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명이 모인 대가족 모임. 김재중은 그 자리에서 평생 기억에 남을 순간을 선물 받았다. KBS 2TV '편스토랑' 방송을 통해 공개된 건, 부모님의 결혼 60주년을 기념해 모인 9남매의 진짜 이야기였다.

모임이 무르익을 무렵, 넷째 누나가 직접 쓴 편지를 꺼내 들었다. 조용히 낭독이 시작됐고, 공간은 금세 뭉클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아직도 생생해. 얼마나 작고 예뻤는지. 밤마다 울면 팔베개 해주면 곧 잠들곤 했잖아. 천사가 따로 없었지.”

김재중이 처음 입양돼 집에 왔을 때의 기억이었다. 그 말에 테이블 위의 웃음도, 젓가락 소리도 멈췄다.
그 시절 누나의 팔베개를 베고 잠들던 꼬마는 이제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수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여전히 누나의 '작고 예쁜 동생'이었다.
여덟째 누나의 고백은 한층 더 조심스러웠다. 입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로 시작한 회상은, 오히려 더 단단한 애정을 품고 있었다.
“같은 학년이라 더 민감했어. 친동생 아니라고 생각할까 봐 나조차도 속이 불편했거든. 근데 학교에서 혈액형 검사했을 때, 네가 ‘나도 O형이래요’라며 해맑게 웃는데, 순간 조마조마했어.”
피가 섞이지 않았다는 불안보다, 다르지 않길 바랐던 마음이 먼저였다. 혹시라도 결과가 다를까봐 손에 땀을 쥐었다는 고백은,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깊은 사랑의 표현이었다.
“내 동생이지만, 진짜 친구 같은 동생이야. 보살펴줘야 하는 존재.”

그 말을 들은 김재중은 결국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동안 수없이 무대 위에서 팬들과 마주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눈물을 쏟았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피를 넘어서 깊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장면이었다.
9남매, 그리고 32명의 대가족. 숫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특별한 결속의 순간. 김재중의 눈물은 감사였고, 누나들의 편지는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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