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지 않는 ‘제로슈거’ 열풍… 시럽형 감기약도 무설탕?
“적은 양, 짧은 기간 복용…악영향 없어”
제로슈거 열풍은 맛은 맛대로, 건강은 건강대로 지키려는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했다.
기존 음식에서 주로 단맛을 내기 위해 쓰던 설탕은 비만, 혈중 포도당 증가 등의 원인으로 작용해 과다 섭취 시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이에 소량만 넣어도 단맛을 충분히 낼 수 있는 대체감미료가 설탕을 대신하면서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제로슈거 트렌드는 일찍이 감기약이나 건강기능식품에도 접목돼 왔다. 특히 어린이가 섭취하는 시럽형 약물, 짜먹는 영양제 등에 들어간다.
아이들의 경우 성인이 일반적으로 느끼는 쓰거나 떫은 ‘약 맛’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약을 만드는 입장에서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단맛을 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에게 좋은 것을 먹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 입장을 고려하면 설탕 등 감미제를 과다하게 사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제약사들은 최소한의 첨가제를 투입한 어린이 감기약을 개발하기 위해 대체감미료를 쓰기도 한다.
먼저 건기식 시장에서는 많은 제품들이 설탕을 넣지 않은 점을 내세우고 있다. 멀티비타민, 유산균, 홍삼, 면역증강제품 등 종류와 상관없이 무설탕, 무색소, 무보존료, 무착향료 등을 기본으로 강조한다.
의약품의 경우 처음으로 무설탕에 초점을 맞춰 어린이 감기약을 내놓은 곳은 GC녹십자다. GC녹십자는 2015년 ‘그린시럽 시리즈’를 선보이며 어린이 종합감기약, 해열진통제, 코감기약, 목감기약을 출시했다. 그린 시리즈의 특징은 기존 시럽제들이 감미제로 사용해왔던 설탕을 전혀 넣지 않고 100% 자일리톨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감기약은 여전히 다수 제품이 설탕 혹은 액상과당을 활용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맥시부펜시럽’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과당을 감미료로 사용했다. 대원제약의 ‘콜대원키즈’, 종근당의 ‘모드콜 시럽’, 동아제약의 ‘챔프’, 제뉴원사이언스의 ‘하벤키즈’ 등은 백당(흰 설탕)을 함유한다.
설탕 같은 첨가물의 사용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다름 아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아플 때 잠깐 복용하는 약과 달리 꾸준히 오래 먹어야 효과를 보는 건기식은 건강을 생각해 무설탕으로 만들 필요성이 더 크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어린이용 감기약은 기본적으로 단 맛이 나야하기 때문에 감미료가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양이 들어가는지는 위탁생산업체(제품제조공장)마다 다르다”며 “그렇다고 유행에 맞춰 제로슈거 제품을 새로 개발하기에는 수요가 크지 않다고 본다. 음료, 과자들과는 달리 약물은 극소량을 짧은 시기 동안 먹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다수의 어린이용 시럽 제품에는 과당, 설탕 첨가제가 함유돼 있다. 어린이 의약품인 만큼 아이들 복용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당 성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다만 식품의약품 가이드라인에 따라 첨가제를 사용한다. 액상과당이나 설탕 양을 줄이기 위해 대체감미료인 자일리톨 등을 함께 첨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제로슈거 유행이 지속된다면 건강기능식품 쪽으로 관련 제품을 개발할 의향이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는 설탕이든 대체감미료든 다량이 아니면 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무엇보다 아이가 약을 잘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윤선희 대한약사회 부천시분회장(약사)은 “어린이용 시럽 속에 들어있는 설탕이나 대체감미료는 매우 소량이기 때문에 건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또한 출시된 약물들은 안전성을 통과해 만들어진 것이니 무설탕 제품이 아니더라도 안심해도 된다”며 “오히려 단 맛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아이들이 약을 복용하기 어려워 더 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강하게 약을 거부한다면 단 맛이 있는 꿀이나 음료와 함께 복용해도 된다. 다만 시럽약에 이미 당이 들어가 있으니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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