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 드러나는 가족의 비밀

최동규 2025. 9. 1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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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비밀 하나쯤은 갖고 산다.

김대환 감독의 신작 <비밀일 수밖에> 는 제목 그대로, 비밀을 둘러싼 은밀하지 않은 담론이다.

춘천에 사는 미술교사 정하(장영남).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아들을 키워왔지만, 그녀에겐 두 가지 비밀이 있다.

비밀일 수밖에는 바로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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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영화리뷰] <비밀일 수밖에>

[최동규 기자]

누구나 비밀 하나쯤은 갖고 산다. 그 크기와 무게는 각자의 삶의 무게와 닮아 있다. 김대환 감독의 신작 <비밀일 수밖에>는 제목 그대로, 비밀을 둘러싼 은밀하지 않은 담론이다.
▲ 포스터 <비밀일 수 밖에> 공식 포스터
ⓒ (주)슈아픽처스, ㈜AD406
춘천에 사는 미술교사 정하(장영남).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아들을 키워왔지만, 그녀에겐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과 동성 연인 지선(옥지영)과의 관계다. 아들 진우(류경수)가 캐나다에서 여자친구 제니(스테파니 리)를 데려오고, 제니의 부모까지 합류하면서 평온하던 집은 작은 소동의 무대가 된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건 아니지만, 정하가 감춰온 비밀들이 차츰 수면 위로 떠오르며 긴장감이 집 안을 가득 채운다.
영화는 '가족 모임'이라는 일상적인 설정 속에서 유머와 불편함이 교차하는 순간들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봄철 땅을 뚫고 올라오는 새싹처럼, 원치 않아도 드러날 준비를 하는 비밀들. 작품은 각 인물이 왜 '비밀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 들여다보며 서사를 이어간다. 아픈 몸을 감춘 엄마, 앞날을 숨기는 아들, 체면을 중시하는 아버지,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 잘못은 없지만, 말하지 못한 사실들이 쌓이면서 갈등은 겹겹이 쌓여간다.
▲ <비밀일 수 밖에> 공식 스틸컷 <비밀일 수 밖에> 공식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AD406
김대환 감독은 전작 <초행>, <겨울밤에>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호흡을 이번에도 유지한다. 갈등을 폭발시키기보다, 그 사이사이에 스며 있는 시선과 숨결을 놓치지 않는다. 관객은 어색한 웃음과 스며드는 체념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자신을 투영한다. "우리 가족도 저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중심은 단연 장영남이다.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엄마이자 연인으로서 흔들리지 않으려는 복잡한 내면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채운다. 작품의 주춧돌, 아들 진우 역의 류경수와 제니 역의 스테파니 리는 지붕처럼 안정감을 더한다. 지선 역의 옥지영은 든든한 기둥처럼, 박지일·박지아 부부는 현실적인 부부 케미로 집을 완성하는 석가래처럼 제 몫을 다한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튀지 않고 고르게 어우러져, 가족이라는 집단의 리얼리티를 완성한다.

비밀일 수밖에는 반전도, 시원한 결말도 없다. 그래서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 남는 건 잔잔한 여운이다. 놀이기구로 비유하자면 짧고 강렬한 자이로 드롭이 아니라, 느리지만 오래 남는 대관람차에 가깝다. 좁은 집 안에서 이어지는 시선과 대화의 흐름은 관객이 인물들 곁에 앉아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고, 감정을 동화시키며 오래 남는다.
▲ <비밀일 수 밖에> 공식 스틸컷 <비밀일 수 밖에> 공식 스틸컷
ⓒ (주)슈아픽처스, ㈜AD406
"집을 짓는 건 꼭 크고 멋진 건물이 아닐 수도 있다."

때로는 과수원 안 작은 농막이라도 제 역할을 다한다면 충분히 좋은 집이다. 비밀일 수밖에는 바로 그런 영화다. 조용하고 담백하지만, 감성은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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