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의원회관에서 '성평등' 충돌…포럼 막은 반대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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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한복판에서 고성과 충돌이 발생했다.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김한규·위성곤 의원 공동 주최로 '제주도 성평등 정책 국회 포럼'이 열렸다.
포럼에 참석한 김한규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나중에 자리를 마련해서 말씀을 듣겠다"고 했다.
일부 참석자는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멀리 왔는데 제대로 포럼을 진행도 못 해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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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된 반대 구호에…약 1시간 만에 진행 무산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한복판에서 고성과 충돌이 발생했다.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대림·김한규·위성곤 의원 공동 주최로 '제주도 성평등 정책 국회 포럼'이 열렸다. 제주 지역 성평등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람 30여명이 세미나실에 몰려들어 구호를 외치며 진행을 방해했다.
이날 포럼은 계획대로라면 오후 4시에 시작해 오후 6시쯤 끝날 예정이었다. 포럼이 시작하고 30분이 지나자, 뒷좌석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일어나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반대! 반대!" 의원실 관계자들이 원만한 행사 진행을 위해 설득했지만, 말이 먹히질 않았다. 오히려 들고 있던 피켓을 더 강하게 흔들었다. 피켓에는 '제주평화인권헌장 강력 반대' '원천 무효'라고 적혀있었다. 위험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포럼에 참여한 사람이 "지금 뭐 하시는 거냐, 나가달라"고 말하며 다가서자 반대 측도 바싹 붙었다. 몸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의원실 관계자들은 서로를 떼놓느라 뛰어다녔다.
포럼에 참석한 김한규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나중에 자리를 마련해서 말씀을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마이크 음량도 들리지 않을 만큼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큰 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김 의원은 국회 방호과 직원과 대화를 나눈 후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이들이 반대하는 제주평화인권헌장은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주요 공약 중 하나다. 인권헌장은 성별, 성적 지향, 장애, 병력, 나이, 인종, 혼인 여부, 종교 등을 이유로 도민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인권헌장은 추진 과정에서 계속 삐걱거렸다. 인권헌장 제정과 제주도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지난달 9일 제주 서귀포시에서 열렸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이 단상을 점거하는 등 진행을 막아서서 결국 파행됐다. 다음날에도 공청회를 열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됐다.
이날 포럼을 방해하러 온 사람들도 비슷한 사유를 댔다. 큰 목소리로 구호를 외치던 한 남성은 '어떤 목적으로 포럼에 왔느냐'는 질문에 더 큰 목소리로 답했다. "젠더 교육 자체가 학생의 성 정체성 혼란을 가져옵니다. 그러면 가정과 사회가 무너져요. 아이들을 다 성 소수자로 만들 일 있습니까?" 남성의 이름과 나이, 출신 등을 물었지만 답변을 회피했다. 이외 반대하는 사람들도 개인 자격으로 포럼을 막기 위해 찾았다고 답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참석자는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멀리 왔는데 제대로 포럼을 진행도 못 해봤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성인지 정책 관련 업무를 보고하고 논의하는 공식적인 자리인데 이렇게 방해하는 건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국회 방호과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성을 지르면서 포럼을 방해하는데 왜 끌어내질 못하냐는 것이다.
이들은 어디서 왔을까. 대체로 제주 지역이 아닌 개신교 단체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피켓을 흔들던 한 여성에게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국회까지 왔느냐'고 묻자 "서울 영등포에 살아서 국회의사당 왼편 여의2교를 걸어서 건너왔다"고 답했다. 반대 측은 오는 27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예정된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에서도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결국 포럼은 극렬한 반대 속에서 오후 5시 18분 무산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짐을 싸서 세미나실에서 줄지어 나갔다. 반대 측 무리에 있던 한 여성이 그 장면을 보고 만세를 부르며 소리쳤다. "할렐루야!"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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