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 소나무도 줄줄이 잘렸다…안면송 수천그루 또 수난, 왜
1000년 역사를 이어온 충남 태안 안면도의 안면송(松)이 도로 확·포장 공사로 줄줄이 잘려나가고 있다. 좁고 굽은 도로를 넓히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주민들은 “안면도의 상징인 소나무인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인다.
24일 대전지방국토관리청과 태안군 등에 따르면 충남 태안군 안면읍과 고남면을 연결하는 국도 77호선 확·포장 공사가 2022년부터 진행 중이다. 기존 왕복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다. 1~2구간으로 나눠 22.4㎞를 확·포장하는 공사는 2029년 말 끝날 예정이다. 이 도로는 2021년 12월 개통한 보령해저터널과 이어진다.
재선충병 확산 우려 이식·이동 불가능
대전국토관리청은 도로 확장 과정에서 주변 소나무를 벌목하고 있다. 이미 200여 그루가 벌목된 데 이어 전체 공사 구간에서 5500여 그루 벌목이 예정돼 있다. 최근 공사 과정에서 잘려나간 소나무는 수령이 100년 된 것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취재진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도 도로 양쪽에는 잘린 소나무로 가득했다. 일부 소나무는 취재진이 두 팔을 감아도 닿지 않을 만큼 굵은 것도 있었다.
주민들은 공사 전 대전국토관리청과 태안군 등에 소나무를 벌목하는 대신 이식을 요청했다고 한다. 안면도 상징과도 같은 소나무를 살려보자는 취지였다. 대전국토관리청은 별도 예산을 투입해 소나무 이식을 추진했지만, 산림청 등 관계 기관에서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관련 법(소나무재선충병 방재 특별법)상 각 지역에서 자생하는 소나무는 단 한 그루도 다른 지역으로 이식이 안 된다. 소나무재선충병이 확산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안면도 역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 상당수 소나무가 벌목됐고 도로 확·포장 구간에서 벌목된 나무 가운데도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가 확인됐다.
대전국토관리청 "공사 위해 불가피한 조치"
대전국토관리청 관계자는 “안면도 소나무 역사와 특수성 등을 고려해 정부 부처, 지자체와 협의를 거쳤지만, 벌목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공사를 위해 벌목이 불가피하지만 한 그루라도 더 살리기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적송(赤松)에 속하는 안면도 소나무는 줄기가 곧게 자라고 우산 모양의 수형(樹形)이 특징이다. 다른 지역 소나무보다 재질이 단단한 것도 장점이다. 안면송 군락지는 해발 60m(최고 108m) 미만으로 운반이 쉬워 고려 시대부터 국가에서 특별 관리했다. 조선 시대에는 궁궐 건축과 선박 제조용 목재로 사용됐다.
일제 강점기에는 수많은 소나무가 전쟁 물자로 쓰이기 위해 잘려나갔고 해방 이후에도 정부 개발 정책으로 일부가 수난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1965년 정부로부터 관리권을 넘겨받은 충남도가 조림과 병충해 방제, 간벌 정책을 추진하면서 1000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안면송 최고 수령 120년, 군락지 조성
현재 안면송 분포 면적은 섬 전체 면적(1만1801㏊)의 27%(3220㏊)를 차지한다. 소나무 수령은 최고 120년 정도다. 안면읍 승언리와 정당리 일원 434㏊는 80~120년생 소나무 군락지로 ㏊당 최고 축적(모아서 쌓임)이 208~360㎡에 달한다.
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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