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10조 유치 성공, 중국 AI 역사 다시 쓰나?
2026년 6월, 중국 AI 업계는 역사를 다시 썼다. 한화 약 10조원, 중국 AI 사상 단일 라운드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다. "융자하지 않는다, 상장하지 않는다, 상업화하지 않는다." 딥시크(DeepSeek)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은 창업 이래 고수해 온 '3불 원칙'을 깨고 돈과 의결권을 동시에 손에 쥐었다.

딥시크는 이번 510억 위안(한화 약 10조2000억 원) 규모의 외부 투자 유치로 기업 가치는 단번에 4000억 위안(한화 약 80조 원)으로 평가됐다. 글로벌 기준으로도 오픈 AI와 앤트로픽의 일부 라운드를 제외하면 유례를 찾기 어렵다.

중국 주요 빅테크들 딥시크에 베팅
먼저 투자자 면면이 눈길을 끈다. 창업자 량원펑이 개인 자금 200억 위안(약 4조 원)을 직접 넣어 최대 단일 출자자가 됐다. 지분을 팔아 현금화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 돈을 더 집어넣은 것이다. 텐센트로 약 100억 위안(약 2조 원)을 투자해 최대 외부 투자자가 됐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기업 CATL(寧德時代)는 50억 위안(약 1조 원)을 넣었다. 배터리 회사가 AI 기업에 1조 원을 넣은 것은 AI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비와 에너지 저장 솔루션 간의 전략적 연계를 노린 포석으로 읽힌다. 정부 차원에서 국가 AI 산업투자기금은 약 9억8000만 위안(약 2000억원)을 직접 출자했다.
주목할 점은 거래 구조다. 텐센트·CATL 등 대부분의 외부 투자자는 의결권을 받지 못했다. 5년간 지분 매도도 불가능하다. 투자자 뒤에 있는 유한합작사(LP)에 대한 신원 조회도 의무화했다. 유일한 예외는 국가 AI 산업투자기금으로, 직접 주식을 받고 의결권도 부여받았다. 10조 원을 끌어들이면서도 경영권은 한 치도 내주지 않은 설계다. 량원펑 개인이 의결권 100%를 유지한다.
딥시크는 왜 3불 원칙을 깨고 돈을 받았을까?
이번 투자유치의 배경은 현실적 측면이 크다. 딥시크는 2025년 하반기부터 핵심 연구진이 잇달아 빠져나갔다. R1 모델 핵심 연구자 궈다야(郭達雅)는 바이트댄스로, LLM 핵심 저자 왕빙쉬안(王炳宣)은 텐센트로, 초기 멤버 한 명인 뤄푸리(羅福莉)는 샤오미 AI 연구소로 각각 떠났다. 경쟁사들의 기업 가치가 치솟으면서 딥시크의 스톡옵션이 상대적으로 매력을 잃었다. 알고리즘 경쟁만이 아니라 인재 전쟁에서도 버텨야 했다.
인프라 비용도 임계점에 달했다. 화웨이 어센드 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학습 비용이 5억 달러(약 7000억 원)까지 치솟았다. 경쟁 구도도 달라졌다. 즈푸AI(智谱AI)가 홍콩거래소에 상장해 시가총액 1조 홍콩달러(약 17조 원)를 돌파했고, 미니맥스 기업 가치도 1300억 홍콩달러를 넘겼다. AI 기술 경쟁이 자본 군비 경쟁으로 변했다. 투자를 받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계산이 '3불 원칙'을 뒤집었다.

기술 면에서도 전환점을 맞고 있다. 딥시크는 6월 27일 베이징대학과 공동으로 DSpark 추론 가속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V4-Flash 모델의 추론 속도는 60~85%, V4-Pro는 57~78% 향상됐다. 7월 중순 출시 예정인 V4 정식판은 100만 토큰 컨텍스트를 지원하고 피크 시간대 API 가격을 두 배로 올리는 요금제를 도입한다. 무료로 잘 써왔던 딥시크가 유료화를 준비한다는 얘기다.
딥시크 V4는 화웨이 어센드950PR 추론 칩에서 전면 구동이 가능하다. 기반 코드를 엔비디아 CUDA에서 화웨이 CANN 프레임워크로 완전히 옮겼다. 엔비디아 없이도 세계 수준의 AI 모델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딥시크급 회사가 해냈다는 건 다른 중국 AI 기업들에 이전 매뉴얼이 생겼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델(딥시크), 칩(화웨이 어센드)과 소프트웨어(CANN)가 처음으로 하나의 완결된 국산 사슬로 연결됐다. 중국 AI 스택의 수직 자립을 의미한다.
돈이 들어오면 판이 바뀐다. 이상주의는 자본 앞에서 현실이 된다. 딥시크는 10조 원을 받았지만, 경영권을 지켰고 엔비디아 없이 세계급 모델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의 봉쇄가 길어질수록 중국 AI는 그 압박을 연료 삼아 자립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딥시크는 과연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중국 AI의 미래를 다시 쓸 수 있을까?
김매화 기자 jin.meihu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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