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1년…"흥미·적성보다 수강인원 따라 선택"
"진로·적성보다 '대입' 유불리 따라 과목 수강"
'온라인 공동교육과정·절대평가 확대, 수능 영향력 축소' 등 제안
지난해 학생 진로·적성에 맞춰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고교학점제가 도입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대입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1년 평가가 나왔다. 지역·학교 간 과목 개설 격차와 내신 상대평가 병기, 수능 영향력 유지 등이 맞물리며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공동교육과정 확대, 절대평가 점진 확대, 수능 영향력 축소, 학생부 중심 평가 강화 등 후속 보완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10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발표한 '고교학점제 이상과 현실'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9 개정 교육과정에서 35.5%였던 학생 선택과목 비중은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과 함께 적용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51.7%로 확대됐다. 선택과목 비중이 절반을 넘겼지만, 연구진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선택권은 여전히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연구진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27일까지 학생·교사·입시 관계자 등 총 36명을 대상으로 초점집단면담(FGI)을 진행한 결과, 고교학점제에서 학생들이 개인의 흥미·적성보다는 내신·수능, 대학별 권장과목 등 유불리에 맞춰 과목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선택과목에서 상대평가 등급 병기가 유지되면서 학생들은 내신 등급을 확보하기 위해 수강자 수가 많은 과목을 선호했다. 관심있는 과목도 수강자가 미달이라 폐강되는 경우도 있었다. 심층 인터뷰 대상 학생들은 "작곡가가 꿈인데 수강자가 적어 음악 과목이 폐지된 적 있다", "답이 정해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들이 전공 적합성을 안내하기 위해 제시하는 '핵심·권장과목' 역시 현장에선 사실상 '필수'처럼 작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생은 "목표 대학에서 권장과목을 제시하면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절반"이라고 했다. 연구진은 권장과목 제시 방식이 구체적일수록 학생들의 선택권을 제약하고, 해당 과목을 개설하지 못하는 학교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학교 규모와 지역에 따라 과목 선택권 자체가 크게 갈린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규모 학교나 특목·자사고는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이 상대적으로 가능하지만, 소규모 학교는 절대적인 선택지가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학이 요구하는 핵심·권장과목을 학교가 개설하지 못할 경우, 학생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학교 여건이 곧 입시 불리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은 고교학점제 안착을 위해 ▲온라인학교·온라인 공동교육과정 확대를 통한 지역 간·학교 간 과목 개설 격차 완화 ▲절대평가 과목의 점진적 확대 ▲수능 영향력 축소 ▲학생부종합전형 확대 및 내실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과목 선택권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상대평가 병기로 인한 과목 선택 왜곡 및 경쟁 심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3년간의 고교에서의 학습 과정이 종합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학교생활 중심의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고, 수능의 영향력은 축소해나가야 한다고 봤다.
연구진은 "고교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교육과정뿐 아니라 학생평가, 대입제도, 고교유형 등 고교체제 전반의 개선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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