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동결됐던 이란 자금 9조원 풀린다…美 “좋은 행동 시 추가 해제”

한국에 묶여 있다가 카타르로 옮겨졌던 이란의 석유 판매대금 약 60억 달러(약 9조2000억원)가 동결 해제된다. 미국과 이란이 잠정 합의한 종전 양해각서(MOU)의 후속 조치로, 미국은 이란이 핵 프로그램 관련 양보를 할 경우 다른 국가에 묶인 동결 자금도 추가 해제할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했다.
1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상황에 정통한 미국 외교관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60억 달러에 대한 접근을 허용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7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의 잠정 합의를 옹호하면서 “이란이 제대로 행동하는 즉시 동결 자금을 돌려받고 제재도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한국은 이란의 원유를 수입하고 그 대금을 한국 시중은행의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개설된 계좌에 원화 형태로 예치해뒀다. 그러다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2019년경부터 사실상 동결 상태가 됐다.
이후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2023년 9월 이란과 양국 수감자 교환에 합의하면서 해당 자금은 카타르 도하에 있는 계좌로 옮겨졌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고 향후 핵 협상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고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자금이 그대로 카타르에 동결됐다.
자금은 MOU 체결 후 시작되는 60일간의 협상 기간에 단계적으로 풀릴 예정이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최종 타결을 위한 협상 진전에 따라 집행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의 용처는 인도주의적이며 제재 대상이 아닌, 미국산 제품으로 한정된다.

특히 미국 외교관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을 넘기는 등 ‘좋은 행동’을 보일 경우 최종 협상 과정에서 일부 동결 자산이 풀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석유 판매 대금 수백억 달러가 현재 인도, 이라크, 중국, 일본 등의 중앙은행에 동결돼 있는데 이란의 행동에 따라 이들 자금 중 추가로 해제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란 의미다.
앞서 이란 메흐르통신은 MOU 14개항 내용을 보도하며 “미국이 60일간 총 240억 달러(약 36조8300원) 규모의 동결 자산을 해제하고, 이 가운데 절반인 120억 달러(약 18조4000억원)를 협상 시작 전에 우선 반환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 측은 해당 보도가 실제 협상 내용을 왜곡한 것이라며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과 관련한 군사 작전 비용 및 기타 정부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최대 800억달러(약 123조원) 규모의 추가 예산 편성을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스티븐 파인버그 미국 국방부(전쟁부) 차관이 미 의회 의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런 부분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WSJ은 “의회 승인 없이 시작된 전쟁에 추가 자금을 투입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당을 막론하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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