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호 "게이로 안 보이려…첫 연극 반응? 이렇게 미워할 줄 몰라" [인터뷰 종합]
(엑스포츠뉴스 김현정 기자) 배우 유승호가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로 무대에 데뷔한 소회를 밝혔다.
유승호는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진행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와 관련한 엑스포츠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예전부터 공연에 설 기회가 있었는데 많이 무서웠다"라고 털어놓았다.
유승호는 "지금도 그렇지만 연기를 엄청 잘하는 배우가 아니기도 하고 관객 앞에서 연기로 맞설 수 있는 용기가 안 나서 거절했다. 그러다 30대에 진입하면서 든 생각이 늘 편한 것만 하면 무슨 발전이 있을까 생각되더라. 겁이 나지만 한번쯤 부딪혀야 할 일이라면 해보자는 생각에 급히 시작했다. 시작할 때 베테랑이신 김주호, 정경훈, 전국향, 방주란 배우님 등이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이야기했다.
유승호는 1993년생으로 2000년 MBC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했다.
영화 ‘집으로...’, ‘마음이...’, ‘4교시 추리영역’, ‘마당을 나온 암탉’, ‘블라인드’, ‘조선마술사’, ‘봉이 김선달’, 드라마 ‘공부의 신’, ‘욕망의 불꽃’, ‘무사 백동수’, ‘보고싶다’, ‘리멤버-아들의 전쟁’, ‘군주-가면의 주인’, ‘복수가 돌아왔다’, ‘메모리스트’, ‘꽃 피면 달 생각하고’, ‘거래’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는 데뷔 24년 만의 첫 연극이어서 의미 있다.
유승호는 "그동안 알던 지식이나 현장에서 배운 건 다 내려놓았다. 그들이 가르치고 이야기하고 회의하고 나온 결론을 무조건 따라보기도 했다. 내 입맛에 맞든 아니든은 중요하지 않았다. 프로들의 말을 따르고 내가 적응하고 나서 내 생각, 감정을 넣어 나만의 것을 만들어보자고 스스로 정리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텐투텐이라고 하시는데 오전 10시에 모여서 밤 10시에 끝난다는 걸 말하더라. 주 6일, 두 달이라는 기간 동안 연습했다. 연극, 뮤지컬 배우분들에게 필수로 알아야 할 요소들을 많이 배웠다. 더블캐스팅이 장점이 될 수 있었다. 똑같은 인물도 그 사람이 살아온 경험을 통해 조금씩 표현하는 감정이 달라지더라. 손호준 배우님을 보면서 따라 한 것도 많고 더블들끼리 모여 이야기도 많이 하고 만들어가려고 하다 보니 다른 작품보다 유독 정이 생긴 건 맞다"라며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 팀에 애정을 드러냈다.
유승호는 지난 8월 6일부터 9월 28일까지 공연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파트원:밀레니엄이 다가온다’에서 연인을 잃은 슬픔과 에이즈의 고통에 괴로워하고 천사의 목소리를 듣는 프라이어 월터 역을 맡아 새로운 매력을 보여줬다.
유승호는 "게이, 동성애자, 인종, 종교 등 (소수자들이) 당시 미국 사회에서 얼마나 핍박받고 외면받았는지는 이해를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사랑이라는 한 감정만을 바라보고 연기해 보기로 정리했다. 내 앞에 남자가 있지만 굳이 남자로 봐야 할까 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연인들이 '사랑해', '너무 아파' 이런 얘기를 하듯 나도 똑같이 루이스 그렇게 바라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때로는 '내가 굳이 게이처럼 보여야 할까'라고 생각했다. 목소리나 손짓 등 편견으로 상상하는 느낌이 있지 않나. 머릿속에 알고 있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동성애자, 게이이긴 하지만 한 사람을 사랑해서 아파하는 한 남자의 모습으로 다가가 좀 더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을 둘러싼 반응도 찾아봤단다.
유승호는 "이렇게 미워하실 줄은 몰랐다. 열심히 하고 잘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한 걸 너무 인정한다. 노력해서 기회를 주신다면 소극장에서 좀 더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용서가 되지 않을까"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반응이 궁금하니까 내가 잘했나 못했나도 구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대 배우분들에게 관객 반응을 어떻게 확인하냐고 물어봤고 봤는데 슬펐다. 내 잘못이다. 아프고 슬프고를 다 떠나서 내가 해야 할 게 있으니 빨리 수정하고 조금이라도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예전에는 (반응을) 예민하게 받아들였는데 지금은 굳이 확인은 안 한다. 괜찮다고 해도 나도 사람이다 보니 매일 맞는데 안 아플 수 있겠나. 날 위해 안보는 게 낫겠다 싶었는데 무대는 첫 도전이어서 반응이 궁금해서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현대 미국 연극계의 대가 토니 커쉬너(Tony Kushner)의 작품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새 밀레니엄, 새 시대의 변화를 앞두고 동성애자, 흑인, 유대인, 몰몬교인, 에이즈 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을 다루며 천사와 인간, 백인 보수주의 환자와 흑인 간호사, 동성애자와 독실한 종교인 등 각기 다른 신념을 가진 캐릭터들이 겪는 혼돈과 고뇌를 그린 작품이다.
유승호, 손호준, 고준희, 정혜인, 이태빈, 정경훈, 이유진, 양지원, 이효정, 김주호, 전국향, 방주란, 태항호, 민진웅, 권은혜가 출연했다.
유승호는 "기립 박수를 한 번 받아봤다. 무대 배우 선배님들이 '승호야 기립 박수받으면 기분이 좋을 거야라고 해주시더라. 딱 한 번 받았는데 모르겠다. 내 나름대로는 두 달이라는 시간을 보상받는 게 강한 것 같다. 커튼콜하고 돌아가면서 살짝 울기도 했다. 이상한 감정이 드는데 처음 느껴봤다"라며 당시의 희열을 전했다.
그는 "팬분들에게 인사드릴 때도 이게 좋았다, 저게 좋았다 해주시는 것, 연기할 때 크게 웃어주시는 것도 감사했다. 안 본 척하지만 관객분들이 보이더라. 새로운 걸 시도했는데 관객의 반응이 좋아서 좋다"라며 첫 연극 무대에서 얻은 즐거움을 고백했다.
사진= YG엔터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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