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그늘서 벗어나자”…자체 방공망 만드려는 유럽 [밀리터리 브리핑]

2026. 7. 20.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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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여러 분야에서 자체적으로 만드는 무기체계가 있지만, 미사일 방어체계는 패트리엇으로 대표하는 미국산 무기에 대한 의존이 매우 크다. 독일이 이스라엘제 애로-3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도입했지만, 유럽 대부분을 방어하기는 어렵다. 유럽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떨쳐내려고 대기권 내 요격은 우크라이나가 개발하고 있는 ‘프레이야’를 지지는 동맹을 결성했다. 또 유럽 방산업체들이 모여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블릭셈-EXO’ 개발을 시작했다.

①유럽, 대기권 밖 탄도미사일 요격 시스템 개발 착수
네덜란드의 데스티누스 등 유럽 방산업계가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직접 충돌(Hit-to-kill) 방식으로 요격하는 차세대 요격체계 ‘블릭셈(Bliksem) EXO’ 개발에 착수했다. EXO는 대기권 밖의 영문인 Exo-atmospheric을 뜻한다. 블릭셈 EXO는 미국 미사일 방어국(MDA) 분류 기준으로 사거리 1000~3000㎞의 준중거리 탄도미사일(MRBM)과 사거리 3000~5500㎞의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요격하도록 설계된다.

유럽 유일의 대기권 밖에 미사일 요격 체계인 독일이 보유한 애로3. 독일 국방부


이번 사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드러난 유럽의 미사일 방어 공백을 메우려는 것으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독자적인 상층 방어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사업에는 에어버스 디펜스 앤 스페이스, MBDA 독일, 탈레스, 사프란 일렉트로닉스 & 디펜스, 그리고 네덜란드의 신생 방산기업 데스티누스가 참여한다. 이들은 ‘블릭셈EXO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으며, 2027년 우주 환경에서 요격체 시험을 실시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을 추진한다.

블릭셈EXO는 폭발성 탄두 대신 운동에너지로 목표물을 파괴하는 힛-투-킬(Hit-to-Kill) 방식을 채택했다. 러시아가 실전 배치를 추진 중인 오레시니크(Oreshnik) 중거리 탄도미사일처럼 분리형 탄두와 기동형 재돌입체(MaRV)를 사용하는 최신 위협까지 대응 대상으로 설정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무기 개발을 넘어 유럽의 전략적 자립을 상징한다. 지금까지 유럽 국가들은 패트리엇, SM-3 등 미국산 미사일 방어 체계에 크게 의존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장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이 급증하면서 독자적인 상층 방어망 구축의 필요성이 커졌다. 블릭셈 EXO는 나토 통합방공·미사일방어체계(IAMD) 및 유럽 스카이 실드(European Sky Shield Initiative)와 완전한 상호운용성을 갖도록 설계돼 기존 방공체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데스티누스가 우주 비행체와 요격체 개발을 맡고, 기존 대형 방산기업들이 레이더·탐색기·요격미사일 등 핵심 기술을 분담하는 구조도 주목된다. 이는 유럽이 대기업과 방산 스타트업을 결합해 차세대 방위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물론 아직 자금 조달과 양산 계획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블릭셈 EXO는 유럽 최초의 독자적인 우주 기반 상층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러시아의 고도화하는 미사일 위협과 미국의 방위비 부담 확대 요구가 맞물리는 가운데, 이번 사업은 유럽 방위산업이 전략적 자율성을 실질적인 무기체계로 구현하려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②우크라이나 포함 유럽 9개국, 탄도미사일 방어동맹 출범
유럽이 그동안 의존해 온 미국산 패트리어트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에서 벗어나려고 독자적인 방어 능력 확보에 나섰다. 영국 정부에 따르면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네덜란드·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스페인 등 9개 유럽 국가와 우크라이나는 7월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통합 탄도미사일 방어 연합’ 창설 공동선언에 서명했다. 이번 연합은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려는 공동 연구·개발과 운용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며, 유럽 방위산업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하는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된다.

2026년 6월 3일 실시된 FP-7.X 요격미사일 시험 발사 장면. 우크라이나 매체 UNN


연합의 핵심 사업은 FP-7.x ‘프레이야(Freyja)’ 요격체계 개발이다. 프레이야는 우크라이나 파이어 포인트사가 전장에서 축적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설계한 새로운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다. 기존 미국산 패트리엇보다 싸면서도 대량생산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개발 목표는 불과 12개월 안에 시제품 비행 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우크라이나의 긴급한 작전 요구를 반영해 개발 속도를 대폭 높였다. 요격미사일 가격 역시 기존 패트리엇 PAC-3 MSE보다 크게 낮춰 경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연합이 주목받는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단순한 지원 대상이 아니라 공동 개발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이다. 러시아의 이스칸데르와 킨잘, 오레시니크 등 다양한 탄도미사일 공격을 수년간 실전에서 경험한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실제 요격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참가국들은 이러한 전장 경험을 유럽 방산기업의 기술력과 결합해 새로운 요격체계를 공동 개발하고, 향후 유럽 전역에서 운용 가능한 통합 방어망으로 발전한다는 구상이다. 공동선언에는 공통 작전요구도 작성, 기술 작업반 구성, 산업 협력 확대, 단계별 전력화 일정 수립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발표는 최근 공개된 우주기반 요격체계 블릭셈(Bliksem) EXO 개발 계획과도 맞물린다. 프레이야가 상대적으로 저비용의 종말단계 또는 상층 요격체계를 담당한다면, 블릭셈 EXO는 대기권 밖에서 직접 충돌 방식으로 탄도미사일을 격추하는 상위 개념의 방어체계다. 유럽은 단일 무기체계가 아니라 다층 방어체계를 자체적으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패트리어트 미사일 자체 생산을 위한 허가를 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해당 내용은 제작사인 록히드 마틴에게도 통보되지 않았었고, 미사일 체계를 구성하는 보잉 등 다른 미국 회사들과 관계도 고려되지 않았다. 미국 국방매체 디펜스 뉴스는 다양한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미사일을 제작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③미 국방산업 기반, 전시 생산능력 회복세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미국 국방산업 기반이 장기적인 투자와 정책 지원에 힘입어 전시 생산 체제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제리 맥긴은 디펜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추세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 5월, 당시 크리스틴 워머스 미 육군 장관이 방문한 텍사스 메스키트 포탄 생산 공장. 미 육군


연구원들은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을 거치며 평시 중심의 생산체제에서 벗어나 대량 생산과 신속한 공급을 중시하는 산업 구조로 전환하고 있으며, 주요 방산업체와 정부 간 협력도 이전보다 긴밀해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우선하면서 생산시설을 축소하고 공급망을 해외에 의존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국가안보 차원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국방부는 핵심 무기와 부품의 생산시설 확대, 희토류와 추진제 등 전략물자의 공급망 다변화, 중소 협력업체 육성, 장기 구매계약 확대 등을 추진하면서 방산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고 있다. 이는 대만해협이나 유럽에서 대규모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속해서 무기를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연구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보다 산업 기반 전반의 회복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정 업체에 의존하는 공급망을 분산하고, 민간 제조 역량을 유사시 군수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또한 디지털 생산기술과 자동화 설비, 데이터 기반 공급망 관리를 도입하면서 생산 속도와 품질관리 능력도 향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국방부 역시 이러한 역량을 미래 전쟁의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관련 투자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핵심 무기 분야에서는 여전히 생산능력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155㎜ 포탄이다. 미 국방부 감사관실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 육군은 155㎜ 포탄 월 10만 발 생산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있으며, 특히 텍사스의 제너럴 다이내믹스 오드넌스 앤 택티컬시스템즈(GD-OTS)가 소유·운영하는 메스키트(Mesquite) 시설은 2024년 공식 가동 후 신규 생산라인 구축과 장비 도입 과정에서 일정이 미뤄지면서 생산 확대 속도가 기대보다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 방산 기반이 분명 회복세에 들어섰지만, 실제 전시 수준의 대량 생산체제를 완성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최현호 밀리돔 대표ㆍ군사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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