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옥의 세계경제전망] 미국, 장기국채 금리 상승 막으려다 달러 약세 맞는다

‘재무부 트위스트(Treasury Twist).’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이 지난 19일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2조7610억원)에서 최소 40억 달러(5조5220억원)로 2배로 늘린다고 발표하며 해당 정책에 붙인 이름이다. 장기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한 조치다. 방식은 이렇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물(T-bill)을 발행해 판 뒤 그 돈으로 장기물을 되산다. 정부의 재매입으로 장기 국채 가격이 오르면 채권 금리가 떨어지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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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조 달러 나랏빚에 이자 급증
금리 낮추려고 장기국채 바이백
약 달러와 인플레 부추길 우려
재정·통화 긴축이 문제 해결책
」
단기 국채를 팔고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물 금리 하락을 유도하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의 ‘미 재무부 버전’이다. 시장에서는 재무부가 시행하는 양적완화(QE)로 ‘스텔스 QE’라고 부를 정도다. 미 30년물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연 5.336%)까지 오르자 추가 금리 상승을 막으려 꺼내 든 긴급 처방이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도 ‘금융 억압’
‘재무부 트위스트’에서 더 나아가 베센트는 ‘재무부 쌈짓돈’까지 장기 국채 금리 억누르기에 동원할 태세다. CNBC는 재무부가 Fed에 맡겨둔 재무부 일반계정(TGA) 자금을 장기 국채 바이백 재원으로 쓸 수 있다고 보도했다. TGA 잔액은 지난 20일 기준 9350억 달러(약 1291조원)다. 베센트 장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모건스탠리는 바이백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TGA 여유 자금을 800억~2000억 달러(110조~276조원)로 추정했다.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을 막으려는 미 정부의 방어선 구축은 이것만이 아니다. 급락한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려 7월 말 미국과 일본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엔화 공동 매수 개입에 나섰을 때도 미국은 달러화 표시 자산이 아닌 유로화 자산을 팔아 엔화를 사들였다. 미 국채를 팔 경우 국채 금리 추가 상승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일본도 미 국채 매도 대신 Fed가 운영하는 ‘외국·국제통화당국(FIMA) 레포 기구’를 활용해 일본이 보유한 미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렸다.
장기 국채 금리 상승은 연방 정부의 이자 부담 증가뿐만 아니라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금리 등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도 끌어 올린다. 그럼에도 미국 정부의 장기 국채 금리 억제 조치에 시장의 시선은 곱지 않다.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의 본격화 조짐으로 여긴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외환리서치 책임자는 “장기 국채 바이백 확대와 외환보유액 운용에서 FIMA 제도 활용을 독려하는 조치 등은 미국 수익률 곡선의 장기 구간을 억제하려는 ‘소프트 금융 억압’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금융 억압은 정부가 빚 부담을 줄이려 금융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일컫는다. 역사적으로 여러 국가가 부채가 많은 시기에 이런 정책을 활용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금융 억압 정책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낮춘 것이 대표적인 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부의 이자 부담 등을 낮추려 Fed에 기준금리 인하 등을 압박한 것도 사실상의 금융 억압에 해당한다.
“장기 국채 바이백은 정치적 결정”
미국 정부가 금융 억압에 나서는 건 빚더미에 올라앉은 탓이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미국의 정부 부채는 40조775억 달러(약 5경5327조원)에 이른다. 1년 새 3조 달러(약 4142조원)나 늘었다. 빚이 늘며 이자 부담도 갈수록 커진다. 2026년 회계연도에 들어 지난 7월까지 이자 지출만 9630억 달러(약 1329조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현재 연방정부 세입 5달러 중 거의 1달러가 이자 지급에 들어갈 정도다.

이미 많은 빚에다 빚은 더 늘어날 판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연간 재정적자는 2조 달러(약 2761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려 국채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많아지면 국채 값 하락(국채 금리 상승)은 피할 수 없다. 더 비싸게 돈을 빌려야 할 처지다. 지난 13일 미 재무부가 실시한 250억 달러(약 35조원) 규모의 30년물 국채 신규 발행 입찰 금리는 5.216%로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채 금리 상승을 가져온 막대한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 없는 대증요법인 금융 억압이 가져올 시장 왜곡에 대한 우려는 크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듀케인패밀리오피스 회장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바이백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인위적으로 장기 국채금리를 낮추려하면 미국 국채시장의 신뢰도를 깎아 더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융 억압이 가져올 달러 약세와 물가 상승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사라벨로스는 “미국 국채의 시장 가격 하락(채권 금리 상승)을 허용하지 않으면 해외 투자자가 보유한 미 국채의 외환 가치는 달러 약세로 조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면 수입 상품 가격이 오르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달러 약세 우려에 ‘화폐 가치 희석 거래(debasement trade)’가 부상하며 금과 비트코인 가격은 뛰었다.
IMF “금융 억압 활용 증가할 수도”
지난 5월 기타 고피나트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재정 여력이 제한된 정부는 광범위한 가격 통제, 금융 억압, 중앙은행이 재정 위험을 떠안게 압박하는 조치 같은 비정통적인 수단에 의존할 수 있다”며 “자신이 의지하던 최후의 안전판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장이 깨닫게 되면 주식과 채권 시장 전반에 걸친 동시다발적 투매가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앞으로 금융 억압의 활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 억압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 필요한 건 정공법이다. 노샤드 샤 시타델증권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채권 판매 대표는 “채권 시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재정이나 통화정책 긴축”이라며 “지속 가능한 해법은 반복적인 개입이 아니라 재정정책에 있어 어려운 선택과 금리 인상을 포함한 중앙은행의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하현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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