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감 느낀다"... 미-이란 휴전 협상에 갇힌 이란 국민들

정주진 2026. 6. 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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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지연되는 사이 중동 전역이 경제적 고통

[정주진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미국 <ABC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다음 주중에 이란과 휴전을 연장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내가 아주 빨리 해결했다"면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 간 휴전 합의를 이끌어낸 점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가 있기 전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휴전에 합의했다고 밝혔고 이후 미국의 레바논 대사관 또한 "헤즈볼라로부터 미국이 제안한 상호 공격 중단 수용에 대한 확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중재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공격을 명령하고 이에 대해 이란이 종전 협상에는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의 휴전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경 입장을 표명한 후에 나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화를 했고 레바논에서의 군사 작전을 축소할 것을 압박했다. <CNN 뉴스>는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화를 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망치지 않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타결 시점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종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자신의 승리를 보여주기 위해 이란과 쉽게 합의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는 "군사적 승리보다 더한 것이 될 것"라며 이란과의 협상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양해각서(MOU) 초안을 승인하지 않았고 이란에 새로운 조건을 추가로 제시했다. 이란 또한 이에 대응해 수정안 제시와 함께 협상을 깰 수도 있음을 밝히고 있다. 양국이 여전히 핵무기 개발 포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이란 동결 자산 해제 등과 관련한 세부 사항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일주일 안에 합의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전쟁과 협상 사이에 갇힌 이란 시민들

종전 협상이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미국과 이란의 기싸움이 이어지고 심지어 저강도 교전까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많은 사람이 이번 전쟁에 인질로 잡혀 당장의 생존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싸여 있다. 그중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건 이란인들이다.

<가디언>과의 전화 통화에서 작은 사업을 하는 아미르라는 가명의 남성은 "굴욕감을 느낀다"며 "이건 휴전이 아니라 우리 생명과 피를 놓고 미국과 이란 간 계속되는 경매"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미국의 개입이 정치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었지만 전쟁 후 경제와 인권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보면서 이란이 치르는 비용이 너무 큰 것이 아닌지 질문하게 됐다"고 했다.

<가디언>은 전쟁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가족 내 분열을 겪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사이드라는 가명의 남성은 경제적 어려움과 매일 체포와 처형이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의 일방적 보도 때문에 가족 내 분열, 특히 세대 간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 내 노년층은 세뇌된 젊은층이 국가의 수치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노인들은 국영 방송이 얘기하는 모든 것을 믿고 정권이 젊은이들이 처형당한 사실도 모른다. 시위했던 젊은이들을 스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보도는 많은 사람이 국영 TV에서 트럼프 대통령 사진을 표적으로 삼아 총을 쏘는 모습과 어린이까지 참여하는 군사 훈련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을 매우 우려하고 있는 상황도 전했다. 인권활동가인 엘나즈는 "어린이와 청소년이 검문소에 배치되고 TV에서 무기 사용을 보도하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이 전쟁이 정상적인 일로 취급되는 걸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인들은 당연히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라고 있지만 다른 한편 전쟁 후에도 계속될 경제적 어려움과 이번 전쟁으로 오히려 강화된 정권의 독재와 억압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바다 위에 갇힌 사람들

전쟁에 인질로 잡힌 또 다른 사람들은 호르무즈 해협에 갇힌 선원들이다. 5월 31일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군 중부사령부가 최근 3주간 상선 약 70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블룸버그 통신> 등은 해협에 갇혀 있는 대형 유조선 109척 중 29척이 해협을 빠져 나갔으며 이중 일부는 미군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미군 중부사령부 대변인은 미군이 배를 호위하는 것이 아니라 교신을 통해 항행을 조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과 중부사령부가 언급한 숫자는 호르무즈 해협에 세 달 이상 갇혀 있는 원유 수송선, 화물선, 크루즈선 등 약 2000척의 배와 약 2만 명의 선원들을 고려하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3월 31일 유엔은 보도 자료를 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있는 상황이라면서 선원들의 안전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배들은 해상이나 항구 근처 정박지에 갇힌 상태고 선원들은 식량과 식수 부족을 겪고 여전히 공격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유엔에 따르면 미국 이란 간 휴전이 발효되기 전까지 약 10명의 선원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당했다.

미군은 선박 통행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미국 양측이 함께 봉쇄하고 있는 상태다. 갇힌 배는 여전히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고 모든 배의 이란 항구 출입도 막힌 상태다.

미군은 1일에도 이란 항구로 항해하던 121척의 상선을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관련 양해각서가 합의돼도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선원들의 안전과 생존은 여전히 전쟁에 인질로 잡혀 있다.

휴전 이후에도 남을 중동 경제의 상처

전쟁에 인질로 잡힌 또 다른 곳은 전쟁 당사국 외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중동 국가들이다. 세계은행은 4월 초 중동 국가들의 2026년 경제성장률이 약 1.8%에 그칠 것이고 카타르와 쿠웨이트에서 가장 크게 성장률 위축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5년에 예상됐던 4% 성장률과 비교하면 매우 낮아진 수치다.

세계은행의 중동 및 북아프리카 경제전문가인 로베르타 가티는 미국의 <더 네이션>에 "전쟁이 오늘 당장 끝나도 원유 정제시설 폐쇄, 사회기반시설 파괴, 피란민 문제 등으로 인해 장기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이 즉각 재개방되더라도 전쟁의 결과는 그대로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은 세계 원유 및 LNG 수출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수출 중단 때문이다. 그러나 피해는 에너지 분야 외로 확산했다. 특히 중동 국가들이 경제활동 다양성을 위해 집중하고 있는 관광업이 큰 타격을 입었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World Travel & Tourism Council)는 전쟁 시작 이후 중동 국가들의 관광업 손실이 하루 6억 달러(약 900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제적 손실과 산업 타격으로 가장 피해를 입은 건 이주노동자들이다. 중동 국가들이 마천루가 즐비한 최첨단 경제 도시들을 만드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건 이주노동자들이지만 전쟁 가운데서 이들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들은 안전 위협, 물가 인상, 임금 삭감 등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

<AP 통신>은 중동 국가들에서 '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대피소를 이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이주노동자노동정의연합(Coalition for Labor for Migrants)을 인용해 이란과 관련 무장세력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24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했고 여기에는 해상에서 사망한 8명의 선원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경제 상황 악화에서 비롯된 임금 삭감 이들이 직면한 심각한 어려움이다. <NPR 뉴스>가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서 만난 이주노동자들은 모두 임금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자신과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위해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전쟁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당장 전쟁이 끝나도 중동 국가들의 경제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들의 향후 상황도 알 수 없는 상태다.

미국과 트럼프는 종전 합의를 논의함에 있어서 미국의 중간 선거, 미국 내 원유 가격 인상이 정치에 줄 부담, 미국의 승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을 확인할 수 있는 조건 등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할 정보에 기초한 판단이나 세밀한 전략도 없이 무모하게 시작한 이번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의 안전과 생존, 나아가 미래가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다. 그리고 반복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과 그에 따른 이란의 강경 대응에 조마조마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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