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가장 빠른 여자는 14세…육상계 뒤집은 ‘현실판 하니’

현실판 ‘달려라 하니’가 나타났다. 중학생이 일반부 선수들마저 제치고 올해 국내 여자 100m 시즌 베스트 기록을 작성하자 육상계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은 서울체중 2학년 왕서윤(사진)이다. 그는 지난 2일 전남 목포에서 열린 전국종별육상선수권 여자 중등부 100m 결선에서 11초83으로 결승선을 통과해 17년 만에 여중부 최고 기록(종전 11초88)을 갈아 치웠다. 이는 앞서 열린 여자 일반부 결선 1위 기록(11초87)보다 0.04초 빠를 뿐만 아니라 올해 시즌 베스트에 해당한다.
2012년 11월생인 왕서윤은 ‘연 나이’로는 14세고, ‘만 나이’로 13세5개월이다. 만화 ‘달려라 하니’ 속 주인공 하니(13세)와 같다. 신장 1m63㎝에 체중 50㎏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크다. 체육교사 출신 아버지의 피를 물려 받았다.
육상 전문가들은 왕서윤의 기록 뿐만 아니라 달리는 방식에 더 큰 기대감을 표시한다. 윤여춘 육상 해설위원은 “왕서윤은 힘으로 뛰지 않는다. 800m 선수처럼 리듬과 유연성을 앞세운다. 때문에 폭발적인 스퍼트 없이도 후반까지 스피드를 유지하는 것”이라면서 “한국 단거리에 이런 유형의 선수는 없었다. 미국의 앨리슨 펠릭스(런던올림픽 200m 금메달리스트)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장 속도는 만화 속 주인공이라 할 만큼 가파르다. 증산초 4학년 때 취미로 육상에 입문한 뒤 1년 만에 공식대회에서 13초13을 찍어 주위를 놀라게 했다. 6학년 때는 기록을 12초82로 줄였다. 중학생이 된 이후 병행하던 멀리뛰기를 멈추고 단거리에 집중하며 기록이 더 좋아졌다. 중1이던 지난해 4월 12초33에 이어 다시 두 달 뒤 12초19로 기록을 줄였다. 올해 시즌이 열리자마자 11초대(11초94)에 진입했고, 이날은 중등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이강민 서울체중 코치는 “지난달 11초94를 뛸 때 올해 급성장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지만, 흐름이 기대 이상이다. 단거리 선수가 보름 만에 0.11초를 단축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왕서윤의 장점은 유연성이다. 이 코치는 “스타트 후 가속 구간으로 접어드는 과정이 부드럽다”면서 “뭔가를 완성했다기보다 천부적인 재능에 가깝다”고 했다. 훈련량도 많지 않다. 주중 방과 후 3시간, 주말에는 토요일에만 5~6시간 가량 훈련한다. 이 코치는 “서윤이가 성장기인 점을 감안해 훈련량을 조절한다. 같은 이유로 웨이트 트레이닝도 시키지 않는다”고 했다.
한국 여자 육상 100m 기록은 지난 1994년 이영숙이 세운 11초49다. 왕서윤의 기록과 0.34초 차이가 난다. 격차가 작진 않지만, 성장 속도를 고려하면 그리 멀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김건우 KBS 해설위원은 “왕서윤의 재능은 10년에 한 명 정도 나올 수준”이라면서 “지금은 자고 일어나면 기록이 느는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윤여춘 위원은 “잘 성장해 고등학생이 되면 한국 기록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중요한 건 성장을 도울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제공 여부다. 김건우 위원은 “(왕)서윤이의 신체적 역량을 정밀 측정해 퍼포먼스의 기준점을 만든 뒤 그에 맞게 꾸준히 관리해줘야 한다”면서 “레이스 후반에 살짝 무너지듯 들어가는 게 보이는데, 속근을 키우면 후반 가속 구간을 늘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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