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만대 vs 5만대…유럽판 IRA 더 무섭다

정재홍 기자 2023. 3. 14.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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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정재홍 기자·강미선 기자]
<앵커>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 CRMA 초안이 곧 공개됩니다.

지난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홍역을 치렀던 국내 전기차·배터리 업계에는 또다시 초비상입니다.

자세한 이야기 산업부 정재홍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유럽연합(EU) 오늘 밤 (현지시간 14일) 초안을 공개할 예정인데, 어떤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입니까.

<기자> 네. CRMA는 'Critical Raw Materials Act'의 줄임말입니다. 핵심원자재법이라고 부를 수 있겠는데요.

EU가 Raw Materials, 즉 핵심 원료-원자재를 안정적 수급하기 위한 고민을 정책으로 담은 법안이라고 보면 됩니다.

유럽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부족 사태를 겪기도 했고, 그 전엔 팬데믹 기간 중 중국의 봉쇄정책으로 원자재 수급 직격탄을 맞은 바 있습니다.

유럽은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전기차 배터리 원료 리튬, 반도체 핵심원료 희토류 등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EU는 전기차 전환 같은 적극적인 탈탄소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핵심 원료는 중국 의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차원에서 EU 역내에서 핵심 원자재 공급을 활성화하는 방안이 이번 CRMA에 담길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원자재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여러 규제 장치가 생길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지난해 미국 IRA에 비슷한 조건들이 있었잖아요. 유럽에서도 똑같은 규제가 만들어질까 걱정인데, 전기차의 경우 미국 보다 타격이 더 클 수도 있다고요?

<기자> 맞습니다. 아직 초안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조건들이 붙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지난해 미국 IRA 규제들을 보면, 보시는 것처럼 (1) 최종 조립요건 (2) 배터리핵심 광물 조건 (3) 배터리 부품 조건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었습니다.

당시 자동산업연합회는 북미 전기차 시장이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기 때문에 수출 물량이 늘어난다는 전제하에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 하면 국산 전기차 수출이 매년 10만 대 이상 타격을 받는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미국 보다 유럽으로 가는 수출 물량이 더 많다는 겁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수소전기차 등을 합친 친환경차 판매량은 유럽이 29만 대, 미국이 18만 대 수준으로 유럽이 11만 대 많습니다.

EU는 탈탄소 정책 강화로 하이브리드차 보조금을 줄이면서 전기차 전환을 강력하게 밀고 있는데, 순수전기차로 보면 이 차이는 더 큽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북미 판매량은 5만 8천 대 수준인데, 유럽 판매량은 그 2배에 가까운 11만 2천 대입니다.

IRA와 비슷한 조건이 발표된다면, 훨씬 더 큰 타격을 받게 되는 겁니다.

현재 현대차가 체코에서 전기차를 소량 생산하고 있고, 기아도 2025년부터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중소형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아이오닉5, EV6 등 핵심 차량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는 미국에 전기차 전용라인을 구축키로 하고 우리 돈 7조 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비슷한 규제를 내놓을 경우 현대차가 계획에 없는 지출을 해야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미국 IRA에 이어 CRMA 도입으로 국내 배터리3사는 중국산 광물 비중을 줄여 나가야 합니다.

문제는 리튬과 코발트 등 배터리 핵심 원료들은 유럽 역내에서 채굴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유럽은 폐배터리 재활용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보입니다. 배터리 산업 영향은 강미선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새로운 법을 통해 유럽 역내에서 조달할 핵심 원자재는 최소 10%로 예상됩니다.

반면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광물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70%를 넘지 않도록 제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역내 공급망을 재편해 유럽 내 산업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겁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는 이미 유럽 현지에 공장을 가동 중이기 때문에 당장 불이익을 받을 우려는 없습니다.

다만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특히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희소 금속인 리튬과 코발트가 문제입니다.

다른 광물에 비해 중국산 비중이 최대 90%에 이르고, 중국을 제외하곤 매장량의 대부분이 남미와 오세아니아에 편중돼 있습니다.

유럽 역내 조달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김경훈/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리튬과 코발트는 남미와 칠레에 집중돼 있습니다. 미국은 페루나 칠레 등 FTA 체결국이 있고, 호주가 또 FTA 체결국입니다. (유럽 중에서) 핀란드가 니켈이 많이 나오지만 코발트만 단독으로 채광이 안 됩니다.]

EU는 폐배터리에서 핵심 광물을 조달하는 방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CRMA 초안에는 유럽 내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 조치가 포함될 전망입니다.

폐배터리를 통해 유럽에서 부족한 리튬·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해 자체 조달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 경우 유럽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앞둔 폐배터리 업체들에겐 큰 기회가 됩니다.

현재 유럽에 공장을 세워 상용화를 시작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은 국내 성일하이텍과 벨기에 유미코아뿐입니다.

법 시행으로 폐배터리 시장이 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려아연과 에코프로 등도 유럽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강미선입니다.

<앵커> EU는 일종의 탄소 관세인 CBAM 시범 적용도 예고하고 있잖아요. EU발 규제가 쏟아지는 가운데 미국 IRA를 참고해서 우리 정부와 기업이 대응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텐데요.

<기자> 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은 올해 10월 부터 시범적용 예정인데, EU 밖의 기업도 EU로 수출할 땐 EU내 기업과 같은 수준의 탄소배출 비용을 부담케 하는 일종의 탄소 세 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선 오는 10월 철강·알루미늄 등 6개 품목에 우선 적용한 뒤 순차적으로 확대되는데 당장 포스코, LG화학 등이 대상 기업이 됩니다.

EU가 올해 새롭게 도입하는 규제만 43개에 달합니다. 유럽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이 규제대상입니다.

다만 갑작스러운 미국 IRA와 다르게 조금은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CBAM 확대 적용은 3년 뒤인 2026년이고, 오늘밤 나오는 CRMA 초안도 공개된 후 EU의회를 거쳐 최종 가결되기까지는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관측입니다.

우리 정부는 초안이 공개되면 법률적 해석을 거친 뒤,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응을 모색하는 기업 간담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추가 협상도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핵심 자원 무기화 등으로 이제 수출 하려면 어떤 원료를 쓰고 어디서 제조했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입니다. 규제 자체를 막을 도리는 없습니다. 발 빠른 대응으로 실리를 찾고, 앞서 폐배터리 사례 처럼 기회가 되는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해법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정재홍 기자·강미선 기자 jhje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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