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석이 또 한 번 여름을 책임진다. 2019년 <엑시트>에 이어 2024년 <파일럿>까지, 7월만 되면 어김없이 스크린에 등장해 관객을 웃기고 울린 그가 이번엔 <좀비딸>을 들고 돌아왔다. 지난 7월 24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여름의 남자’라는 말, 감사하지만 부담도 커요. 개봉 시기를 제가 정하는 건 아니지만 이 시기에 제 영화가 걸린다는 건 그 자체로 영광”이란 말로 솔직하게 말문을 열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이건 내 거다” 싶었다고 한다. 실제로 그가 연기한 ‘정환’은 얼핏 보면 ‘그냥 조정석’이다. 특유의 능청과 위트, 그리고 절절한 감정이 영화 전반을 지탱한다. “실은 ‘이거 난데요’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웃음). 다만 너무 하고 싶다, 꼭 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어필했죠. 아빠가 된 시점에서 이 시나리오를 만난 것도, 어떻게 보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 같았어요”

좀비가 된 딸을 세상에 적응하며 살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 영화는 사실상 ‘부성애’가 핵심이다. 조정석은 이 감정선을 오롯이 품어냈다. “보통 감정을 끌어내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오히려 조절이 힘들 정도였어요. 마지막에 ‘아빠를 물어’라고 말하는 순간… 감정이 휘몰아쳤어요. 제 안에 이런 부성애가 있었나 싶더라고요”
실제로 영화 속 정환은 현실의 조정석과 겹친다. 그는 코로나 시기 태어난 딸을 키우며 아이가 39도 넘는 열로 아플 때, 온 가족이 마스크를 벗고 아이를 위해 달려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도, 지금도 확신해요. 무슨 일이 닥쳐도 무조건 아이 편일 거예요. 그런 감정들이 연기에 자연스럽게 묻어났어요”

그렇다고 영화가 부성애에만 집중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좀비딸>은 코미디의 힘으로 이 모든 감정을 풀어낸다. 조정석은 “웃기면서도 슬픈, 그 미묘한 균형이 우리 영화의 매력이자 ‘킥’”이라고 표현했다. “좀비에게 물린 척 하면서 춤추듯 도망가는 장면, 그리고 토르로 분장한 동배(윤경호)와의 만남까지… 감독님과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찍었어요. 만화 원작을 일부러 안 본 것도, 제 식대로 해석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가득했다. “좀비가 된 딸 수아를 연기한 최유리 배우는 얼음처럼 침착하면서도 집중력이 정말 대단해요. 능청도 있고, 진지함도 있고. 나중에 얼마나 멋진 배우가 될지 기대돼요. 윤경호 배우는 아이디어 뱅크예요. 연기도 연기지만 준비해 오는 게 어마어마해요”

특히 조여정과는 2005년 뮤지컬 <그리스>부터 함께한 사이. “이번 영화에서 큐트하고 발랄한 모습도 보여주는데, 역시 연기 잘하는 배우는 뭐든 해요. 연화 캐릭터에 너무 잘 맞더라고요”
그렇다고 웃음만 있는 건 아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무게를 더한다. 딸을 감염자라며 진압하려는 사람들 앞에서 정환은 결단을 내린다. “정환이 왜 그렇게 쉽게 포기했을까, 왜 설득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게 영화의 매력 아닐까요? 극적인 순간의 힘, 저는 거기서 영화가 준 메시지를 느꼈어요”
실제로 영화 속 정환은 부성애를 위해 모든 것을 건다. “딸에게 날 물라고 말하는 장면은 저도 찍으면서 너무 힘들었어요. 감정이 너무 북받쳐서, 이걸 담백하게 할까, 그대로 쏟아낼까, 감독님과 계속 상의했어요. 결국 여러 버전 중 하나가 지금 영화에 들어갔죠”

조정석은 작품 선택 기준을 ‘재미’라고 말한다. “그게 스릴러든, 멜로든, 코미디든… 내가 흥미를 느껴야 열정적으로 할 수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장르 불문, 나이 드는 대로 자연스럽게 선택할 거예요”
한편으로는 코미디 이미지가 계속 이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냐는 질문에 “걱정 안 해요. <약한영웅 Class 2>에서는 빌런으로도 나왔잖아요. 이게 너야? 하고 묻는 분들이 많아서 억지로 코미디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를 뿐이죠”

영화에 함께한 고양이 ‘애용이’와의 호흡도 화제였다. “출연료 올라갈 겁니다. (일동 웃음) 카메라를 알아요. 쩍벌 자세로 앉아 있는 애용이에게 한 '다리 좀 모아'라고 하는 애드리브도 그 자세를 보고 그냥 튀어나온 말이에요. 원작에서는 애용이가 말도 하잖아요. 의인화시켜서 서로 대화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좀비딸>은 단지 좀비가 나오는 영화가 아니다. 아빠와 딸,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 가는 여정을 통해 관객에게 뜨거운 감정을 안긴다. 조정석은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아빠였음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아이를 위해 뭔가를 한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아빠니까. 나는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족이든, 친구든, 누구든 간에… 소중함을 다시 느끼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근데 그 전에, 우선은 그냥 재미있게 봐주시면 제일 좋겠어요” (웃음)
- 감독
- 출연
- 이윤창
- 평점
글 · 나우무비 심규한 편집장
사진 · 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