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쁜 언니 상시 대기" 길 한복판 낯뜨거운 간판…단속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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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언니 상시 대기, 무한 초이스.'
이곳을 지나던 직장인 김모씨(32)는 "출퇴근하면서 매일 지나는 길인데 저런 간판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구청이나 경찰에서 용인해주는 건지 단속을 안 하고 그냥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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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외광고물법상 미풍양속 해칠 경우 설치 안돼
판단 권한 가진 지자체…"표현의 자유"
'이쁜 언니 상시 대기, 무한 초이스.'
주말 저녁 찾은 서울 관악구의 큰 길가.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 코앞이지만 버젓이 자극적인 문장이 쓰인 간판이 걸려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큰길 한복판에서 노란색의 밝은 간판은 시선을 끌고 있었다. 몇 발자국을 움직이지 않았지만, 인근의 또 다른 건물에도 ‘'미인 20·30대들과 사탕처럼 달콤'이라는 멘트와 함께 속옷 차림의 여성 사진이 붙어있는 간판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곳을 지나던 직장인 김모씨(32)는 "출퇴근하면서 매일 지나는 길인데 저런 간판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구청이나 경찰에서 용인해주는 건지 단속을 안 하고 그냥 두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학생 최모씨(24)도 "저런 음지의 행위를 당당하게 드러내는 게 이해가 안 되고 볼 때마다 불쾌하다"며 "아이들이나 어린 학생들도 다 볼 텐데 유흥문화가 당연하다고 생각될까 봐 걱정된다"고 심경을 밝혔다.
최근 술집이 많은 거리에서 자극적인 문장이 적힌 간판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 밤에만 별도로 꺼내서 설치하는 입간판, 에어 벌룬과 같이 이동 가능한 광고물이 아닌 고정된 간판 자체에 자극적인 내용을 넣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낮 시간대에도 그대로 시민들에게 노출되다 보니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간판 관련 민원 신고는 올해 9월까지 10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4건이 접수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 차원으로 민원이 제기되더라도 해당하는 지자체로 민원을 이첩하고 있다"며 "서울시로 직접 신고를 넣기보다는 구청 차원으로 접수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옥외광고물법 제5조에 따르면 음란하거나 퇴폐적인 내용 등으로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거나, 청소년의 보호 및 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 간판 등 광고물을 표시하거나 설치할 수 없다.
미풍양속 저촉 여부 등 간판 전반에 대한 허가·취소 판단의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하지만 이를 결정하는 기준은 명시돼있지 않아 간판에 자극적인 문장을 넣더라도 구청에서는 별다른 조처를 하고 있지 않다. 관악구 관계자는 "표현의 자유가 있고 엄청난 정도의 수위가 아닌 이상은 웬만하면 그대로 둔다"며 "관리를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부분이 허가 없이 간판을 다는 경우가 많다 보니 모든 업장을 100%를 살펴보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도 "입간판이나 에어 벌룬은 무조건 치우도록 하고 과태료도 부과하지만, '아가씨 상시 대기'와 같은 멘트가 있다고 해서 따로 처벌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며 "자체적으로 단속을 나서기보단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 현장을 방문하는데, 문구 자체로 판단하는 것은 어려워 설치된 간판 자체의 규격 등이 불법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조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리 공백을 메우기 위한 명확한 규정과 처벌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극적인 간판을 달 수 있는 건 표준화된 규정이 없고 기준이 지자체마다 다르기 때문인데 사실 해외 어디를 가도 그런 문구는 볼 수 없다"며 "선진사회라면 적어도 단속이 이뤄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단속 권한과 법적 근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후 강력하게 단속해서 영업정지 조치를 하고, 이후에도 이름만 바꿔서 똑같이 영업하는 것도 막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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