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에 벌 길 있다"…백화점 3사, 식품관 이어 '문센' 경쟁
백화점 3사가 경쟁적으로 문화센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아카데미 성격의 문화센터 면적을 넓히고 개설 강좌를 차별화해 고객 붙잡기에 나선 것이다. 유통 업계에선 식품관 경쟁에 이은 2차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화센터는 전체 매출 5% 수준인 식품관과 마찬가지로, 백화점에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고객 유인 효과가 확실한 콘텐트 사업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문화센터 수업을 듣기 위해 백화점에 왔다가 수업 전후로 매장을 구경하거나 최소한 밥이라도 사먹는다”라고 말했다. 소매 시장이 온라인으로 쏠리면서 고객 발길을 붙잡아야 매출도 늘어난다는 공감대 속에 문화센터도 재평가 받고 있는 셈이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아카데미는 27일 리뉴얼을 끝내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인근 메사(MESA) 빌딩 9층에 새단장을 마친 아카데미는 990㎡(약 300평) 규모로 기존보다 50% 더 넓혔다. 한 층 전체를 아카데미 공간으로 꾸며 고객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키웠다. 신세계 본점은 올해 초부터 식품관·명품관 등을 새로 단장하고 있는데 아카데미 리뉴얼은 1년 가까이 이어진 리모델링 프로젝트의 마침표 성격이다.
공간 새단장과 함께 프로그램도 확 늘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K-컬처 강좌를 기존 대비 30% 확대해 역사·문화·교육·쇼핑이 어우러지는 K-컬처 헤리티지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이번 리모델링의 목표”라며 “업계 최고 수준의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외국인 거주자와 관광객을 상대로 한 K-컬처 강좌도 별도로 마련했다. 조선 왕실의 차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티 세레모니와 궁중요리 강좌가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문화센터를 앞세워 20·30세대를 백화점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가을학기부터 아트 강좌를 직전 대비 30% 확대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아트 콘텐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 참여형 프로그램을 강화했다는 게 롯데백화점의 설명이다. 활동적인 세대 특성에 맞춰 도슨트(박물관·미술관 안내자)와 함께 현장에서 미술 작품을 함께 감상하는 아트 투어(Art Tour) 강좌 등을 진행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 상반기 아트 강좌 신청 마감률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가을엔 더 늘렸다”고 말했다.
백화점 3사는 직장인 맞춤형 문화센터 프로그램도 경쟁적으로 도입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오피스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여의도 더현대에서 올해 가을학기부터 코치와 함께 야외 러닝을 체험하는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전문 강사진에게 올바른 러닝 자세와 체력 관리법을 배운다. 현대백화점은 또 직장인 점심 시간대를 겨냥해 쿠킹과 베이킹 강좌도 여의도 더현대에서 운영 중이다.

백화점 문화센터 경쟁은 온라인에 맞선 오프라인 매장의 변신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이 판매와 거래 중심에서 브랜드 체험과 고객 서비스 장소로 변화하고 있다”며 “문화센터 경쟁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특정한 서비스에 익숙해지면 다른 서비스로 바꾸기 어려워지는 락인(lock-in, 자물쇠) 효과와 충성 고객에 집중하는 ‘단골 전략’도 문화센터 경쟁의 배경으로 꼽힌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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