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없이 다이어트 약 최대 처방, 수십억 리베이트까지 챙긴 병원

다이어트 약 처방 전문병원을 운영하며 약사와 제약사로부터 21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의사와 마케팅 업자 등 7명을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 중 병원을 운영한 마케팅 업자 2명과 행정실장 1명, 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 1명 등 4명은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들 일당은 서울 시내에서 2020년 2월부터 지난 2월까지 5년에 걸쳐 다이어트 약 처방 전문 병원을 운영하며 약사 및 제약사 관계자들에게 약 21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리베이트를 제공한 약사와 제약사 관계자들 또한 약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9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범행을 공모한 일당은 2020년부터 2021년에 걸쳐 병원 3개를 개소하고, 병원 건물 내 3개의 약국과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다이어트 약 판매 수익의 50%를 챙겨 16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았다. 또한 다이어트 약을 판매하려는 제약사 도매상 등 3명에게 약 5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겼다.
해당 병원들은 마케팅 대표와 행정실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일명 ‘사무장 병원’인 것으로 밝혀졌다. 사무장 병원은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 개설한 의료 시설을 말한다. 최초로 범행을 계획한 의사 A씨는 다이어트 병원은 마케팅이 수익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해 마케팅 업자들에게 병원 개설과 운영을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자체 ‘진료 가이드’를 만들어 환자들의 상태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다이어트 약을 처방했다. 다이어트 약을 처음 복용하는 경우, 복용 경험이 있거나 과체중인 경우, 유지하는 경우 등 사전에 환자의 종류를 임의로 분류해 처방하는 식이다. 특히 비교적 단기간에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식욕억제제를 최대량으로 처방해 일부 부작용 환자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환자들이 두드러기나 심장 통증 등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에는 “환불 안 된다”, “블로그에 올리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 된다”고 대응했다. 병원의 실수로 잘못된 처방을 내린 점을 인지하고도 “애매모호하게 말을 한 후 질질 끌어서 화를 낮추고 포기하게 하는 전략을 쓰자”는 대화를 나눈 정황도 포착됐다. 이들이 운영하던 3개의 병원 중 한 곳은 지난달 폐업했지만, 2개소는 여전히 운영 중이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치밀한 수법도 동원됐다. 실제 의사가 개설한 병원처럼 보이기 위해, 고용한 의사와 허위 투자약정서를 작성해 병원 개설 및 운영에 쓰인 돈을 차용금으로 위장했다.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행정조사를 피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인 다이어트약 처방과 진료만 시행했다. 직원들이 퇴사하는 경우에는 신고를 막기 위한 ‘비밀준수협약서’까지 받았다.
이번 사례는 약사법과 의료법에 처방전 제공·수수 대가 금지 조항이 신설된 이후 최초로 약사들이 적발된 사례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약사법 제24조와 의료법 제23조는 약국 개설자 등이 처방전을 대가로 의료인·의료기관 개설자 등에게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경찰은 “다이어트 병원 선택 시 의료진 전문성과 약물 처방 부작용 안내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치료 효과의 체험담이나 과장 광고만을 믿고 과도한 다이어트 약 처방에 의존할 경우 고혈압과 심장질환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율 기자 jun.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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