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는 되고, 尹은 안되냐"…與, 민주당 '날치기 예산안' 분통

김민석 2022. 11. 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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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국토위서 '이재명표 공공임대예산' 6조원 증액
'윤석열 대통령 공약'인 '분양 주택 예산'은 1조원↓
정무위서도 민주 단독의결로 '尹표 예산' 대거 감액
주호영 "예산합의돼야 국조 시작…野, 폭거 멈춰야"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운데)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성일종 정책위의장, 오른쪽은 김석기 사무총장 ⓒ뉴시스

국민의힘이 내년도 예산 심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거대의석을 앞세워 이재명 대표의 예산은 대거 확대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하는 예산은 삭감하는 방식으로 예산안을 짜고 있어서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전제 조건이 '예산안 통과'인 점을 강조하는 전략으로 민주당을 압박해 윤석열정부의 첫 예산을 어떻게든 확보하겠단 입장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수행에 필수적인 예산을 모두 삭감하고 나섰다. 새 정부가 일을 못하게 하려는 '정부완박(정부 완전 박탈)' 횡포"라며 "우리 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일방적으로 핵심 정책과 공약에 대한 예산을 칼질해서 넘기는 독주를 감행하고 있다. 협치·상생을 이야기하면서 뒤로는 뺨을 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가 지적한대로 민주당은 최근 상임위원회 예산을 단독으로 의결해 처리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4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들에게 주택을 분양해주기 위한 예산은 1조1393억 원 깎고,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기 위한 예산은 6조7471억 원을 늘리는 내용의 내년도 예산안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분양주택 예산은 윤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었던 '역세권 첫 집'과 '청년 원가 주택' 공급에 투입될 자금이고,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이재명 대표가 강조하는 공약이다. 이날 예산안은 국민의힘 의원 12명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 관계자들은 전원 불참한 상황에서 민주당 의원들의 단독 의결로 통과됐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같은 날 열린 정무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서도 규제혁신추진단과 국가보훈처 예산 49억 원을 삭감하는 안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두 예산이 윤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 위원들은 규탄 입장문을 내고 "윤 정부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발목잡기식 무조건적 감액을 주장한 만큼 이번 민주당의 정무위 예산 '날치기'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같은 민주당의 독단적인 주장은 법무부 예산안 심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총 2200억 원에 달하는 법무부·검찰청 예산의 대폭 삭감을 밀어붙이고 있다. 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예산은 물론 법무부와 검찰의 수사, 인건비까지 깎기 위해서다.


여권 일각에선 민주당이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한 보복 차원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는 검찰을 겨냥해 보복성 예산 삭감에 나서고 있다"며 "수사기관의 손발을 묶겠다는 의도"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임대주택 예산삭감 저지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예산안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은 일단 민주당의 행태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한 예산들이 모두 국회를 통과할지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각 상임위원회에서 고친 예산안 수정안은 예결위로 넘어가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증액된 예산은 예결위가 무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서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정부가 수행하던 사업을 대거 삭감해 예결소위로 송부해왔는데, 밤새워가며 예결소위서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온 여야 의원들의 심사 결과를 다 뒤집고 형해화하는 폭거"라며 "정무위와 국토위에서 일방 처리한 예산안을 원점으로 되돌려서 심사하고, 합의 처리해 예결위로 송부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힘이 이번 예산안에 합의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밀어붙인 이태원 참사의 국정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협상의 무기가 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앞서 여야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하면서, 본조사는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 개시하기로 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선거에 패배하고 국민의 심판을 받았으면 그 결과에 승복해서 새 정부가 첫해만이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좋다"며 "예산이 합의 통과돼야 국정조사가 비로소 시작된다. 원만한 국정조사를 위해서라도 다수의 횡포, 예산 폭거를 거둬들이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 정부가 하겠다는 모든 것에 훼방을 놓는 것이 민주당의 의도인데, 그 속에 누구를 위해 민주당이 이렇게 움직이는지는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단 우리 입장에선 9일(정기국회 마지막 날) 안으로 처리하자는 입장이지만, 계속 날치기 예산을 밀어붙인다면 우리도 이재명표 예산을 받아들여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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