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짬뽕 먹고 응급실·이쑤시개 먹방…죽음까지 부르는 위험한 챌린지[디토사회]
식품업계도 챌린지 겨냥 점보라면 등 출시
청소년기엔 특히 위험한 챌린지 모방 위험
美, 미성년 SNS 유해콘텐츠 제한법 속속
편집자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2024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은 '디토(Ditto) 소비'. 디토는 '마찬가지'라는 의미의 라틴어로, 디토소비는 제품을 구매하거나 콘텐츠를 소비할 때 유명인의 취향과 유행을 그대로 따라하는 경향을 뜻한다. 점차 소비 연령대가 낮아지는 명품 소비, 늘어나는 유행 편승 투자 등 한국 사회의 맹목적 '디토'들을 분석해본다.
유튜브, 틱톡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위험한 챌린지가 제재 없이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 관찰학습, 모방에 취약한 청소년들이 유해한 챌린지를 접하고 따라하다 다치거나 심지어 숨지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제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 단골 테마 '커버 콘텐츠'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한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 이를 따라하는 '커버 콘텐츠'(Cover contents)가 생겨나는 흐름이 일반적이다. 올해 디저트 업계를 휩쓴 두바이 초콜릿, 요거트 아이스크림, 스웨덴 젤리 등도 먹방(먹는 방송) 덕에 유행했다.
커버 콘텐츠는 한국 문화가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지속됐던 올해는 틱톡커 '에이미플라미'가 유행시킨 '새벽 3시 화채 먹방'이 재유행하면서 한국 디저트 화채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에이미플라미는 지난해 여름 커다란 통에 커다란 통에 담긴 화채 먹방을 선보였는데, 이 영상이 유튜브 등에 공유되면서 모방 챌린지도 이어졌다.
'오이남'(cucumber guy)으로 유명한 캐나다 틱톡커 로건 모핏 덕에 아이슬란드에서는 '오이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해 먹방을 자주 선보이는 로건은 오이와 참기름, 마늘, 쌀 식초, 고추기름, 미원 등을 넣어 만든 오이샐러드를 선보였는데, 이후 아이슬란드 농민 협회가 '아이슬란드 오이 소비량이 두 배 이상 급증하면서 생산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영국 BBC에 밝히기도 했다. 로건은 이외에도 오이냉국과 비빔밥, 비빔면 등 다양한 한식 레시피를 SNS에 소개하고 있다.
식품업계도 챌린지 문화를 겨냥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챌린지의 수혜를 톡톡히 얻은 사례다. 유튜버 '영국남자'가 외국인들을 상대로 불닭볶음면 먹방(먹는 방송)을 올린 뒤 이를 따라하는 유튜버들이 생겨나면서 유행이 된 것이다. 올해 크리에이터들을 사로잡은 유행 콘텐츠 중 하나는 '점보라면'이었다. 편의점 GS25는 일반 용기면의 8배 이상으로 용량을 키운 점보라면 시리즈 팔도점보도시락, 공간춘, 오모리점보도시락 등을 선보였다.
제재 없이 퍼지는 유해 콘텐츠 사회문제로 부각
문제는 유해한 콘텐츠도 챌린지의 형식으로 제재 없이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매운 짬뽕 먹기에 도전했다가 80여명이 기절한 것으로 알려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짬뽕집은 여전히 유튜버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구독자 172만명을 보유한 개그맨 김대희도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 '꼰대희'에 매운 짬뽕 먹기 챌린지 영상을 올렸다. 매운 짬뽕을 맛본 김대희는 "매운맛이 목젖을 강타한다. 죽창으로 배를 찌르는 맛"이라며 연신 고통을 호소했고, 결국 어지러움을 느껴 짬뽕 먹기를 포기했다. 유튜브에 '매운 짬뽕'을 검색하면 이 집의 매운 짬뽕을 먹은 뒤 위경련으로 응급실에 실려 갔다는 유튜버들도 종종 보인다.
매운 음식 먹기 챌린지는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지난 5월 미 매사추세츠주 공공안전보안국은 매운 과자를 먹는 '원칩 챌린지'에 도전했다가 숨진 14세 해리스 윌로바의 사망 원인이 '심정지'였다고 밝혔다. 캡사이신 농도가 지나치게 높은 음식물을 섭취한 것이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원칩 챌린지의 과자에는 매운 고추인 캐롤라이나 리퍼와 나가 바이퍼 가루가 뿌려져 있는데, 청양고추의 220배, 불닭볶음면의 500배 맵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칩챌린지는 지난해 9월부로 오프라인 판매가 중단됐다.
10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음식을 먹는 '극한 먹방'을 하다가 숨진 사례도 있다. 지난 7월 중국의 유명 먹방 스타 판샤오팅은 먹방 라이브를 하던 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 사망 전 판샤오팅은 먹방 챌린지에 도전해 매일 라이브 방송에서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음식을 먹어왔다. 끼니마다 10kg이 넘는 양의 음식을 먹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차이나프레스 등 현지 매체 보도가 인용한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그녀의 위에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이 가득 차 있었고 복부는 심하게 변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해한 먹방 콘텐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20년 중국에는 폭식 콘텐츠에 벌금을 부과하는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3월에는 이탈리아 10대를 중심으로 얼굴을 꼬집어 멍과 흉터를 만드는 '프렌치 흉터 챌린지'가 유행하기도 했다. 프랑스 폭력배의 모습을 모방한 것이라고 한다. 또 미국에선 도난 방지 장치가 없는 현대차·기아 차량만 골라 훔쳐 타는 '기아보이스'(kiaboys) 콘텐츠가 유행하기도 했다. 미 위스콘신주의 한 10대 차량절도단이 해시태그 '기아 보이스'를 달고 기아차 절도 영상을 올린 뒤 기아차를 노린 모방 범죄가 하나의 챌린지가 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미국 전역에서 피해를 본 차량만 수천 대에 달한다.
이외에도 올해 초에는 괴식 먹방이 유행했다. 유튜브를 중심으로 '이쑤시개 먹방'이 유행하면서 녹말 이쑤시개를 튀겨 먹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었다. 옥수수전분과 식용색소 등으로 만들어져 인체에 무해할 것이란 인식 때문에 이쑤시개 먹방에 도전하는 이들이 생겨나자 식약처가 보도자료를 내고 "위생용품 기준으로 안전성을 관리하고 있지만, 식품으로서의 안전성은 검증된 바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녹말 이쑤시개는 식품이 아닌 위생용품으로 분류되고, 전분 외에도 소르비톨과 합성 착색료 등 다른 성분도 들어가 있어 섭취하면 안 된다.
위험한 챌린지 유행...플랫폼의 책임은?
위험한 챌린지의 유행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플랫폼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고리즘에 대한 의존성이 점점 커지는데 정작 플랫폼들은 유해한 콘텐츠로 이용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때조차 책임지지 않고 사실상 면책권을 누려왔다는 것이다. 특히 타인을 관찰 학습하는 청소년기에는 위험한 챌린지를 그대로 모방할 위험이 더욱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친구,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정체성을 확립하는 청소년기의 특성 때문이다.
이에 인스타그램은 청소년 이용자의 계정을 기본적으로 비공개로 전환하고, 민감한 콘텐츠를 볼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정책을 실시했다. 10대 이용자에게는 성적인 콘텐츠나 자살 및 자해에 관한 콘텐츠도 추천하지 않도록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이는 지난 17일부터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의 10대 이용자들에게 적용되며, 이듬해 1월부터는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실시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의 법이 제정됐다. 2027년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학기 중인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일정 시간에는 SNS가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에게 알림을 보내는 것을 금지한다. 지난 7월 뉴욕주에서도 SNS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자녀가 받지 못하도록 부모가 차단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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