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추, 사먹는 게 싸다" 포장김치 불티인데…못 웃는 김치업체
배춧값이 치솟으며 포장김치가 인기를 끌자 김치 제조업체들이 배추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시중에 배추 물량 자체가 부족한 데다 공급 가격마저 급등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눈치를 보며 포장김치 가격 인상 시기를 조율해온 제조업체들은 늘어난 수요에도 추가 생산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포장김치, 없어서 못 판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에서는 배추김치(포기김치, 썰은 김치) 제품군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배추는 물론이고 고춧가루, 깐마늘 등 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직접 김치를 담그는 대신 포장김치를 사는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대상 종가 김치와 2위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는 지난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 넘게 증가했다. 대상 종가 김치는 지난달 김치류 전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었다. 포기김치·맛김치 등 배추김치류 매출이 17% 증가하며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다. CJ제일제당 비비고 김치도 지난달 배추김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 늘었다.
이들 기업의 자체 온라인몰에서는 배추김치 상품이 며칠째 일시품절을 기록하고 있다. 대상 온라인몰(정원e샵)에서 소포장 160g 맛김치 2종을 제외한 배추김치 상품 36종이 모두 품절이다. CJ제일제당의 온라인몰(CJ더마켓)에서도 배추·포기김치 29종 가운데 15종이 구매 불가다.
무섭게 치솟는 배춧값
배추 수급이 어려워진 이유는 이상 기온과 관련이 크다. 고랭지에 위치한 여름 배추 경작지는 해마다 줄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지역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은 5242㏊로 1996년(1만793㏊) 이후 연평균 2.9%씩 줄고 있다. 올해는 강릉, 태백, 삼척 등에 선충 피해가 발생하며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장마와 무더위가 계속되며 작황도 부진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배추 1포기 소매 가격(25일 기준)은 9383원으로 지난해보다 52% 올랐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 가격은 2만원을 훌쩍 웃돌고 있다.
이에 정부는 오는 27일 수입 배추 초도물량 16톤(t)을 들여오는 등 중국산 배추 수급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산 배추의 경우 산지 출하량이 많은 시기에 단계적으로 수매해 시장에 이를 직접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입 배추는 식당 등 외식업체, 식자재 업체가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산 배추로 만든 포장김치 수요가 당분간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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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김치, 가격 인상 저울질
김치 제조업체는 가격 인상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앞서 인상 시기를 조율하던 업체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물가 안정 기조로 이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김치 제조업체 관계자는 “여름 판매용 원재료는 연초에 미리 확보해뒀지만, 올해는 제품 수요가 늘어 배추가 부족한 상태”라며 “배춧값과 연동해 김치 가격을 올릴 수는 없으니 품절 사태에도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10월 가을 배추가 나오기 전까지는 재료가 없어 김치 생산을 못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품귀 사태를 계기로 업체들이 포장김치 가격을 올릴 가능성도 커졌다. 이미 대상은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종가 맛김치’ 가격을 최대 12.3% 인상했다. 지난 2022년 11월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1만3000원에 판매되던 900g짜리 포장김치 가격이 1만4600원으로 올랐다.
수입 김치 규모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산보다 40%가량 저렴한 중국산 김치는 식당, 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김치 수입 금액은 9847만 달러(약 13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증가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김치 수입액이 가장 많았던 2022년(1억6940만 달러)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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