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우리 아이가 담배를 피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24. 10. 1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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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2023년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흡연율(2023년 기준)이 청소년 전체 4.2%, 남학생 5.6%, 여학생 2.7%으로 나타났다. 이는 ‘설문조사’일 뿐이다. 대한가정의학회의 2022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18세 1258명의 소변 검사 결과 실제 흡연율은 13.8%였다.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내 자녀가 현재 흡연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10% 내외라는 말이다.

흡연은 단순히 나쁜 습관만이 아니다. 과거에는 ‘니코틴 의존’으로 현재는 ‘담배 사용 장애’라는 질병 진단 코드가 있는 엄연한 정신과적 질병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정신의학회(APA)에서는 ‘담배 사용 장애’를 중독 장애로 분류한다.

청소년의 뇌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뇌의 구조와 기능이 변화하는 ‘신경 가소성’이 매우 활발한 시기이다. 청소년기에 흡연을 해 니코틴에 중독되면 성인보다 중독성이 11배나 강하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청소년의 뇌는 니코틴에 중독되면 그 병폐가 성인보다 훨씬 크다.

#중학교 2학년 자녀의 가방에서 담배가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아이는 친구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때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①이 담배가 “네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하면서 등짝을 때린다. ②당장 그 친구의 전화번호를 말하라고 한다. ③일단 “알았다”고 한 다음에 앞으로 계속 아이의 소지품을 몰래 검사한다. 이상의 세 가지는 부모님들이 흔히 대응하는 방법이지만, 모두 올바른 대응은 아니다.

만약 자녀가 담배를 피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통상적으로 자녀를 심하게 야단치게 된다. 간혹 체벌이라는 명목으로 부모가 자녀를 폭행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꾸중이나 체벌은 자녀를 더욱 엇나가게 할 수 있고 자녀의 금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청소년 자녀가 흡연을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거나 보았을 때, 기분은 어떤가? 놀랐나? 당황스럽나? 충격을 받았나? 달리 묻겠다. 불편한가? 편안한가? 편하지 않은 것이 일반적인 반응이다. 자녀가 흡연을 한다는 것을 알고 부정적인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흡연을 한다는 것을 보거나 인지했을 때, 부모님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태도는 '놀라지 말고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지 말고, 차분함, 침착함을 유지하는 태도'이다.

부모가 부정적인 모습을 자녀가 알아차린다면, 흡연을 한 청소년 자녀는 자신의 흡연 행동을 더 감추려 할 것이다. 이후 흡연 사실이 알려지면 부모님을 실망시킬까봐 또는 불이익을 당할까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흡연을 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더 나아가 스스로 자괴감, 자기혐오로 나아갈 수 있다.

부모가 흡연을 하는 자녀와 대화할 때 두 번째 태도는 '"흡연을 멈추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흡연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말리진 않겠어. 하지만 금연을 결심했는데도 힘들다면, 나와 먼저 의논하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흡연을 대처할 건강한 방법을 아직 배우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흡연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자녀의 금연을 권유하기 보다 먼저 할 일은 우리 집안의 흡연자가 누가 있는지 확인하고, 흡연을 하는 성인들이 먼저 금연을 솔선수범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특히, 부모의 금연이 선행돼야 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부모 스스로가 금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청소년 자녀에게 건강한 부모상을 보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모가 흡연하는 자녀와 대화할 때 세 번째 태도는 '판단하지 않는 경청의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부모의 가치 판단으로 판단하지 않는 경청을 하는 것이다. 언제든지 비판하지 않는 태도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 좋다.

“내가 네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이야기해라. 어떠한 내용이라도 내가 너를 비판하거나 화를 내지 않을게”라고 말해 주어야 한다.

판단하지 않는 경청을 하기 위해서는 ①흡연 행동에 대해 비난이나 비판하지 말고 ② 흡연 행동에 대해 화내지 말고 ③ 부모의 판단에 근거한 주관적인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경청의 태도가 동반되지 않은 부모의 충고나 설득은 그 뜻이 아무리 선의라 하더라도, 자녀에게는 그저 잔소리나 비난에 불과하다. 잔소리나 비난은 흡연 문제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으며, 흡연 자녀를 문제아로만 인식하는 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흡연하게 되는 상황과 그러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이것이 흡연 행동에 대해 부모가 동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흡연을 멈추라고 하는 대신에 경청의 대화 태도를 취하고, 질문을 통해 흡연의 원인, 양, 빈도, 기간, 심각성 등을 파악하여 향후 계획을 세우라고 권하고 싶다.

부모가 흡연하는 자녀와 대화할 때 네 번째 태도는 '흡연에 대한 너무 많은 관심과 집착을 보이지 말기'다. 흡연이 아니라 자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 흡연을 통해 해결하려던 문제를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는 대안을 함께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흡연이 아닌 더 나은 다른 방법을 같이 찾아보자. 그 뒤에 흡연을 줄일지 멈출지를 생각해보자”라고 말해주는 편이 낫다.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앞서 말한 바처럼, 청소년 금연이 성인의 금연보다 뇌과학적으로 훨씬 더 어렵다. “당장 못 끊는다”고 너무 야단치지 말고, “왜 끊지 못하느냐. 결심만 하면 된다”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 하지 말고, 전문가와 의논해 자녀의 금연에 실제적 도움을 주기 바란다. 흡연은 중독질환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다.

(*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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