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무서워, 칼 맞을 것 같아" 박대성에 피살 여고생 마지막 통화

김철웅 2024. 10.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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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박대성. "만취 상태여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순천 도심에서 길을 걷다 일면식도 없는 박대성(30·구속)에게 살해된 여고생이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뒤에 쫓아오는 박대성에 대한 불안감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4일 SBS '궁금한 이야기 Y'는 피해자 친구인 A양 인터뷰에서 박대성의 범행을 재구성했다. 당시 피해자의 전화를 받은 친구 A양은 "(피해자가) '뒤에 남자가 있는데 무섭다', '칼 맞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다 갑자기 엄청 뛰는 소리가 들렸다"며 "언니(피해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소리 지르면서 신고해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박대성은 지난달 26일 오전 0시 44분쯤 피해자를 10분 넘게 800m나 뒤따라간 뒤 범행을 저질렀다. 이보다 30분 앞서 박대성의 자살이 의심된다는 박대성 가족들의 신고가 있었고, 경찰은 박대성이 운영하는 식당에 출동해 면담했지만 특이사항이 없어 현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박대성은 흉기를 들고 거리에 나갔다가 그를 승객으로 생각한 택시가 멈추자 택시 운전사에게 "그냥 가시라"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범행 이후 CCTV 영상에서 박대성이 미소를 짓는 듯한 표정이 잡혔다. 사진 YTN 캡처

이후 박대성은 가방을 멘 여학생을 보고 뒤쫓아 가로등 불빛이 어두운 곳에서 살해했다. 피해자가 의식이 없어 쓰러진 뒤에도 흉기를 휘둘렀다. 이를 두고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박대성은 택시기사를 그냥 보내고 약한 상대의 피해자를 고르려는 의도였다고 보인다"며 "살해 이후 흉기를 갖고 다니며 다른 범행 대상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다른 남성과 시비가 붙었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될 당시 저항도 안하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두려움이라던가 자기 보호가 강한 비겁한 형태의 남성"이라고 분석했다.

박대성이 살인을 예고한 정황도 있다. 자신의 지인이 박대성의 범행 며칠 전 술자리를 가졌다는 B씨는 "박대성이 '누구 한 명 죽일 것 같다'고 했다더라"고 전했다. 또, 박대성을 제압하고 신고한 시민은 JTBC 인터뷰에서 "박대성이 만취라고 했는데, 나를 정면으로 3~5번 찼다"며 "만취 상태에는 그렇게 못 찬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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