들이 쌓아온 역사 위에 존재한다. 특히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서브 남주 계보의 시조’로 불리는 세 배우, 안재욱, 원빈, 이동건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적인 캐릭터를 통해 이 장르의 뿌리를 만든 주역들이다.


안재욱
<별은 내 가슴에> '강민'

서브 남주 계보를 논할 때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이름은 단연 안재욱이다. 1997년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서 그가 연기한 ‘강민’은 단순한 서브 캐릭터를 넘어, 주인공의 자리를 위협한 역사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당시 이 작품은 차인표와 최진실이라는 초특급 스타를 내세운 정통 로맨스였다. 하지만 방송이 시작되자 시청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강민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허세 가득한 메인 남주와 달리, 강민은 감정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신세대’ 캐릭터였다. 그 진정성 있는 태도는 당시로서는 매우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서사의 흐름 자체가 뒤집혔다는 점이다. 초반부터 강민이 여주인공과 더 깊이 엮이며 이야기를 이끌었고, 결과적으로 조연이었던 그의 존재감이 주연을 압도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이는 지금까지도 드라마 역사에서 흔치 않은 사례로 꼽힌다.

이후 ‘안재욱 신드롬’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그는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다. 심지어 갑작스러운 관심이 부담스러워 해외로 떠났다는 일화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지금의 ‘서브 남주가 주인공보다 더 사랑받는 구조’는 사실상 이 캐릭터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빈
<가을동화> '한태석'

서브 남주를 ‘전설’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인물은 원빈이다.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그가 맡은 ‘한태석’은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대표적인 서브 남주 캐릭터다.

극의 중심 러브라인은 송승헌과 송혜교였지만, 시청자들의 감정을 뒤흔든 인물은 오히려 한태석이었다. 그는 재벌 2세라는 설정 속에서도 단순한 ‘방해꾼’이 아닌, 사랑 앞에서 누구보다 절절한 인물로 그려졌다.

무엇보다 이 캐릭터를 상징하는 건 단 하나의 대사다. “얼마면 돼. 얼마면 되겠어.” 이 한마디는 단순한 대사를 넘어, 서브 남주라는 존재가 가진 비극성과 집착, 그리고 순수한 사랑을 동시에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으로 남았다. 사랑을 돈으로 사겠다는 극단적인 표현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오히려 더 절절하게 전달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원빈은 이 작품을 통해 ‘잘생긴 배우’에서 ‘감정을 설득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거칠면서도 순수한 이중적인 매력은 이후 수많은 ‘나쁜 남자형 서브 남주’의 원형이 되었다. 지금도 “서브 남주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로 가장 먼저 언급되는 이유다.

이동건
<파리의 연인> '윤수혁'

2004년 드라마 <파리의 연인>에서 이동건이 연기한 ‘윤수혁’은 서브 남주의 매력을 한 단계 더 확장시킨 캐릭터다.

극 초반, 까칠하고 권위적인 메인 남주 박신양과 대비되는 윤수혁은 자유롭고 반항적인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여주인공 김정은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 캐릭터 역시 잊을 수 없는 명대사를 남겼다. “이 안에 너 있다.” 이 짧은 한 문장은 당시 사회 전반에 패러디 열풍을 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지녔다. 단순한 고백을 넘어, 상대를 향한 절대적인 감정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윤수혁의 진짜 매력은 후반부에 더욱 빛난다. 사랑을 쟁취하기보다 상대의 행복을 위해 물러서는 선택, 심지어 기억을 잃은 척까지 하며 관계를 지키려는 모습은 ‘서브 남주=희생’이라는 공식을 완성시켰다. 이른바 ‘수혁앓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강력한 팬덤을 만들어낸 것도 이 때문이다.


나우무비 에디터 썸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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