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고물가에 청년센터 이용자 수 폭증…3년새 16배 ‘쑥’
지난해 57만여명이 서울청년센터 방문
각 자치구마다 운영하는 청년 공간도 인기
평일 오후 찾은 서울 도봉구의 서울청년센터. 1층과 2층에 공부할 수 있도록 마련된 책상과 공간에는 빈자리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많은 청년이 노트북으로 작업하고 있거나 책을 펼치고 공부하는 모습이었다.
만 19~39세가 이용 대상이라는 안내문이 있었고, 방문객 대부분은 20·30대였다. 이곳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안모씨(25)는 "원룸에선 공부하기 쉽지 않아 매일 나와야 하는데 독서실이나 커피값이 너무 부담돼 힘들다"며 "무료로 눈치 안 보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청년센터를 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센터를 찾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취업난과 고물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학습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시와 서울광역청년센터가 운영하는 서울청년센터는 청년 누구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현재 도봉구를 포함해 마포구, 서초구 등 서울 1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율이 많은 청년의 접근성을 높였다. 센터에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습 공간 외에도 빔프로젝터가 설치돼있는 회의실이나 화상 면접을 진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 등의 시설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날 만난 청년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걱정을 한시름 덜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학 휴학 후 인턴을 준비한다는 임모씨(23)는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무료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청년센터 여러 곳을 다녀봤는데 모두 지하철역과 가까이 있어서 접근성도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퇴사 후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모씨(28)도 "화상 면접이 있을 때 센터 내에 있는 스튜디오를 빌려 진행했다"며 "개인적으로 찾아보고 준비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데 편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서울청년센터를 찾는 인원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광역청년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총 센터 공간 이용자 수는 57만4308명에 달한다. 2021년 3만4040명에서 16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개관 일수 기준으로 산술적인 계산을 해봐도 이용자 수는 8배가량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에도 지난 6월 기준 39만6241명이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지난해보다 더 많은 청년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자치구마다 추가로 청년 공간을 마련하는 경우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중 13곳에서는 청년들이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별도로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관악구에서 운영하는 ‘관악청년청’은 지난해 5월 개관해 매달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들이 교류할 수 있는 활동공간을 비롯해 고용, 일자리, 복지 등 청년 맞춤형 사업도 제공하고 있다. 관악청년청 관계자는 "올해 2만명 정도 방문할 걸로 예상했는데 8월 말 기준으로 벌써 6만30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청년청을 찾았다"며 "취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이나 원데이 클래스 등 행사도 진행하는 데 반응이 좋아 앞으로 더욱 지원을 확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평일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낸다는 취업준비생 최혜수씨(24)는 "카페에서 공부하는 게 사회적으로 인식도 좋지 않다 보니 꺼리게 됐는데, 청년청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좋다"며 "찾아보니 각 구마다 청년센터가 마련돼 있는 것 같아 접근성이 좋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해 서울시는 청년센터를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성북구 센터 개관이 예정돼있고, 2026년 하반기에는 서대문구의 연희 공공주택 내 센터 조성에 나선다. 또 중구 등에도 시와 구가 조성 계획을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2년부터 시 차원에서 청년 공간 재구조화하는 걸 방침으로 수립한 이후 청년 공간을 자치구별로 1개 센터씩 설치하려고 논의 중"이라며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음을 확인한 만큼, 관련 시설을 늘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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