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기자회견 30분 늦춘 이유, 이것 때문이었나 [이게 이슈]

손우정 2026. 9. 2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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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단기적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갑작스러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우선 국민과의 제대로 된 소통이 부족했던 자신에게서 찾았다.

민주당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만 개혁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맥상 모순으로 읽힐 수 있음에도 이 내용을 포함한 것은, 그만큼 현재 위기의 중대한 원인 중 하나가 민주당 내부의 갈등과 적대에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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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이슈] 내부 권력 갈등 넘어 개혁에 대한 책임져야... 이제 민주당이 답할 차례

[손우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8일 진행된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나날이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을 단기적 현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짙게 깔려 있었다. 대통령은 특유의 솔직 화법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국민을 탓하기보다 사과와 양해를 구하는 낮은 자세로 임했다.

그런데 시작 시간을 30분 늦추면서까지 여러 번 검토하고 수정한 것으로 보이는 기자회견문을 천천히 살펴보면, 두 개의 독자가 보인다. 하나는 국민이고, 다른 하나는 더불어민주당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후 갑작스러운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우선 국민과의 제대로 된 소통이 부족했던 자신에게서 찾았다. 국정에 전념하느라, 국민의 마음이나 우려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지지한 국민이라면 조금 답답하거나 의구심을 품을 수 있는 느린 개혁의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모두의 대통령'이 그것이다. 민주당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야만 개혁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모두의 대통령'은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었을 때부터 일관되게 나타난 이재명 대통령의 신조다. 그는 지난해 2월 18일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라 중도 보수로, 오른쪽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후, 대선 이후 오른쪽으로는 이혜훈 전 의원을, 왼쪽으로는 용혜인 의원을 장관으로 임명하려 시도하기도 했다.

알다시피 이 시도는 모두 실패했다. 좌우 진영의 내각 임명은 각 진영 내부의 반발조차 넘어서지 못했다. 이런 결과는 누구나 '중도'를 원하지만, 누구에게도 '중도'를 허용하지 않는 한국 정치 특유의 적대성에서 기인한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은 또 하나의 원인을 내부의 문제에서 찾았다. 바로 기자회견문 중간 즈음 불쑥 끼어든 '이재명의 동지들'이다.

이재명 정부의 가장 큰 리스크

기자회견문에는 "우리는 모두 친문이고 친노이며 친김대중이며, 이재명의 동지들입니다"라는, 어쩌면 조금 뜬금없는 구절이 나온다. '모두의 대통령'을 천명하면서도 '이재명의 동지들'을 부르는 기자회견문은 언뜻 모순으로 보인다.

물론 모두의 대통령은 이상일 뿐이고, 친문과 친노, 친김대중이라는 규정은 현실이다. 그러나 문맥상 모순으로 읽힐 수 있음에도 이 내용을 포함한 것은, 그만큼 현재 위기의 중대한 원인 중 하나가 민주당 내부의 갈등과 적대에 있다는 대통령의 인식을 배경으로 한다. 어쩌면 이 대통령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 원인은 지난해 조기 대선 이후의 민주당 행보에서부터 찾아야겠지만, 이를 가속화한 것은 전당대회를 거치며 진행된 민주당 내부의 권력 갈등임이 분명하다. 물론 어느 정당이든 개혁의 방향과 정책을 둘러싼 의견 충돌과 갈등은 존재하지만, 민주당의 갈등이 이런 성격이었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엽적인 문제들이 배신과 충성을 가르는 갈등의 축으로 순식간에 전환하고, 온갖 낙인찍기가 횡행했다. 어떤 의제와 사안이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계파와 세력이 각종 의제를 갈등에 동원하는 형국이었다. 각 세력과 계파에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들이라면 모르겠지만, 단지 내란 이후의 개혁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것이 좋게 보일 리 없다.

민주당의 권력투쟁은 대통령에 대한 의심으로까지 발전했다. 개헌을 통한 연임, 공소 취소를 위한 검찰 개혁 포기가 숨은 꿍꿍이라는 야권의 공세는 오직 그가 권력의 화신이라는 진단 속에서 가능한 추론이다.

민주당의 권력투쟁을 지켜보며 '혹시나' 하는 의심에 약간의 설득력이 얹어지는 순간, 중도 지지 세력은 순식간에 이탈했다. 결국 민주당의 퇴행적 갈등은, 모두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원한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의 가장 큰 리스크가 되어 버렸다.

민주당은 진정성과 의지가 있는가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생중계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거대 양당 구조의 한국 정치가 가진 또 다른 비극은 주목 받는 세력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조용히 암중모색하는 세력의 지지율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언론이 남의 집안싸움 중계에만 재미가 들린 보도 습성 탓도 있지만, 비난과 공격에는 능하고 새로운 것을 구축하는 데는 무능한 한국 정치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언론의 초점이 여당의 권력투쟁에 맞춰진 순간에,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조금씩 조금씩, 올라가고 있다. 마치 내란 세력에 대한 분노와 심판 여론, 내란 이후에 대한 열망이 거대 야당이었던 민주당에 투영되었던 것처럼, 여당 내부의 권력 다툼에 신물이 난 이들은 양당 구조의 특성상, 국민의힘에 자신의 분노와 열망을 투영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민주당에 뉴라이트류의 특정 세력이 은밀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의심하기도 한다.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까지 두 번 연속 권력을 잃은 이 나라의 보수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가장 먼저 힘을 기울인 것은 온라인과 시민사회의 조직화였고, 그것이 오늘날 극우의 팽창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주당이나 넓은 의미에서 진보·개혁 진영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들을 단순히 공작정치 탓으로만 돌리기는 궁색하다. 이 갈등은 지지자 사이의 갈등에서 비화한 것이라기보다 소위 지도부나 유력 인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공작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것이 매우 쉽고 효과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 민주당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막강한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는 단지 그 힘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가졌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책임이 부여된다. 한국 정치에도 딱 맞는 말이다.

한국에서 거대 양당은 항상 자신이 스스로 얻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가져갔다. 내란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민주당에 힘을 실었고, 민주당은 정치적 부익부·빈익빈을 촉발하는 각종 제도의 혜택도 오랜 시간, 충분히 누려 왔다. 그것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그 힘에 맞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 그 책임의 내용은 조기 대선 직전 야 5당과 시민사회가 합의한 11대 사회대개혁 과제에 대략적인 윤곽이 나와 있다.

그러나 개혁을 서둘러야 할 시기에, 민주당을 비롯한 정치 전반의 문화는 나날이 낙후하고 있다. 합리적 토론보다 적으로 낙인 찍은 대상에 대한 비난과 조롱이 놀이가 되고, 돈이 되는 문화가 팽배하다. 이런 문화는 독선과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자신이 믿는 신념과 방향을 위해 작은 절차나 반발은 무시하고 진압해도 된다는 논리로 이어지기 쉽다.

내란의 청산은 이런 문화의 청산까지도 포함해야 하고, 자신이 기득권을 누렸던 제도의 혁신까지도 나아가야 한다. 민주당은 이를 위한 진정성과 의지가 있는가? 대통령은 진솔한 사과와 중단없는 개혁을 약속했으니, 이제 민주당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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