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은 위법” VS “영풍·MBK, 기각 법원 판결 무시”
법원,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가처분 기각…영풍, 바로 재제출
고려아연 “영풍·MBK, 시장 교란과 시세조종이 목적”
영풍이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위법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임의적립금의 사용 목적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사회의 독단적인 결정만으로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것은 절차상 위법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MBK측이 법원 결정을 무시하고 재차 가처분 신청을 한 게 시장 교란과 시세조종을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영풍은 최근 법원에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임의적립금의 목적 전환을 위한 주주총회 결의가 선행되지 않는 한 자사주 취득을 위한 공개매수를 중지해 달라는 신청 취지를 추가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지난 2일 영풍이 고려아연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을 전부 기각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취득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베인캐피탈과 함께 주당 83만원에 총 3조1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이사회 결정이 나오자마자, 영풍은 서울지방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목적 공개매수절차를 중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또다시 제출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재무제표상의 이월이익잉여금이 이미 소진된 상황에서 자사주 취득을 위해서는 주주들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고려아연의 주주들은 지난 3월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해외투자 및 자원사업 투자 적립금으로 이익잉여금을 적립하기로 한 재무제표를 승인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해외투자와 자원사업투자 목적을 위해 주주들이 적립하기로 한 금액을 자사주 취득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주총회를 열어 배당가능이익 금액을 늘려야 하고, 이러한 절차가 선행되기 전에는 공개매수 절차를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풍은 “최 회장 측의 주장대로 주주총회 결의 없이 최대 6조원에 달하는 임의준비금을 모두 자기주식 취득에 사용한다면, 이사회 결의만으로 고려아연은 순자산은 9조7000억원의 회사에서 3조7000억원의 회사로 급격하게 규모가 감소할 수 있다”며 “이는 상법에서 인정되는 자본충실의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공개매수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들의 의사에 반해 천문학적인 재원을 회사 외부로 유출한다는 점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 최 회장 측이 진행하고 있는 2조7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이 현실화된다면, 고려아연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모아온 금액이 천문학적인 규모로 회사 밖으로 유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고려아연이 부단한 노력으로 일군 미래사업, 즉 자원재생, 신재생에너지, 전기배터리 소재 사업이 중심이 된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최 회장 측의 경영권 유지라는 개인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포기하게 된다는 점에서 업무상 배임에 해당되며, 선관주의 의무 및 충실 의무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고금리 이자의 부담까지 더해져 고려아연의 장기성장이 심각하게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영풍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의 ‘이사회 결의만으로 최대 6조원에 달하는 자사주의 매입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주총 결의를 통해 회사에 유보하기로 한 막대한 재원을 주주의 동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언제든지 유출할 수 있다는 얘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는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회사의 재무 상태를 위험에 빠트리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이번 가처분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 3일 ‘영풍-MBK, 기각 뻔한데 동일 재판부에 가처분 재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재판부를 무시한 것을 넘어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의도를 가진 악의적인 행위”라고 언급했다.
이번 가처분 신청은 영풍이공개매수 절차에 혼란을 야기함으로써 투자자들로 하여금 MBK파트너스 공개매수에 응하게 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는 게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시세조종 및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금감원 진정과 함께 검찰 고발 등 강력한 법적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은 주가를 낮추기 위해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를 즉각 멈춰야 한다”며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에 대해 당사는 단호하게 맞설 것이며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 후 발생하는 이자에 대해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당사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에비타(EBITDA)는 약 1조2000억원”이라며 “이번에 공개매수를 위해 차입금을 일으킨 까닭에 이자비용이 늘어나지만, 고려아연은 풍부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보유 중인 금융자산만 매각해도 약 806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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