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독일처럼 빨리 통일 되면 좋겠어요"
한국의 유기농 농장에서 농사 체험하며 일손 돕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듣는 새로운 한국 이야기를 싣습니다. <기자말>
[조계환 기자]
▲ 카롤린, 플로리안과 때 늦은 폭염 속에서 농사일을 했다. 가지를 수확하는 모습 |
ⓒ 조계환 |
독일 동부 작센 지방에서 자란 카롤린, 플로리안이 백화골에 팜스테이를 하러 찾아왔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났던 독일 친구들은 대부분 서독 출신이었는데, 동독 출신인 이들이 들려주는 독일 이야기는 지금까지와 많이 달랐다.
평상시 잊고 지냈던 한국 통일이라던가,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환기시켜주는 친구들이었다. 한 달 동안 같이 일하면서 한국을 여행하며 느낀 점, 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지, 또 통일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금은 새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 카롤린은 가끔씩 다른 농장 봉사자들에게 요가와 필라테스를 가르쳐주었다 |
ⓒ 조계환 |
▲ 플로리안은 농사일을 워낙 잘해 무슨 일을 맡겨도 척척 해냈다 |
ⓒ 조계환 |
한국 사람들의 '열심히, 빨리빨리'도 금방 배우고 익혔다. 추석까지 이어진 폭염 속에서 가지와 고추 등을 수확하고 시금치, 유채나물, 마늘 등을 심었는데, 이 친구들 덕분에 폭염과 폭우로 이어진 이상기후를 버텼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기 시작해 계속 함께 하고 있다는 이 부지런한 커플은,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대신 농장을 찾아가 일을 하며 여행을 한다. 아이슬란드 농장에서 4개월, 스위스 농장에서 1개월을 봉사하며 지냈다. 각각 서로 다른 문화를 비교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싱글맘이 많고 온천과 폭포가 많은 아이슬란드, 여러 모로 시스템이 좋아 나중에 살고 싶다는 스위스, 역사를 간직하면서 초현대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모습 등 여행하면서 많이 배운단다. 한국을 두 달 째 여행하고 있는 이 친구들에게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여행하기 전과 후에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한국 드라마와 음악을 정말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베를린에서 트와이스 콘서트에 참석한 적도 있었어요. 한국은 독특한 역사와 색다른 음식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서 여행하게 되었어요. 한국말에도 관심이 있어서 독학으로 6개월 동안 한국어를 공부했습니다. (카롤린)
사실 저는 한국을 여행한 뒤 한국에 대해 실망할까 두려웠어요. 미디어 속의 낭만적인 모습만 보아온 게 아닌가 하고요. 하지만 여행하고 나서 한국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현대적인 도시와 전통문화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고, 근면하게 사는 한국 사람들의 모습이 보기 좋아요, 특히 유럽에 비해 한국은 훨씬 안전해서 편안해요."
"저는 주로 한국의 새로운 기술과 문화 측면에서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한국에 와서 보니 식당에 가도 단말기로 주문을 하는 등 새로운 것들이 많았고, 독일의 대중교통보다 버스나 전철이 훨씬 편리하고 저렴해서 좋았어요." (플로리안)
▲ 9월 폭염과 폭우로 가을 무와 배추가 반은 죽어버렸다. 한랭사를 씌워 벌레를 차단했는데도 유기농 방제로는 어려웠다 |
ⓒ 조계환 |
지구를 오염시키는 온실가스의 10~50%가 화학농과 축산업으로부터 나온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환경 오염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채식주의자가 되고 있다. KBS 뉴스(7월8일)에 따르면 독일 인구의 10%는 채식을 하고 있으며, 46%는 될 수 있는 한 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유연한 채식주의자라고 한다.
"14살 때부터 채식주의자가 되었어요. 동물복지와 환경 보호를 위해 채식을 시작했죠. 제가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식당에서 채식 메뉴를 주문하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한결 쉬워졌어요. 베를린처럼 큰 도시에 가면 채식 메뉴가 있는 식당들이 아주 많아요. 하지만 한국을 여행하는 동안 채식 음식을 주문하기가 무척 어려웠어요. 거의 김밥을 주로 먹었던 것 같아요. 고기를 빼달라고 주문하는 법을 차차 배워가고 있어요." (카롤린)
▲ 우리 농장에서는 바로 수확한 유기농 채소로 채식을 한다 |
ⓒ 조계환 |
한국에 사는 한 영국인 채식주의자 친구는 한국에서 비건식당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가격도 비싸고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아닌 이상한 외국요리를 팔아서 싫다고 한다.
단골 식당에 가서 "고기와 해산물을 빼주세요"하면 다양한 채식 한국 요리를 먹을 수 있다고. 계속 채식주의자 친구들이 많이 와서 우리도 자연스럽게 농장에서는 채식을 하게 됐다. 바로 수확한 유기농 채소로 식단을 차려 먹으니 환경에도 건강에도 좋다.
통일을 완성해가는 과정에 있는 독일
자연스럽에 이야기는 통일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사실 우리는 완전히 통일 문제를 잊고 사는 것 같다. 굉장히 중요한 주제인데도 말이다.
"만약 독일이 통일되지 않았다면 동독은 공산주의 국가고, 북한과 비슷했을 것 같아요. 여행도 자유롭게 못하고, 국가에 대해 나쁜 말을 하면 감옥에 가야 하고, 커피, 초콜릿, 오렌지, 바나나 등도 자유롭게 구입하지 못했을 거예요. 사실 우리는 원래부터 하나의 독일이었고 우리 모두는 자유와 평화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통일되지 않은 동독에서 평생을 살았다면 별로 행복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플로리안)
"하지만 통일된지 30년이 지났는데도 동부지역 출신이라고 하면 차별을 받아요. 제가 어릴 때 먹던 동독 음식 중에는 서독 음식과는 다른, 질이 떨어지는 음식들이 많았는데, 당시 초콜릿 같은 비싼 재료 대신 값싼 재료로 식품들을 만들다보니 그런 음식들이 생겨났던 것 같아요.
▲ 아름다운 단양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 |
ⓒ 플로리안 |
실제로 최근 치러진 동부 지역 튀링겐 주의회 선거에서는 극우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득표율 32.8%로 제1당이 됐다. 카롤린과 플로리안 고향인 작센 주의회 선거에서도 AfD는 근소한 격차로 2위(30.6%)를 차지했다. 나치 이후로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지방의회를 장악한 사건이라며 우려했다.
통일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카롤린과 플로리안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꼭 필요한 일이구나 싶었다. 통일이 되면 북한의 노동력과 풍부한 천연자원, 남한의 첨단 기술이 하나가 되어 부강하고 평화로운 나라가 될 터.
독일은 남녀가 거의 평등한데, 한국은...
한국을 여행하면서 느끼는 독일과 다른 차이점을 물었다.
"한국은 자연이 아름답고 사람들이 정말 친절해요. 의료시스템도 좋고, 독일보다 범죄율도 적어서 밤 늦게 다녀도 안전하게 느껴져요. 제가 한국에서 특히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카페입니다.
한국에는 어디에나 매우 독특한 카페가 있는데, 독일보다 저렴하고 아름다운 인테리어와 고품질 커피를 제공해줘서 좋아요. 한국과 비교했을 때 독일에서 제가 좋아하는 점은 남녀가 거의 평등하다는 점이에요. 한국에서는 여전히 여성의 권리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들었어요." (카롤린)
▲ 플로리안이 찍은 한국 산과 강 풍경 사진 |
ⓒ 플로리안 |
▲ 농장에서 함께 머물고 있는 이탈리아 친구, 홍콩 친구와 함께 진평왕릉으로 소풍을 갔다 |
ⓒ 조계환 |
소외된 독일 동부 지역에서 온 카롤린, 플로리안을 통해 또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됐다. 독일이 통일이 되었지만 아직은 온전하게 하나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살짝 서글펐다. 하지만 통일을 통해 더 부강하고 좋은 나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 한국도 점진적으로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역사의식을 가지고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는 독일 청년들이랑 함께 지내며 더 나은 삶과 사회는 어떤 것일까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자기만의 멋진 색깔을 가진 청년 카롤린과 플로리안의 여행길이 더 행복하기를, 앞으로 계속 멋진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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