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의 왕 대상포진, 실명·사망 위험도… 72시간 이내에 신경뿌리 치료를”
‘대상포진 명의' 김찬병원 김찬 대표원장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수두 바이러스와 똑같다. 어릴 적 수두를 앓고 난 뒤 그 바이러스가 신경뿌리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신경뿌리를 공격해 신경이 분포하는 피부를 따라서 띠 모양으로 발진과 수포가 올라온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물집이 났다고 해서 피부병이 아니라 대표적인 신경계 질환으로,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대상포진에 유독 취약한 사람이 있나?
“수두에 감염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아이를 포함한 모든 연령대에서 주의해야 한다. 예전에는 50대 이상의 중년 연령층에서 흔해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불렸다. 특히 갱년기 여성이나 당뇨병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병을 오래 앓거나 폐경기에 나타나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상포진은 중년뿐 아니라 20~40대 젊은 층에서도 발병이 계속 증가해 더 이상 노인성 질환은 아니라고 본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미세먼지, 흡연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젊은 층도 취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피부 발진이 발생하기 3~7일 전에는 전구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전신 근육통 ▲전신 피로 ▲오한 ▲두통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과 비슷하다. 또 수포가 발생하기 전 그 부위에 뻐근하고 쑤시는 증상이 있다가 피부에 띠 모양(一자 모양)으로 감각 이상과 감각 둔화가 발생한다. 찌릿하거나, 따끔거리거나, 저리거나 가려움증을 동반하면 대상포진의 전구증상임을 의심해야 한다. 그 후에는 신체의 좌, 우중 어느 신경 한쪽으로만 띠 모양으로 발진이 나타난다. 수포, 딱지가 생기고 딱지가 없어지는 과정이 약 4주 정도 진행된다. 대상포진은 심한 통증과 가려움이 환자를 괴롭히는 병이다. 대상포진으로 내원하는 환자중에는 ‘옷깃만 스쳐도 칼에 베이는 것 같다’며 옷이 살에 닿지 않게 손으로 잡고 오는 환자들이 많고, 통증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대상포진이 발생한 피부를 도려내 달라고 한 환자도 있다.”
“단순 두드러기 같은 경우는 주로 몸 전체에 퍼지거나 신체의 좌우에 동시에 발생한다. 반면 대상포진은 몸의 좌우 중 어느 한 쪽에서만 특정한 신경절을 따라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우리 몸은 좌우 양쪽으로 신경절들이 존재하는데, 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대게 하나의 신경절을 침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목에 잠복해 있던 신경뿌리가 공격하면 목·어깨·팔에 띠 모양으로 발진이 생기고, 흉추 쪽이라면 갈비뼈를 따라, 허리 쪽이라면 엉치·다리에 띠 모양으로 나타난다.”
-대상포진 치료도 골든타임이 있나?
“그렇다. 대상포진 골든타임은 72시간으로 초기에 빨리 치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발병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고 신경뿌리 치료를 병행하면 한 달 전후로 빠른 호전이 가능하다. 하지만 대상포진을 방치하거나 치료 시기가 늦어지면 후유증과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치료법인 신경뿌리 치료는 특수장비인 C-ARM으로 대상포진이 발생한 신경절을 찾아 약물을 주사해 직접 염증을 없애고,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켜주는 것이다. 통증과 가려움을 완화하는 진통제도 함께 복용한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에 대한 걱정도 크다. 원인과 대처법이 있나?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대상포진의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대상포진은 발진, 수포, 딱지가 생기면서 한 달을 전후해 완치돼야 하는데, 한 달이 지나도 감각이 둔하고 통증이 지속되면 이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한다. 면역력이 떨어진 경우, 특히 고령일수록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50대는 50%, 80대는 80% 정도다. 신경의 손상이 심하거나 치료가 늦으면 통증이 오래가면서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 만성 통증에 시달릴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으로 넘어가지 않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대상포진으로 실명 등 위험한 합병증도 올 수 있다던데.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뇌신경을 침범한 안면부 대상포진의 경우 실명, 이명, 안면마비가 올 수 있다. 드물게는 뇌수막염으로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망막을 침범하면 눈 주변에 통증과 충혈이 발생하고, 눈부심과 함께 무언가 떠다니는 듯한 증상, 시력저하를 동반한다. 그러다 망막 괴사를 일으켜 심한 경우 드물게 실명까지도 이를 수 있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안과에서 망막 손상을 검사하고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재발 위험은 없나?
“대상포진은 한 번 발병하면 재발하지 않는 대표적인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학계의 보고에 따르면 암 환자, 당뇨병 환자, 자가면역질환자와 같이 면역력이 심각하게 떨어진 경우 매우 드물게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대상포진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포진은 면역력과 관련된 질환이므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치료 이후 관리도 마찬가지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정기적인 휴식으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게 좋다. 가벼운 유산소 운동이라도 매일 30분 정도 꾸준하게 하기를 권한다. 특히 젊은 층에서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영양실조로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영양소가 풍부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과식, 음주, 흡연, 미세먼지 등을 최대한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하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예방 접종은 언제 하나?
“현재 대상포진 예방접종은 만 50세 이상에게 권장하고 있다. 우리가 독감백신을 맞아도 완벽하게 감기에 안 걸리는 건 아니듯, 대상포진 백신도 완벽하게 대상포진을 막는 건 아니다. 다만 백신을 맞으면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약하게 앓고 넘어가거나 후유증인 신경통으로 넘어가는 것을 많이 줄일 수 있다. 또한 백신 기술 발전으로 인해 예방률이 90%까지 올라가서 백신을 맞는 것을 권장한다. 최근 새로 나온 대상포진 백신은 2~3개월 주기로 두 번을 맞으면 된다.”
“집 천장에 구멍이 나서 빗물이 새는데 천장은 수리하지 않고 마룻바닥만 계속 닦으면 헛수고다. 대상포진도 이와 마찬가지다. 피부에 발생한 발진·수포 때문에 피부병으로 오인해서 정작 대상포진의 원인인 신경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매우 큰 통증과 함께 심각한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에 병원을 방문해 신경뿌리 치료를 받으면 빠르게 나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의학 박사다. 현재 수원 김찬병원의 대표 원장으로, 대상포진, 삼차신경통 등을 진료하고 있다. 과거 아주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와 신경통증클리닉 센터장으로 근무했으며, 대한통증학회 회장도 역임했다. 김찬 대표원장은 환자들을 통증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키기 위해 30년 이상 통증 치료에 매진했다. 1991년 대상포진 신경치료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현재까지 통증의학계의 선두주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는 수십 만 번의 방사선 치료로 인한 피폭으로 손톱에 변형이 오면서도, 환자를 위해 생긴 훈장이라며 자랑스럽게 여기고 진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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