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아줌마', 한국 관객에게 공감과 웃음을 주다?
[안치용 기자]
아줌마는 살짝 비하의 느낌이 들어간 호칭이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든 여성으로 가부장제의 희생양으로 탄생했으면서 동시에 가부장제의 수문장 역할을 하는 게 아줌마이다. 아줌마가 아줌마가 아니었을 때 흔히 한 말이, 당시 아줌마인 어머니를 보며 "난 엄마처럼 살지 않아"였다. 수십 년 전 자신이 그랬듯, 자신을 보며 딸이 같은 말을 하면 아줌마는 지금 무슨 말을 할까. "너도 살아봐라. 별 수 있나"를 상상할 수 있지만, 반대로 "그래. 제발 나처럼 살지 말아라"라고 대꾸하는 장면도 그려진다.
아줌마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담은 한국어인데, 'Ajumma'로 국제적인 개념어로도 사용된다. 한국의 아줌마와 세계의 'Ajumma'가 같지는 않겠지만 아주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비슷한 문화권 국가의 'Ajumma'라면 더 동질감을 느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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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줌마' 스틸사진 |
| ⓒ BIFF |
K-드라마 열성팬인 싱가포르 아줌마의 한국 여행
제목처럼 주인공이 아줌마이다. 3년 전 남편을 먼저 보내고 장성한 아들과 함께 살며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것과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게 삶의 주요 의미인 림 메이화(홍휘팡)는 싱가포르의 아줌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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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줌마' |
| ⓒ BIFF |
예정에 없던 홀로 여행에 돌입하여 사실상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림 메이화는 아들과 통화하다가 관광버스를 놓치는 바람에 낙오하고 만다. 영화는 낙오 이후 사채업자의 빚독촉에 시달리는 관광가이드 권우(강형석), 낯선 도시에서 갈 곳을 잃은 외국인 아줌마에게 호의를 베푼 아파트 경비원(정동환) 등과 한국에서 특별한 여행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다. 웃음과 감동을 적정하게 배합하여 관객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재미와 의미 또한 적정하게 배합되었다.
첫 번째 한-싱가포르 합작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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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줌마'를 만든 허슈밍 감독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발언하고 있다. |
| ⓒ BIFF |
한국 드라마가 영화에 오브제인 양 적절하게 사용되어 결을 증폭한다. 각각 별개인 텍스트를 감각적인 고려하에 잘 배치하면 상호텍스트성을 강화하며 많은 이야기를 쉽게 또 풍성하게 담아낼 수 있다.
림 메이화와 아파트 경비원 사이 언어의 문제는, 처음엔 큰 것으로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소한 것으로 바뀐다. 소통은 언어에 기반하지만, 언어보다 더 강력한 기반으로 작동하는 건 소통하려는 의지와 상호이해이다. 같은 언어를 쓰는 사이에 심심찮게 소통이 일어나지 않는가 하면 언어가 달라도 소통이 용이한 이유이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가 교차하는 상황을 관객은 자막으로 다 들여다보면서, 극중 배우가 오해 속에서 새로운 이해를 발굴해내는 전지적 시점과 유사한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아파트 경비원 반려견의 죽음 등 잔잔한 흐름 속에 꼼꼼한 설정이 많이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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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슈밍 감독과 배우 홍휘팡, 강형석이 7일 부산 해운대구 영상산업센터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 ⓒ BIFF |
괴테의 <파우스트>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그 인간에 당연히 아줌마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까진 당연하지 않았다. 영화 <아줌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삶 속의 이 금기를 정색하지 않은 채 깨야 한다고 영화의 언어로 힘주어 말한다.
글 안치용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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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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