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신성장동력? 유한·동국·동화, 나란히 ‘미용기기 사업’ 진출

전종보 기자 2024. 9. 3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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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인사이드]
각사 제공
국내 제약사들이 미용의료기기 사업에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K 뷰티’ 열풍을 타고 미용 산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면서, 업계 또한 관련 사업을 새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것으로 보인다. 제약사들이 보유한 피부 제품, 영업망 등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사업 진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약업계, 미용의료기기 기업 인수·업무협약 활발
3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이달 초 미용의료기기 전문 기업 하이로닉의 주식을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양수 규모는 1600억원으로, 실사를 진행한 뒤 12월 중 거래를 완료할 예정이다. 하이로닉은 HIFU(고강도 집속 초음파), RF(고주파) 기반의 피부미용의료기기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기업이다. 병원용 제품뿐 아니라 개인용 기기까지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 중이다. 동화약품은 이번 인수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동국제약도 지난 5월 전자회사 위드닉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미용기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위드닉스는 중소형 가전제품을 개발·생산·유통하는 회사로, 미용기기 ‘세이스킨’, 식기살균건조기 ‘하임셰프’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다. 그동안 위탁생산을 통해서만 미용기기 사업을 전개해온 동국제약은 위드닉스 인수로 자체 개발·생산 능력을 갖추게 됐다. 조만간 기존 미용기기들의 업그레이드 제품과 신제품들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이르면 올해 안에 위드닉스에서 생산한 제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선 국내 시장 안착에 주력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유한양행은 의료·미용기기 시장 진출을 위해 성우전자와 손잡았다. 지난 7월 업무 협약을 맺은 양사는 유한양행이 최대주주로 있는 화장품기업 코스온을 통해 화장품과 의료·미용기기 사업을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유한양행의 제약 기반 원재료를 활용해 더마코스메틱 제품을, 성우전자의 제조기술을 적용해 의료·미용기기를 개발한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전자기기업체와 제약사 간 협력은 흔치 않은 일”이라며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 높아… 해외 수출도 매년 증가
약 개발·판매에 주력해온 전통제약사들이 미용의료기기 사업으로 손을 뻗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미용의료기기 산업은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세계 피부미용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2024년 178억달러(한화 약 23조5000억원)에서 2030년 1457억달러(약 192조5000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피부 미용에 대한 관심은 늘어나고, 관련 기술 또한 계속해서 발전 중이기 때문이다. 성형수술만큼 리프팅, 타이트닝, 지방 감소와 같이 의료기기를 이용한 시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도 한 몫 한다.

세계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해외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지난해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피부 미용기기 수출액은 2022년 기준 3억5300만달러(한화 약 4663억1300만원)에 달했다. 2020년 1억달러, 2021년 2억달러를 돌파한 후 1년 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특히 레이저·고주파 치료기기 등 병원용 의료기기 수출액이 50% 가까이 늘었고, LED 마스크, 전동 피부마사지기와 같은 가정용 기기 수출도 5.3% 증가했다. 수출국 역시 2020년 100개국에서 2021년 111개국, 2022년 116개국으로 매년 확대됐다.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K뷰티의 인기 덕분에 해외에서 우리나라 미용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제품 신뢰도도 높아졌다”며 “미용 관련 해외 학회나 전시회만 봐도 한국산 제품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영업망·피부제품 시너지 가능… “사업 키우려면 재투자 필요”
의료기기업계는 앞으로도 여러 제약사들이 미용의료기기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단순히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미 병의원 영업망을 갖춘 제약사들은 제품만 있다면 따로 유통 채널을 확보할 필요 없이 곧바로 영업·판매가 가능하고, 미용 시술과 관련된 자사 의약품도 함께 공급할 수 있다. 계속해서 소모품이나 파생 제품이 발생하는 의료기기 특성상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제약사 입장에선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게다가 미용의료기기는 대부분 비급여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한결 수월하다.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사업범위를 확장하려는 건 어떤 기업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자본력과 영업력을 갖춘 제약사라면 제품을 직접 개발하기보다, 잠재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제약사의 미용의료기기 사업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업 인수에 그쳐선 안 된다.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투자를 통해 제품을 연구개발하고 국산화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시장이 계속 성장하려면 새로운 기업, 새로운 기기들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며 “본 사업만큼은 아니어도, 투자를 통해 해외 임상을 진행하고 해외 규제기관의 인허가를 받은 우리 기술들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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