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벽화'부터 '미로미로' 골목길까지

전쟁의 흔적 위에 예술과 이야기를 덧입힌 감천문화마을. 피란민의 삶이 켜켜이 쌓인 골목은 오늘날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관광지로 재탄생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책주간지 ‘K-공감’에서 확인하세요.

피란민 애환 서린 산비탈
마을 색이 쌓여 풍경이 되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서부산 감성 여행의 출발점이다. 피란민들이 옥녀봉 산비탈에 일궈온 판자촌은 문화와 예술을 입고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됐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부산 감천문화마을

6·25전쟁 당시 피란 수도였던 부산에는 피란민들이 억척스럽게 일궈낸 삶의 궤적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피란민들이 얼기설기 엮어 만든 마을과 골목은 오늘날 부산만의 독특한 표정을 만들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격년제로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여섯 차례 이름을 올린 부산 감천문화마을(이하 감천문화마을)도 그중 하나입니다.

신앙촌에서 시작한 피란민 집단 거주지

부산 사하구 감천2동, 옥녀봉 산중턱을 따라 층층이 들어선 감천문화마을의 기원은 구한말 부산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일본인 거주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후 1950년대 반달고개 일대에 있던 ‘태극도마을’로 이어지며 오늘의 형태를 갖췄습니다.

초기의 태극도마을은 태극도 신도들이 모여 수행하던 일종의 신앙촌이었습니다. 그러나 6·25전쟁이 발발하자 전국 각지의 신도들이 피란해 모여들면서 마을은 거대한 판자촌으로 변모합니다.

부산의 낙후된 달동네였던 판자촌은 형성 당시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해 오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을 거치며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게 유일한 변화였습니다. 30여 년 동안 정체돼 있던 마을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마을미술 프로젝트’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습니다.

이후 ‘콘텐츠 융합형 관광지원사업’,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등 문화예술 기반 도시재생의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스니다. 2016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는 부산의 대표 명소가 됐습니다.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인기 포토존인 ‘어린왕자&여우’ 조형물. 어린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으면 발 아래 감천문화마을이 펼쳐진다. 사진 C영상미디어

‘한국의 마추픽추’

‘물이 달고 좋다는 뜻’을 지닌 감천(甘川)문화마을을 명소로 만든 것은 산비탈을 가득 메운 집들의 색채입니다. 형형색색 지붕과 벽이 마치 조각보를 이어붙인 듯 하나의 거대한 패치워크 작품 같습니다.

경사면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주거 형태는 페루 옛 잉카제국의 유적 마추픽추와 닮았다고 해서 ‘한국의 마추픽추’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또 파스텔톤 집들과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은 그리스 산토리니, 이탈리아 친퀘테레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그러나 이곳의 진짜 의미는 풍경에만 있지 않스니다. 감천문화마을은 전쟁과 가난을 견뎌낸 서민들의 삶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골목마다 집집마다 치열했던 현대사의 장면들이 배어 있습니다.

‘비석 위 집’들이 모여있는 ‘아미동 비석문화마을’의 ‘피란생활박물관’은 피란민들이 살던 집을 당시처럼 재현해 전시관으로 꾸며놓았다. 사진 C영상미디어

‘미로미로’ 골목을 걷다

감천문화마을의 매력은 소박한 골목길에 숨어있습니다. 막다른 길인 듯 보이던 골목이 다시 이어지고, 방향을 잃은 듯 걷다 보면 뜻밖의 풍경과 마주합니다. 천천히 걷는 것 자체가 하나의 탐험이 됩니다. 마치 모세혈관처럼 좁다란 길로 촘촘하게 이어진 미로미로(美路迷路) 골목길을 탐험하다 보면 아파트 단지나 빌딩 숲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색다른 풍경과 마주칩니다.

해설사에 따르면 이곳의 집은 대부분 8평(약 26㎡)이 채 되지 않습니다. 피란민들이 “누워 다리 뻗을 자리만이라도” 서로 내어주며 지은 집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느 집도 뒷집을 가리지 않고, 골목을 막지 않게 지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 결과 만들어진 풍경은 시대극 세트장을 보는 듯합니다. 골목을 거닐다 보면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견뎌낸 시간들이 생생히 되살아납니다. 젊은 세대에는 레트로 감성의 여행지로,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이색 골목 여행지로 사랑받는 이유입니다.

마을을 한눈에 조망하려면 감천문화마을 관련 자료를 전시하는 전시 안내관 옥상의 ‘하늘마루 전망대’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감천항과 부산항, 용두산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특히 노을이 파스텔톤 지붕을 차례로 물들이는 풍경은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포토존 ‘어린왕자&여우’ 조형물 앞도 마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명소입니다. 감천문화마을 제2안내소 부근이어서 찾기 쉽습니다. 주말이면 어린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이들이 줄을 섭니다. 조형물 아래쪽 어린왕자가 살았던 별의 명칭을 딴 ‘소행성 B612 기념품숍’에선 마을 입주 작가 등이 만든 기념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부산 출신 방탄소년단 정국과 지민의 얼굴을 그려 넣은 감천문화마을의 벽화는 ‘방탄 투어’ 성지로 꼽힌다. 사진 부산관광공사

‘BTS 벽화’부터 ‘작은박물관’까지

산동네 좁은 골목은 그 자체로 전시관입니다. 골목 탐험을 하는 동안 우연히 마주치는 벽화, 공공미술 작품, 포토존 조형물도 놓칠 수 없습니다. 부산 출신인 방탄소년단(BTS) 정국과 지민을 그려놓은 벽화 앞은 방탄소년단 팬 ‘아미’들 사이에서 ‘방탄 투어 인증 사진 명소’로 꼽힙니다. 한복을 입고 벽화를 배경으로 사진 찍으려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빕니다.

‘별 보러 가는 148계단’은 이름 그대로 계단을 오르다 보면 별이 보일 정도로 힘들다고 해서 붙은 이름입니다. 물동이를 이고 오르던 옛 풍경을 담은 벽화는 당시 주민들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148계단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은 ‘감내어울터’입니다. 이곳은 부산시에서 2011년부터 진행한 ‘산복도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옛 목욕탕 ‘건강탕’을 리모델링해 지역 주민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공방 등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모은 사진과 생활용품을 전시한 ‘작은박물관’도 이 마을의 시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을 입구에서 ‘까치고개’를 넘으면 ‘1023 피란 수도 흔적길’을 따라 ‘아미동 비석문화마을’로 이어집니다. 일본인 공동묘지와 화장장이 있던 곳으로 피란민들이 집 지을 자재가 없어 비석과 주춧돌 등을 이용해 집을 지으며 형성된 마을입니다.

가파른 골목을 힘겹게 오르는 연두색 마을버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에 억척스럽게 삶의 터전을 일궜던 이들 생각에 눈시울이 시큰해집니다. 그래도 고개를 돌리면 모든 것을 품어줄 듯 넓고 활기찬 바다가 있습니다. 그 바다가 있었기에 이들은 다시 살아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까이 있는 ‘2025~2026 한국관광 100선’
부산 엑스 더 스카이&그린레일웨이

사진 부산시청

감천항 가까이 감천문화마을이 있다면 미포항 근처엔 부산 엑스 더 스카이&그린레일웨이가 있습니다. 2025~2026 한국관광 100선을 포함해 2회 연속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습니다.

부산 엑스 더 스카이(BUSAN X the SKY)는 해운대 엘시티 랜드마크타워에 있는 전망대입니다. 해운대 해변과 부산 시내를 비롯해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이기대, 달맞이고개, 동백섬 등 부산의 명소를 두루 조망할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그린레일웨이’는 동해남부선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까지 이어지는 옛 철도 구간을 재개발해 조성한 약 4.8㎞의 해안 산책로입니다. 산책로엔 다릿돌전망대와 바다소리갤러리, 해월전망대 등 쉼터가 마련돼 있고 해운대 해변열차인 스카이캡슐이 가까이 지나가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