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슈가도 탄 '도로의 무법자' 최후…파리선 완전 퇴출 당했다
한때 세계 주요 도시에서 저탄소·친환경이자 편리하고 지속가능한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대여용 전기 스쿠터(electric scooter)가 ‘글로벌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프랑스·호주 등 일부 국가의 도시에선 속속 ‘대여 서비스 전면 폐지’에 들어갔고, 서비스를 지속하는 곳에선 단속 강화에 나섰다.
지난달 미국 CNN 방송은 대여용 전기 스쿠터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교통 수단”이라 소개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혼잡한 대중교통을 대체할 교통수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기 스쿠터가 매력적인 이동 수단으로 떠올랐지만 현재는 보도와 도로에서 무법자로 전락해 시민들의 불안‧불만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호주, 대도시서 전기 스쿠터 퇴출
가장 최근에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를 완전 폐지한 도시는 호주 퀸즐랜즈 북부 도시 타운즈빌이다. 이달 3일 타운즈빌 시의회 대변인은 이 도시에 전기 스쿠터 대여 사업을 맡고 있는 싱가포르 업체 빔모빌리티와의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조치로 빔모빌리티는 다음달 2일까지 타운즈빌 거리에서 자사 전기 스쿠터를 모두 철거해야 한다.
앞서 지난달 13일 호주 브리즈번과 멜버른에서도 전기 스쿠터 대여 사업을 퇴출했다. 멜버른 시의회는 “수백 건의 불만 민원, 사고 보고를 검토해 도시 안전을 한단계 발전하기 위한 조치로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를 금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리스 멜버른 시장은 “이것은 멜버른 보행자를 위해 보도에서의 혼란을 종식시키고 우리 도시를 다시 안전하게 만들 기회”라고 강조했다.
호주 여러 도시에서 전기 스쿠터가 퇴출되는 이유는 각종 사고와 부상 증가 때문이다. 로열멜버른병원은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치명적인 충돌을 포함해 256건의 전기 스쿠터 관련 부상을 소개하며 전기 스쿠터 사용자를 위한 안전조치 개선을 촉구했다. 멜버른에서는 면허 없이도 전기 스쿠터 대여가 가능하며, 최대 시속 25㎞까지 주행할 수 있었다.
유럽서도 애물단지…퇴출 또는 단속 강화
유럽에서도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는 한때 유럽에서 가장 많은 전기 스쿠터가 운행되던 도시였는데, 지난해 12월 전기 스쿠터 대여를 완전 퇴출했다. 유럽 도시 중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를 불법화한 최초 사례다.
파리는 2018년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를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느슨한 규제로 전기 스쿠터 라이더들의 고속 질주, 보도에 널부러진 스쿠터들로 인해 불만 민원이 폭주했다.
특히 보행자들 사이를 지그재그로 고속 질주하는 라이더들의 모습은 전 세계에 파리를 비호감 도시로 낙인찍는 요소가 됐다. 결국 2021년 전기 스쿠터로 인한 첫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악화됐고 2023년 주민투표에서 90%가 ‘전기 스쿠터 퇴출’에 찬성하자 결국 전기 스쿠터는 파리에서 사라지게 됐다.
영국 런던은 전기 스쿠터 대여 서비스에 엄격한 단속을 시행 중이다. 스쿠터를 대여하려면 어플을 다운로드한 뒤 등록 절차를 완료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나이와 운전면허증 소지 여부 등을 인증해야 한다. 또 주행 전엔 런던 내 교통안전 교칙에 대한 필수 과정도 이수해야 한다. 글로벌 여행전문매체 트래블러는 “규제가 엄격해 런던에서 관광객이 스쿠터를 빌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전기 스쿠터 대여자가 규칙을 위반할 경우 고액의 벌금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헬멧 미착용시 200유로(약 30만원), 보도 운행시 500유로(약 74만원)이다. 전기 스쿠터를 불법 주차하면, 업체 운영자와 대여자 모두에게 벌금을 부여한다.
덴마크 코펜하겐은 2020년 전기 스쿠터의 고속 질주와 불법 주차 문제로 대여 서비스를 전면 금지했다가 2021년 재개했다. 다만 도심에선 전기 스쿠터를 이용할 수 없으며, 240개 지정 구역에서만 시속 20㎞ 이내로 운행할 수 있다. 헬멧 미착용시 최대 1500크로네(약 19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주차 단속과 속도 제한(보행자 구역에서 6㎞/h)을 엄격하게 단속한다.
한국도 전기 스쿠터 논쟁 합류
CNN은 전기 스쿠터 사용 논쟁에 가장 최근 합류한 도시가 한국의 서울이라고 전했다. 매체는 K팝 수퍼스타인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음주 상태로 전기 스쿠터를 몰았던 사실이 적발되면서 논쟁이 촉발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전기 스쿠터를 포함한 원동기장치 자전거 음주운전 사고는 꾸준한 증가세다. 2019년 163건에서 2020년 191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후 2021년 110건으로 잠시 줄었으나 2022년 143건, 2023년 144건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전동킥보드·스쿠터 대여 업체가 늘면서 이용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단속 기준은 낮아 사고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단속에 걸려도 벌금이 크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초등때 학원 안가도 이건 했다…'최상위 1%'의 비밀 | 중앙일보
- 결혼, 이혼, 동거 중…함소원 "내 미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 중앙일보
- 엄마 이혼시킨 두 딸이 고백했다…고독사 아빠의 ‘이중생활’ | 중앙일보
- 내 입이 40개 국어 술술 한다…AI 써먹는 초간단 방법 4가지 | 중앙일보
- "요즘 살빠지니까"…미코 출신 레이싱모델 신해리 32세로 사망 | 중앙일보
- 정선희 "남편 숨겨주고 싶었다"…고 안재환 실종신고 안 한 이유 | 중앙일보
- 검은 옷 입었다가…"심하면 1시간 내 사망" 성묘객 노리는 이놈 | 중앙일보
- 성공한 여자 옆엔 항상 '불륜 남편'…일하면서 가정 소홀한 탓? | 중앙일보
- "내가 왕이 될 상인가"…유일한 '세조 초상화' 국보 미지정 미스터리 | 중앙일보
- "두번 다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나이 든 부모님에 위험한 이것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