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쓰의 재발견]⑧태동하는 K-푸드 업사이클링…폐기물 규제가 발목

임온유 2024. 9. 2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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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푸드 업사이클링 업체는 리하베스트
CJ제일제당, 삼성웰스토리, OB맥주 등 합류
"규제완화로 시장 열고 컨트롤타워 세워야"

현재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은 시작 단계다. 1차원적 푸드 업사이클링인 못난이 농산물 소비가 확산하는 가운데 식품 가공 단계에서 나온 부산물을 활용하려는 기업들이 점차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 '음식물 쓰레기'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한 데다 식품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동식물성 잔재물 등은 환경부가 폐기물로 규제하고 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가 맥주박 등으로 만든 리너지가루

리하베스트 이후 태동하는 K-푸드 업사이클링

국내 첫 푸드 업사이클링 업체는 2019년 설립된 리하베스트다. 리하베스트는 맥주 부산물인 맥주박으로 만든 대체 밀가루 '리너지 가루'를 생산하고 있다. 맥주박은 세척→탈수→건조→분쇄→이물·균 검사를 거쳐 리너지 가루로 만들어진다. 밀가루 대비 식이섬유 20배, 단백질 2.4배를 함유해 빵, 쿠키, 에너지바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쓰이는 중이다. 리너지 가루는 아시아 최초로 미국 업사이클링푸드협회(UFA)의 인증을 받기도 했다.

민영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넘쳐나는 식품 부산물은 과거에 없던 산업화의 잔재"라면서 "인간은 버려지던 제로(0) 가치 부산물을 고부가가치로 바꾸는 업사이클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리하베스트가 시장을 개척한 뒤 CJ제일제당, 삼성웰스토리, 오비맥주 등 대기업도 푸드 업사이클링에 뛰어들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사내벤처 이노백을 통해 2022년 '익사이클 바삭칩'을 출시했다. 햇반을 만들고 남은 깨진 조각쌀과 콩 비지 등 식품 부산물을 30% 함유한 스낵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CJ더마켓, 올리브영,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미국·말레이시아·홍콩 현지 유통채널 입점을 시작으로 최근 호주 코스트코에도 출시되며 글로벌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CJ제일제당, 깨진 쌀과 두부 비지도 만든 익사이클 바삭칩 출시

삼성웰스토리는 지난해 푸드 업사이클링 브랜드 '비(B)요미'를 만들고 두부 비지를 넣은 그래놀라·단백질바 등 총 37종 제품을 선보였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스낵·착즙주스형 상품 외에도 메인 음식과 반찬으로 제공할 수 있는 단체급식용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도 리하베스트와 협업해 맥주를 양조하고 남은 맥주박으로 리너지 가루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에너지바 '리너지바' 등 다양한 식품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최근에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저탄소 ECO 한끼 맥주박 쿠킹클래스'를 열고 리너지 가루로 피자, 김치전 등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 선도기업으로서 오비맥주는 맥주박 업사이클링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친환경 비즈니스임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면서 "앞으로도 탄소저감 실천 문화를 확산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 롯데중앙연구소, 오뚜기 등이 자체 식품 폐기물을 저감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하지만 낮은 인지도와 부산물을 이용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한국은 푸드 업사이클링 관련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전 세계적인 K-푸드 인기로 국내 식품 가공 산업은 날로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이에 따라 폐기물은 점차 증가하는 중이다. 하지만 유독 땅덩이가 좁아 이를 처리할 공간은 부족하다. 푸드 업사이클링이 필연적으로 발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인 셈이다.

"부산물 활용 어렵게 만드는 환경부 폐기물 규제 완화해야"

전문가들은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 활성화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폐기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식품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동식물성잔재물 등은 환경부가 폐기물로 규제하기 때문에 자원으로 활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폐기물의 경우 식품으로 인정받지 못해 푸드 업사이클링의 원료가 될 수 없다.

민 대표는 "그나마 순환자원으로 인증받은 일부 폐기물은 규제를 벗어나 재가공될 수 있지만 인증을 위한 보관·배송·청결 등 기준이 매우 까다로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한 원료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지원할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국내 푸드 업사이클링 시장의 성장은 우선 정부가 지금까지 식품 폐기물 저감 정책에 실패했고 이제껏 버려온 폐기물 가운데 활용할 수 있는 재료가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시작될 것"이라면서 "지금은 환경부·식품의약안전처·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기관의 책임지려는 태도가 전무하고 정책을 관장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인지도 제고부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농식품부가 2022년 푸드 업사이클링을 '10대 푸드테크 핵심기술' 중 하나로 선정하고 지원을 시작한 것은 고무적이다. 2026년에는 전남 최대 농축산물 생산지인 나주에 푸드 업사이클링 기술 개발과 상품화를 돕는 연구지원센터가 들어선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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