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서준 빚보증 180조…수수료에 가려진 '리스크 도화선'
관련 수익 연간 1조 육박했지만
대출도 갚기 어려워하는 기업들
금융 위험 전이 통로 될까 우려
국내 은행들이 고객의 빚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금액이 한 해 동안에만 2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8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보증이 밀려들면서 은행들이 거둬들인 수수료도 몸집을 불려 연간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문제는 대출조차 제때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으로, 빚보증이 금융 리스크를 옮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20개 모든 은행들이 보유한 확정·미확정 지급보증은 총 182조483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20조9453억원) 늘었다. 이는 2011년 3분기 말(190조2825억원) 이후 거의 13년 만의 최대 기록이다.
지급보증은 표현 그대로 보증을 해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해당 은행들이 이를 대신 상환해 주겠다고 약속한 돈을 의미한다. 주로 기업들이 이용하는 제도로, 부도나 파산 등으로 채무 상환이 어려워졌을 때 은행이 이를 부담하게 되는 구조다.
은행권의 지급보증은 특히 수출 기업에 필수적이다. 은행은 주로 신용장 거래를 비롯한 각종 무역거래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 준다. 이에 따라 무역 거래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업이 부도를 냈을 경우 지급보증을 한 은행이 돈을 변제하게 된다.
이 때문에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국책 금융기관인 한국수출입은행의 지급보증이 47조3190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4.9% 증가하며 은행들 중 가장 많았다. 또 다른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지급보증도 11조6513억원으로 10.4% 늘었다.
그렇다고 국책은행에만 지급보증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 민간 시중은행이 부담하는 몫도 상당한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20조1257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5조4425억원으로 각각 18.3%와 17.7%씩 증가하며 해당 규모가 큰 편이었다. KB국민은행 역시 12조8811억원으로, 우리은행도 9조8670억원으로 각각 9.1%와 15.1%씩 지급보증이 늘었다.
은행은 이렇게 지급보증을 서 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조사 대상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수입보증료로 거둬들인 돈은 49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은행권의 연간 수입보증료는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지난해에도 수입보증료로만 9299억원을 벌어들였다.
다만 최근 들어 기업들의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현실은 걱정거리다. 역대급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은행 빚조차 제때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연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를 유지해 왔다.
이러는 동안 기업대출의 연체율은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7월 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53%까지 높아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12%p, 2년 전보다는 0.29%p나 높아진 수치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마침내 기준금리가 꺾였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p 내렸다. 이로써 2021년 8월 시작된 통화 긴축 기조는 3년 2개월 만에 비로소 종지부를 찍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염려도 여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 타이밍에 예상보다 많이 미뤄졌고, 그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는 만큼 고금리 부담이 극적으로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급보증 등 금융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는 통로를 더욱 면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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