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가 없다" TSMC, AI 타고 3Q 쾌속순항
엔비디아·애플 등 '큰 손' 구애 지속…글로벌 투자도 가속
분사 택한 인텔, 분사 없는 삼성…파운드리 해법 놓고 고민 이어질 듯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업체인 TSMC가 쾌속순항하고 있다. 높은 수율(양품 비율)을 비롯해 탄탄한 반도체 후공정·디자인 생태계를 갖춰 글로벌 빅테크들의 수요를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강력한 수요에 힘입어 TSMC는 하반기도 '나홀로 호실적'이 예상된다. 반면 수 천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삼성·인텔 파운드리는 '전화위복'을 위해 당분간 조직을 정비하고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사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17일 3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한다. 지난 9일 이 회사가 공개한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보다 36.5% 늘어난 236억2200만 달러로, 영업이익·순이익 증가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렸다.
로이터는 시장조사업체 LSEG 전망치를 근거로 3분기 순이익이 92억7000만 달러(2982억 대만달러)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3분기 순이익(2110억 대만달러) 보다 41.3%나 증가한 수치다.
TSMC 실적 호조 전망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AI 투자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엔비디아의 경우 새로운 AI 칩 블랙웰(Blackwell) 1년치가 완판됐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엔비디아 경영진이 블랙웰 칩에 대해 "12개월 분량 주문이 매진됐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오늘 주문해도 내년 말에나 받게 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엔비디아의 핵심 AI 서버 공급 파트너인 대만 폭스콘도 최근 "AI 하드웨어 수요가 견조하다"고 언급했다. 이 회사의 3분기 매출은 1조8500억 대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2% 늘었다.
엔비디아를 비롯해 애플, AMD, 미디어텍, 퀄컴 등이 최첨단 AI칩을 TSMC를 통해 생산하고 싶어하는 만큼 TSMC의 독주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TSMC는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 뿐 아니라 애플, 퀄컴, 미디어텍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생산하고 있다. 애플 아이폰용 'A18' 칩, 미디어텍 '디멘시티9400', 퀄컴 스냅드래곤 8 4세대 등이 TSMC 손을 거쳐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인텔 역시 루나 레이크 칩 대부분을 TSMC에 맡기고 있다. 하루라도 더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이 칩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으로서는 TSMC에 공을 들일 수 밖에 없다.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TSMC는 글로벌 사업장을 더 확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우청원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주임위원(장관급)이 14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TSMC가 독일 드레스덴에서 유럽 내 첫 공장 건설을 시작했다. 앞으로 다양한 시장 부문을 위해 추가 공장 건설을 이미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독일 뿐만이 아니라 다른 유럽 지역에 추가로 공장을 지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같은 전망을 미루어 볼 때 내년 초 실적발표에서 새로운 투자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높아졌다. TSMC는 올해 자본 지출 계획이 300억~320억 달러로 이전 전망치(280억~320억 달러)에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AI 산업 성장성을 우려하는 'AI 거품론'을 불식시키는 빅테크들의 TSMC 구애 행렬에, 경쟁사인 삼성과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도 차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TSMC는 엔비디아 등 팹리스업체 의뢰로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만들고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사로부터 HBM을 받아 최종 결합하는 패키징을 하고 있는데, 오랜 기간 축적해온 반도체 기술과 고객사 노하우를 통해 글로벌 톱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제품 적시 납기, 높은 수율, 고객 맞춤형 생산 등으로 이들 고객을 장기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디자인·패키징 부문에서도 내로라 하는 기업들이 포진해 있어 대만 반도체 위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후공정 부문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ASE테크놀로지스, 파워텍 등이 꼽힌다. 팹리스가 설계한 도면을 생산공정에 맞게 다시 그리는 업체인 디자인하우스의 경우 200여개가 포진해 있어 제품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인텔은 궁여지책으로 파운드리 사업을 분리하기로 했다. 파운드리 분사를 통해 고객들의 정보 유출 우려를 덜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이후 기업공개(IPO) 과정을 거쳐 외부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파운드리 분사에 "관심이 없다"고 밝혀 현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삼성은 설계(시스템 LSI)와 제조(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사업 체제를 두고 있다.
어떤 방식을 택하건 파운드리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대형 고객 유치가 공통 과제로 손꼽힌다. 특히 삼성의 경우 시스템 LSI가 수율(양품 비율) 등의 문제로 완제품(모바일)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고, 파운드리 역시 애플, 퀄컴 등 '큰 손' 유치에 난항을 겪으면서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기술 유출 우려를 줄이고 TSMC와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삼성 파운드리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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