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판 달군 전문가의 분석 '해리스의 골든크로스'
[김봉신 기자]
미국 대통령 선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상식 가운데 하나는 바로 미국 대선은 우리나라와 달리 간선제를 채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을 뽑는 투표를 실시하는데 메인주와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는 승자독식 방식으로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에게 선거인단 전원이 투표하는 제도다.
만일 두 후보가 비슷한 규모의 표를 얻어 격돌하는 상황이라면, 미세한 격차라도 여러 주에서 앞선 후보가 승리한다. 지지자가 일부 주에 몰려 있을 경우 해당 주에서 큰 격차로 이긴 역효과로 다른 주에서는 미세한 격차로 패배해 선거인단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탓에 미 대선은 전국 여론조사 결과로 승자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 격전지로 분류되는 주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선거인단을 가져갈지 예측해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최근까지 일부 전문가들은 해리스가 여론조사와 득표에서는 앞서도 선거인단 확보 경쟁에서는 트럼프가 앞설 것이라고 봤다. 즉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예측이다.
▲ 지난 20일 네이트 실버가 자신의 엑스(X)에 올린 미국 대선 당선 확률 전망 추이에서 해리스가 골든크로스를 얻었다. |
ⓒ 네이트실버 |
실버의 당선 가능성 예측에서 이와 같이 역동적 흐름을 볼 수 있는 것이 매우 놀랍다. 전국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는 언론 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라도 미세하게나마 해리스가 우세하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그렇지만 실버의 당선 가능성 예측에서는 해리스가 열세였던 시기도 상당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더군다나 이 그래프는 지난 20일에 갱신된 내용인데 며칠 지나서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 격차가 조금 더 벌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그래프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부분에 그어진 검정 점선은 TV 토론을 표시한 것이다(네이트 실버의 예측치는 유료 정보이므로 일부 언론과 엑스의 자료를 언급할 수 있을 뿐 구체적인 자료를 공개할 수는 없다).
트럼프 TV 토론 이후 막말 부메랑
이처럼 당선 가능성에서 해리스가 앞서 나가고 있다는 분석 역시 첫 TV 토론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2차 TV 토론을 하자는 해리스와 사전투표가 시작돼 늦었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트럼프의 엇갈린 전술에서도 알 수 있듯, 첫 TV 토론은 해리스가 승기를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많다.
▲ [표 1] 미국 대선 전국 여론조사 지난 20~22일 모닝컨설트가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가 오차범위를 넘어 트럼프 대비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 |
ⓒ 모닝컨설트 |
또한 민주당 지지자와 공화당 지지자 사이의 응집력 차이도 보여주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 중 94%가 해리스를 지지한다고 했지만,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91%에 그쳐 미세한 차이가 있다. 즉, TV 토론 이후 트럼프를 향한 공화당 지지자의 응집력에 미세한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선거인단 예상 확보 수 해리스 우세
▲ [표 2] 미국 대선 주요 후보 선거인단 예상 확보 수 투세븐티투윈 예측에 따르면 7개 경합주의 선거인단이 미결정 상태라고 볼 때 미세하게 해리스가 우세하다고 보고 있다. |
ⓒ 270towin |
▲ [표 3] 경합주 선거인단 예상치 투세븐티투윈의 예상 중 반반의 확률을 가진다는 7개 경합주를 네이트 실버의 당선 가능성에 따라 재분류한 결과이다. |
ⓒ 270towin, 네이트 실버 |
결과는 해리스 276명 대 트럼프 262명으로 해리스가 우세하다. 불과 14명 차이이기 때문에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중 한 곳만 트럼프로 돌아서도 선두가 바뀔 수 있을 정도다.
2016년 대선에서는 트럼프가 306명, 2020년 대선에서는 바이든이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고 패자는 23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와 비교해 보면 최근 해리스 대 트럼프의 경쟁이 매우 미세한 격차라는 점은 확실하다. 네이트 실버도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이 아주 미세하다고 했고, 엑스에 9월 20일 예상치를 발표하면서도 뒤집힐 가능성이 큰 접전이라고 썼다.
트럼프 진영 내 막말 차단 못 하면 승리 어려울 수도
미세한 선거에서는 실수하지 않는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큰데, 트럼프 진영 내에서는 막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하이오 스프링필드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60.8%의 지지를 보냈던 도시인데, 지난 TV 토론에서 이 지역을 거론하며 아이티 이주민이 애완동물을 잡아먹는다고 한 트럼프의 주장은 파장이 있어 보인다.
오하이오는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J.D.밴스가 태어난 곳이자 상원의원으로 있는 데다가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53.3%의 비교적 확고한 지지세를 보여줬다고는 하지만, 근거가 부족한 막말로 인한 파장은 미세한 격차로 격돌하고 있는 경합주에 큰 영향이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밴스는 캣맘 논란에 이어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자녀 관련 논란으로 설화를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공화당 후보인 마크 로빈슨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자신을 '흑인 나치'로 표현하는 등 진영 내 막말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아직 어느 후보가 승리할 것인지 전혀 감을 잡기 어려운 미국 대선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막말이 당선 가능성을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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