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모실게요, 은밀하게…백화점 지하에 생긴 '비밀의 방'
마스크 해제와 봄 날씨가 맞물리면서 뷰티 업계, 그중에서도 침체했던 오프라인 뷰티 매장들이 손님 끌어모으기에 나섰다. 무엇보다 매장 안에서 화장품 테스트가 가능해지면서 이를 활용한 서비스가 느는 추세다.
“따로 모실게요”…비밀의 방으로
올해 초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에스티로더 매장에는 ‘비밀의 방’이 열렸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10㎡(약 3평) 남짓 작은 크기에 침대가 하나 놓여있는 이 공간은 1층에 새롭게 생긴 에스티로더 리 뉴트리브 전용 매장 옆 스킨케어 룸이다. 최상급 라인인 리 뉴트리브 제품의 체험을 위해 만든 일종의 마사지 룸으로, VIP 고객을 위한 스킨케어 및 스파 서비스가 이뤄진다.
에스티로더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이 본점 뷰티관을 리뉴얼 오픈하면서 시슬리와 겔랑, 라프레리 등이 별도의 스킨케어 룸을 만들었다. 지난 1월에는 스위스 스킨케어 브랜드 발몽도 합류했다. 이들 스킨케어 룸은 주로 구매 금액이 높은 VIP를 대상으로 제품을 활용한 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용도다.
그동안 매장에서 손등이나 얼굴에 살짝 발라보는 수준의 테스트에 그쳤던 고객들의 호응이 높다. 무엇보다 길게는 두 시간 동안 극진한 대접을 받을 수 있어 고객들 사이 ‘돈 쓴 보람이 있다’는 후기가 나오고 있다.
‘풀 메이크업’까지 무료로
콧대 높던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일제히 별도의 룸까지 만들어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면, 색조 브랜드들은 각종 컨설팅(상담)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이달 초부터 맥은 롯데백화점 앱을 통해 사전 예약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피부 톤에 맞는 립스틱 색상을 찾아주는 ‘립 컬러 컨설팅’ 서비스를,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신제품 립스틱을 활용해 간단히 수정 메이크업을 해주는 ‘메이크업 터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잠실점의 메이크업포에버는 ‘아이&브로우 메이크업’ 서비스를, 지방시 뷰티는 얼굴 전체 화장을 해주는 ‘풀 메이크업’ 서비스를 시작했다.
대부분 30분~1시간 소요되는 이들 서비스는 모두 무료다. 이런 메이크업 서비스나 스킨케어 서비스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과감한 투자다. 마사지가 가능한 전문가를 고용해야 하고, 메이크업 역시 별도로 교육받은 전문가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차승아 롯데백화점 본점 화장품파트 리더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고정 고객이 많아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들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본점 지하 1층에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들이 메인 동선보다 안쪽에 위치한 것도 독립적인 상담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발라봐야 안다, 오프라인의 반격
오프라인 뷰티 매장들이 이 같은 맞춤 서비스에 나선 이유는 코로나19로 부쩍 성장한 이커머스 뷰티 업계의 세 불리기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매장 나들이가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화장품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8년 총 9조5821억원에서, 2020년 12조4221억원으로 30%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조사한 명품 화장품 채널별 점유율을 봐도 이커머스는 2017년 12.8%에서 2021년 21%까지 늘었다. 반면 백화점 채널은 같은 기간 58%에서 50.5%로 축소했다.〈그래픽 참조〉
지난 2021년엔 무신사가, 지난해에는 컬리가 뷰티 버티컬(특정 카테고리 전문) 서비스를 시작했고, 2020년에는 쿠팡도 명품 화장품 브랜드 온라인숍 ‘C.에비뉴’를 론칭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도 샤넬·디올·톰포드·에르메스 등 약 90개 브랜드가 입점해 1500여개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이에 맞서 오프라인 뷰티 업계는 ‘체험 후 구매한다’는 성향이 강한 화장품 분야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립스틱 컬러가 얼굴색에 맞을지, 크림을 발랐을 때 피부 트러블이 생기지 않을지를 매장에 직접 나와 시험해 보려는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얘기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실내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면서 자유롭게 매장에서 테스트가 가능해졌고, 매장이 부쩍 북적이고 있다”며 “명품 화장품도 온라인으로 쉽게 배송받을 수 있는 시대에 매장에 나오는 고객을 위한 차별화 서비스는 앞으로도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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