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文정부, '대북전단 코로나 확산' 황당 주장…외국공관 배포
비과학적 주장…'탈북민 댓글' IP는 동유럽
대북전단금지법 강행 발판…수혜자는 북한
문재인 정부가 '대북전단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북한에 유입될 수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공식 문서에 명시하고, 이를 주한 외국 대사관마다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가짜뉴스를 활용한 것인데, 실체가 없는 비과학적인 주장이어서 외교적 망신이라는 지적이다.
16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통일부는 2020년 12월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라 불리는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설명자료를 각국 주한공관에 배포했다. 당시 주한 외교공관은 113곳(현재 115곳)으로, 이 가운데 남북 대사를 겸임하는 '한반도 클럽'과 북한에도 별도 공관을 가진 '평양 클럽' 등 관계 공관 46곳에 자료를 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어떤 기준으로, 정확히 몇 곳에 자료를 배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 설명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체 없는 '바이러스 살포' 주장…정부자료에 명시
본지가 입수한 이 설명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법 개정 사유와 함께 '일부 탈북자가 바이러스를 묻힌 물품을 북한에 보내 코로나19를 확산시키자고 선동하면서 북측이 강하게 반발했다(Some defectors instigated the spread of COVID-19 into North Korea by sending COVID-19 contaminated goods, thereby causing a strong backlash from the North.)'고 썼다.
당시 정부·여당은 21대 총선에서 압승한 뒤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하면서 북한인권 개선 노력을 저해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묻은 물품'인 대북전단을 통해 북한에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명시해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비과학적인 데다, 실체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를 통해 탈북민이 보낸 대북전단과 코로나19 확산을 연결 지어 반발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외교공관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통일부가 외교공관마다 소관 법안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한 건 처음 봤다"며 "통일부 문건이니 외교부에 질의할 수도 없고, 통일부에 묻자니 절차상 카운터 파트인 외교부에 결례가 돼 난감했다. 당사국의 이해가 달린 일이 아니어서 결국 추가 질의를 하지 못하고 유야무야됐다"고 말했다.
'탈북민 바이러스 유포 선동'…IP기록 보니 동유럽
대북전단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될 수 있다는 주장은 2020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터넷매체 '서울의 소리'는 제보자를 인용해 '일부 탈북민이 북한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확진자가 사용하던 물품을 구해 바이러스를 생필품 등에 묻혀 북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확실한 근거가 없어 전부 신뢰하긴 어렵다'고 부연했다.
당시 보도에서 제시한 '탈북민 커뮤니티'는 현재 삭제된 상태거나 해외 사이트로 연결된다. 본지가 해당 게시물 중 탈북민으로 가장한 댓글들의 IP 주소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 러시아·우크라이나·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로 나타났다. 적어도 '한국에 거주하면서 대북전단을 살포할 수 있는 탈북민'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통일부는 2020년 5월31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경기 김포시 일대에서 '김정은 규탄' 대북전단을 북으로 날리면서, 대북전단이 북한에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같은해 6월4일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남북 군사합의를 파기하거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폐쇄하겠다"고 발표한 게 계기였다.
담화 엿새 만인 10일 통일부는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경찰에 고발하고, 법인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했다. 당시 통일부 당국자는 비공개 브리핑을 통해 "전단을 통해 (북한으로) 날아간 물품에 방역이 이뤄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단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전파라는 비과학적 주장을 통일부 차원에서 인정한 것이다.
대북전단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은 상식에서 벗어난다. 김우주 고려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단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가 북한까지 살아서 날아가는 건 상상하기도 어렵다"며 "바이러스가 산 채로 묻었다 해도 전단을 담은 풍선이 상공으로 올라가면 자외선에 사멸된다고 보는 게 상식이다. 비과학적 주장"이라고 단언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전후로 여권 주요 인사인 박지원 전 의원은 "대북전단 살포는 코로나19 확산을 노린 반인륜적 처사"라는 주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고, 당시 여권을 중심으로 실체 없는 '선동'이 기정사실화됐다. 이후 박 전 의원은 2020년 7월 국가정보원장에 임명됐고,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尹정부 출범하자…北 "코로나19 유입은 남조선 탓"
북한이 대북전단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주장하며 처음 반발한 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다. 지난해 8월 김여정은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전선 가까운 지역이 (코로나19) 초기 발생지라는 사실은 남조선 것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며 "색다른 물건짝들(대북전단 및 살포 물품)을 악성 비루스 류입의 매개물로 보는 건 당연하다"고 강변했다.
이에 통일부는 북한이 대북전단을 코로나19 유입 매개물이라 주장하는 것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 터무니없는 발언"이라고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절대적 악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인권단체 관계자는 "북한이 언급한 적도 없고 사실도 아닌 '감염병 전파 우려'를 내세워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명분을 만든 것"이라며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보다 싫어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북전단 카드를 묶어버린 것도 모자라, 검증도 이뤄지지 않은 내용을 정부 설명자료에 명시했으니 이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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